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대형은행 감정평가보수 법인의 '1.5배'… 금융위, 갈등 조정 나선다
KB국민은행, 자체 감정 자격사 채용 '불법 논란'… 국토부 유권해석에 금융위-감정업계 TF 마련
이화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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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들이 대출을 위한 담보물 평가를 외부 감정평가법인에 의뢰하지 않고 자체 감정 업무를 지속해 감정평가업계의 일감이 감소하며 업계 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감정평가 업무 정책당국인 국토교통부는 시중은행들의 이 같은 행위를 불법이라고 유권해석해, 금융위원회도 관련 논의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24일 한국감정평가사협회와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협회는 은행권의 자체 감정 업무 중단을 요구하며 세 번째 집단행동을 실시하고 이르면 다음 주 금융당국과 태스크포스(TF)를 출범한다. 감정평가업계는 그동안 은행들이 고액 부동산을 자체 감정해 담보대출에 반영하는 관행이 현행법을 위반한다고 주장해왔다.
특히 업계 1위 KB국민은행은 감정 업무가 증가함에 따라 감정평가사를 직접 고용, 자체 감정평가액은 ▲2022년 26조원 ▲2023년 50조원 ▲2024년 75조원으로 3년 만에 세 배 가까운 성장을 보였다. 감정평가사협회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지난해 국민은행의 자체 감정평가 보수는 550억원으로 감정평가업계 1위 법인의 350억원보다 1.5배 이상 많다.
감정평가사협회와 금융위, 금융감독원, 국민은행이 4자 협의체를 설립할 예정으로 이는 금융위가 최근 협회에 제안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2일 양길수 감정평가협회장이 권대영 금융위 부위원장을 직접 만나 면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길수 협회장은 "금융위의 중재로 은행권과 마주 앉아 문제 해결을 논의하게 된 점은 진전된 조치"라면서도 "협의체 구성이 끝이 아니라 금융위가 보다 적극적으로 조처해야 한다는 점을 지속해서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감정평가협회, 국민은행 '가치평가부' 해체 요구
협회는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 금융위원회 앞에서 'KB국민은행 감정평가시장 불법 침탈행위 규탄대회'를 진행하고 국민은행의 가치평가부 운영 중단을 촉구했다.
양 협회장은 "금융회사가 감정평가법인 인가를 받지 않고 감정평가사를 고용해 직접 감정평가를 진행하는 것은 '감정평가 및 감정평가사에 관한 법률'(감정평가법)을 위반하는 것"이라며 "감독기관인 금융위가 이러한 불법 행위를 행정 조치하지 않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지난달 금융회사의 감정평가사 채용과 담보물 평가에 대해 감정평가법상 감정평가 행위에 해당하며 위반 소지가 있다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감정평가법 제5조2항에 따르면 금융사는 대출이나 자산의 매입·매각 시 토지 등 감정평가를 감정평가법인 등에 의뢰해야 한다. 감정평가업계는 은행권과 수년째 해당 조항을 쟁점으로 다퉈왔다.
협회는 국민은행의 가치평가부 운영이 사실상 감정평가법인 역할을 하고, 고액 부동산을 자체 감정하는 과정에 은행 이익을 목적으로 감정평가서의 독립성을 훼손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대해 금융권은 담보물 평가가 '은행업 감독업무 시행세칙'에 따른 적법 행위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시행세칙에 따라 비주택 부동산의 담보가치 산정 시 국세청 기준시가 등 공신력 있는 평가기관의 자료를 활용할 경우 가격을 자체 평가할 수 있다.
은행권의 관계자는 "감정평가법에 따른 감정평가는 세칙에서 규정한 담보가치 산정 방법의 하나일 뿐 담보가치 산정을 반드시 외부에 위탁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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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