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면세구역의 모습. /사진=뉴시스


임대료 갈등 끝에 신라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이 철수하면서 공석이 된 인천공항 면세점 사업권을 둘러싼 업계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올해 안으로 재입찰이 진행될 예정인 가운데 면세업계 1위인 롯데면세점의 인천공항 복귀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업계는 재입찰 변수로 임대료 문제를 꼽고 있어 인천공항공사의 입찰 조건에 이목이 쏠린다.


신세계는 지난 30일 인천공항 DF2 권역(화장품·향수·주류·담배) 사업권을 반납하기로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신세계면세점 측은 "고환율과 경기 둔화, 주 고객의 구매력 감소 등 부정적이고 예측하기 어려운 환경이 지속되고 있다"며 "단가 상승을 위해 노력하는 한편 임대료 인하를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신라면세점을 운영하는 호텔신라는 지난달 18일 DF1 권역 사업권을 반납했다.

이들이 인천공항에서 철수하기로 결정한 것은 인천공항공사가 임대료 조정에 응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양사는 2023년 여객 수 연동 방식의 임대료 계약을 맺고 면세점을 운영해왔다. 이후 소비패턴 변화로 여행객 수가 늘어도 영업손실이 커지자 이를 이유로 법원에 임대료 감면을 요청했다. 법원은 임대료를 각각 25%, 27% 인하하라는 조정안을 제시했고 인천공항공사가 이를 수용하지 않으면서 양사는 사업권을 반납했다.


양사의 철수로 DF1, DF2 권역이 비게 되자 인천공항공사는 후속 절차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인천공항공사 관계자는 "재입찰 공고를 연내 발표하는 것을 목표로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외국인 관광객 증가 등으로 면세점 매출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어 이번 재입찰은 업계의 투자 의지 및 앞으로의 시장 구도 변화를 가늠하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면세점 매출은 1조674억원으로 전월 대비 4.7% 늘었다.

롯데 복귀 유력… "임대료 등 조건 완화 선행돼야"

가장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는 곳은 업계 1위인 롯데면세점이다. 현재 인천공항에 매장이 없는 롯데면세점이 '공항 재입성'이라는 상징성을 위해 입찰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아직 입찰 공고가 나오기 전이고, 금액 등 기준이 정해지지 않았다"며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전했다.

롯데면세점은 2018년 임대료 문제로 인천공항에서 철수한 후 2023년 입찰에 도전했다가 고배를 마셨다. 당시 무리한 입찰을 자제해 자금 여력이 비교적 충분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롯데면세점은 올해 상반기 213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업계에서 유일하게 흑자를 기록했다.


사업 확장을 꾀하고 있는 현대면세점이나 중국국영면세점그룹(CDFG)의 참여 가능성도 거론된다. 현대면세점은 현재 DF5 권역(부티크) 사업권을 확보해 운영 중이고 CDFG는 2023년 입찰에 참여했다가 탈락했다. 신라·신세계면세점이 낮은 입찰가로 재도전할 가능성도 있다.

전문가들은 입찰을 주관하는 인천공항공사가 기존보다 합리적인 조건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공항 입장에서도 핵심 구간인 DF1, DF2 권역을 비워두는 것은 손해가 커 사업자들의 참여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홍규선 동서울대학교 중국비즈니스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관문인 인천공항에서 브랜드를 홍보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롯데가 움직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면서도 "임대료나 페널티 등 조건이 완화되는 것이 먼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천공항 입장에서도 (DF1, DF2 권역을) 비워두느니 임대료를 낮춰서 기업을 유치하는 게 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