코엑스 일대 개발 조감도. /사진=뉴스1(서울시)


서울 강남구 무역센터 내 도심공항터미널이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유명무실해졌다. 한때 출국 심사까지 맡으며 국내와 해외를 잇는 교통 허브 역할을 했지만, 이제는 옛말이 됐다. 터미널 자리에 고급 오피스가 들어선다는 계획까지 나오면서 교통 기능이 과거 수준처럼 회복되기는 어렵단 분석이다. 실질적 지배력을 쥔 한국무역협회가 주민들의 편의보다는 오피스 임대사업에 무게를 두고 수익성에 집중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도심공항터미널은 코로나19가 이후 본래 기능을 상실했다. 이전까지는 일부 출국 심사·수하물 위탁 등 해외 출국을 위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했지만, 팬데믹 기간 해외 출국 수요가 급감하면서 운영을 잠정 중단했다. 이후에는 코로나19 여파에 적자까지 겹치면서 서비스를 종료했다. 운영사인 한국도심공항자산관리는 2022년 12월 20일 임시주주총회에서 도심공항터미널업을 폐업하기로 했고, 바로 다음 달인 2023년 1월 공식 폐쇄가 결정됐다.

터미널 폐쇄에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도심공항터미널은 단순한 사기업 시설이 아닌 국가와 서울시를 이어주는 공공 인프라인데, 이를 코로나19·적자 등을 이유로 너무 쉽게 포기했다는 것이다.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는 고객들 사이에서 불만이 쏟아졌고, 약 6만5826명이 관련 기관인 한국무역협회와 한국도심공항 등에 터미널 정상 운영 재개를 촉구하는 서명부를 전달하기도 했다.


무역협회 책임론도 제기되고 있다. 도심공항은 무역협회가 출자한 한국도심공항자산관리가 지분 100%를 소유하는 구조로,무역협회의 영향력이 절대적으로 크다. 김고현 도심공항자산관리공사 대표이사가 무역협회 요직 출신인 데다가 협회 이사직을 겸하고 있다는 사실도 이를 뒷받침한다. 무역협회 역시 경영공시를 통해 여전히 한국도심공항을 무역센터의 주요 교통 거점으로 소개하고 있다. 물론 공식 설명과 실제는 거리가 멀다는 평가다.
한국무역협회 홈페이지 내 무역센터 소개창. 무역센터를 글로벌 허브로 육성하기 위한 교통시설로 '한국도심공항'을 내세우고 있지만, 현재 공항 시설은 유명무실한 상태다. /사진=한국무역협회 홈페이지 캡처


최근에는 서울시와 협의를 거쳐 도심공항터미널 부지에 고급 오피스·전시·회의 시설을 만들기로 했다. 무역협회는 옛 도심공항터미널 부지에 국제업무시설과 문화예술전시장을 2029년까지 도입한다는 내용으로 서울시 측에 개발 제안을 전달했고, 시가 이를 올해 1월 확정했다. 개발은 무역협회 등이 100% 민자로 추진한다.

코엑스 본관 리모델링이 완료되는 2029년 도심공항터미널을 '도심공항서비스'로 되살린다는 계획이지만, 그동안의 행보를 보면 실효성이 있을지 미지수다. 몇 달 전 도입된 수하물 위탁 서비스 '이지 드롭'은 타사인 인천국제공항공사 서비스를 일부 국제선 항공편에 제한적으로 적용한 형태인 데다 3만5000원이라는 높은 요금 탓에 서비스 장벽이 높다는 지적이다.


심지어 이마저도 도심공항터미널 폐쇄 후 불편함을 느낀 시민들과 정치권의 노력으로 마련됐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터미널 운영 재개를 원하는 6만명 이상의 시민들이 운영 재개를 원했지만, 무역협회를 비롯한 기관을 폐쇄를 강행했다. 이후 주민들의 불편함을 개선하기 위해 고동진 국민의힘 의원, 김길영 서울시의회 의원 등이 무역협회에 목소리를 내면서 일부 서비스가 적용됐다. 특히 이들은 터미널 내에서 출국 심사까지 한 번에 진행되는 '원스톱 도심공항서비스' 복원 의지를 드러내면서, 이전 서비스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러한 흐름 속 무역협회가 공공성보다 임대수익에 초점을 두고 있단 비판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터미널 사업 대신 고급 오피스 등을 유치할 경우 높은 임대수익을 기대할 수 있어서다. 현재 무역협회의 수익 중 90% 이상은 임대사업에 발생하고 있으며, 코엑스몰 외에도 트레이드타워, 아셈타워를 포함한 삼성동 무역센터의 임대·운영사업이 주된 수익원이다.


과거 코엑스몰 중소 상인들과의 임대료 갈등 전례도 있는 만큼 '임대수익 우선주의' 기조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단 시각도 있다. 무역협회는 코엑스몰㈜을 통해 쇼핑몰을 직접 운영하던 시절, 점포 임대인 모집 시 높은 금액을 써낸 사업자에 먼저 점포를 배정하는 입찰방식을 적용한 바 있다. 입점 가게들은 최소보장임대료 제도로 어려운 경기 속 실제 매출보다 더 많은 금액을 내 적자를 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