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K-POP 광장에서 열린 지포스 게이머 페스티벌 연단에 오른 정의선 현대차 회장(왼쪽),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운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오른쪽). /사진=뉴스1(공동취재)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한국 일정이 31일 경북 경주 예술의전당 원화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를 끝으로 마무리됐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CEO 서밋 참석차 전날 오후 3시쯤 인천공항에 도착한 황 CEO는 같은날 저녁 곧바로 서울 삼성역 인근 '깐부치킨'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정의선 현대차 회장과 '치킨 회동'을 가졌다. 이후 세 사람은 코엑스로 이동해 '지포스 2025' 행사 무대에 함께 올라 한국과의 협력 의지를 드러냈다. 이 회장과 정 회장도 연단에 올라 관중을 향해 진솔한 메시지를 전했다.


이튿날인 31일에는 점심 무렵 비행기를 타고 경주로 이동했다. 오후에는 이재명 대통령을 접견하고 한국에 GPU(블랙웰 칩 포함) 26만 장을 공급한다고 발표했다. 이 중 정부가 소버린 인공지능(AI) 분야 육성을 위해 확보한 약 5만 장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모두 민간에 공급된다. 이 자리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에 HBM(고대역폭메모리) 공급을 확대하기로 한 사실도 공개됐다.

오후 4시에는 APEC CEO 서밋 연단에 올라 특별연설 진행했다. 황 CEO는 약 2분간의 영상을 통해 엔비디아가 열어갈 미래를 소개하며 인공지능 시대의 산업 변화와 대응 방안을 강조했다. 국내 기업과의 협업 내용보다는 컴퓨팅 패러다임의 전환과 AI 시대 준비의 중요성에 초점을 맞췄다. 연설 후 오후 5시 15분 예술의전당 원화홀 입구에 도착한 그는 외부 취재진에 둘러싸인 채 약 40분간 인터뷰를 진행했다.
31일 기자 간담회장에 들어오고 있는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사진=지선우 기자


오후 6시 시작된 미디어 Q&A에서 황 CEO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치맥 형제'라고 부르며 "HBM97까지 함께 만드는 장기적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100% 확신한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의 '피지컬 AI' 성장 방향을 언급하며 이번에 공급될 26만 장의 GPU를 기반으로 한국이 자체 AI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1박 2일간 이어진 황 CEO의 행보는 큰 관심을 모았다. 깐부치킨을 방문해 한국 치킨을 극찬하고 행사장에서 이를 세계에 홍보한 모습이 화제가 됐다. 그는 이 회장·정 회장과 함께 '소맥(소주·맥주)'을 나누며 친근한 모습을 보였다. 또한 1996년 이건희 선대회장에게서 받은 자필 편지 일화를 소개하며 삼성전자와 한국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간담회를 마친 황 CEO는 오후 8시 45분쯤 영국으로 향하는 전용기에 올랐다. 약 30시간 동안 이어진 그의 한국 일정은 짧았지만 굵직했다는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