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째 해외 도피 중인 배상윤 KH그룹 회장(가운데)/사진=KH그룹 홈페이지


코스닥 상장사 CSA코스믹을 인수한 KH그룹과 과거 재무적 투자자 전력에 주주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대주주로 나선 KH그룹의 배상윤 회장의 경우 알펜시아 리조트 입찰 담합 및 배임 혐의로 해외 도피 중이며, CSA코스믹을 둘러싼 투자자들 역시 과거 주가조작에 연루된 혐의를 받는 것으로 파악됐다.

KH그룹, 알펜시아 담합에 과징금 510억원…회장은 해외 도피

19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CSA코스믹에 새 최대주주가 될 KH그룹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지난 9월 알펜시아 리조트 인수 과정에서 입찰 담합을 벌인 혐의로 과징금 510억원을 부과받고 배상윤 회장 등이 검찰에 고발됐다.


앞서 KH그룹은 2022년 2월 강원도개발공사로부터 알펜시아 리조트를 7115억원에 인수했다. 당시 경쟁 입찰이 진행됐으나 KH그룹이 다른 입찰 참가자들과 담합해 입찰가를 조율한 정황이 드러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포함해 배상윤 KH그룹 회장이 각종 비리 혐의로 현재 해외 도피 중이다. 이로 인해 KH그룹의 주요 계열사 5곳(KH미래물산, KH필룩스, 장원테크, KH건설, IHQ)이 거래정지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KH그룹이 CSA코스믹을 인수하면서 또 다른 자금 조달 창구로 활용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CSA코스믹은 지난 6일 임시주주총회에서 KH그룹 측 인사들을 이사회에 선임하고 정관을 변경해 ▲스마트팜 ▲신약 개발 ▲소프트웨어 개발 ▲인공지능(AI) 등을 신규 사업목적에 추가했다. 오는 25일 제3자 유상증자(80억원) 대상자인 지앤비조합의 최대주주는 IHQ(지분율 99.95%)며 이 회사는 KH그룹 계열사다.

유일하게 거래가 가능한 계열사인 빛과전자 역시 지난 7월 본업인 광통신 모듈 제조 대신 부동산 개발과 리조트 사업을 신규 사업목적에 추가했다. 전환사채(CB) 발행 한도도 1000억원 증액했으며 주가가 하락할 경우 전환가액 최저한도를 발행 시 가격의 70% 미만으로 조정할 수 있는 조항도 신설했다.


업계에서는 그룹 내 주요 계열사들이 거래정지된 상황에서 빛과전자를 통해 알펜시아 리조트 개발에 자금을 집중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회장이 해외 도피 중이고 계열사 대부분이 거래정지된 그룹이 4년 연속 적자 기업을 인수해 화장품과 무관한 신사업을 추진한다는 것 자체가 설득력이 떨어진다"며 "CSA코스믹이 그룹 자금난 해소를 위한 또 다른 창구로 이용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KH그룹이 내세우는 '글로벌 영업망 활용한 화장품 사업 확대' 계획도 구체성이 떨어진다"며 "계열사 대부분이 거래정지된 상황에서 실질적인 시너지 창출이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과거 최대주주 홈캐스트, '황우석 테마주' 주가조작 전력

/사진=클립아트코리아


CSA코스믹의 경영권을 매각한 홈캐스트 역시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홈캐스트의 윤진석 이사는 2014년 '황우석 테마주'를 내세워 코스닥 상장사 홈캐스트의 주가를 조작한 혐의로 2020년 대법원에서 징역 3년형을 확정받았다.

당시 홈캐스트 최대주주 등은 황우석 박사가 대표이사로 있던 바이오업체 에이치바이온과 거액을 상호 투자하는 것처럼 허위 공시를 통해 주가를 끌어올렸다. 홈캐스트 주가는 3000원대에서 1만5000원 가까이 치솟았고, 이 과정에서 총 263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이 발생했다.
대법원은 "조직적으로 역할을 분담해 '황우석 효과' 기대심리를 이용해 허위·부실 공시로 주가를 인위적으로 부양했다"고 판시했다.

주가조작으로 실형을 선고받은 윤씨는 이후 홈캐스트 등기임원으로 복귀했으며 현재 자신이 보유한 카노히, 아피아홀딩스 등을 통해 회사 경영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홈캐스트는 2023년 7월 CSA코스믹에 150억원을 투자해 최대주주로 올랐다가 올해 6월 더킴스팜에 163억원에 경영권을 매각하며 약 13억원의 차익을 챙긴 것으로 전해졌다.

브이핑크홀딩스, 기업사냥꾼 자금 조달 의혹

지난 8월 CSA코스믹의 최대주주(지분율 9.14%, 70억원)로 올랐던 브이핑크홀딩스는 기업사냥꾼으로 알려진 홍석종씨가 인수 자금을 조달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홍씨는 2010년 초반부터 활동한 인물로 스포츠서울 주가조작(2012년), 에디슨EV 주가조작(2021년) 등 다수의 주가조작 사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특히 2020년 정치 테마주였던 상지건설의 전환사채(CB)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주가에 개입한 의혹이 제기되고, 그는 이러한 혐의로 현재 해외 도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브이핑크홀딩스의 전성찬 이사 역시 골든로드를 통해 엑시큐어하이트론에 투자한 사실이 확인됐다. 엑시큐어하이트론은 지난해 미국 나스닥 상장사 엑시큐어 지분 인수 소식으로 주목받았으나 주가가 5650원에서 현재 90% 가까이 폭락한 상태다.

이에 대해 투자업계 관계자는 "경영권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신사업 추진 동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며 "투자자들의 과거 행적을 볼 때 정상적인 사업 추진보다는 다른 목적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본지에서는 CSA코스믹, 브이핑크홀딩스, IHQ 등에 여러 차례 질의를 보냈으나 답변을 듣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