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용 신용카드학회장이 21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관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KOCAS Conference 2025’에 참석해 ‘생산적 금융으로의 전환: 카드사가 창출하는 가치와 생태계 혁신’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사진= 홍지인 기자


국내 카드산업이 디지털 전환·신결제 기술·자금조달 혁신을 이뤄 '생산적 금융' 구조로 이동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학계와 업계는 AI(인공지능)·IoT(사물인터넷)·핀테크 확산으로 지급결제 환경이 빠르게 재편된 만큼 카드사가 지급 흐름의 전반을 재정의하고 소상공인 지원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21일 한국신용카드학회와 여신금융협회는 서울 중구 은행회관 2층 국제회의실에서 'KOCAS Conference 2025'를 열고 '생산적 금융으로의 전환: 카드사가 창출하는 가치와 생태계 혁신'을 주제로 4개 세션 발표와 종합토론을 진행했다. 행사에는 학계, 카드사, 캐피털사, 신기술금융회사 등의 관계자들이 참석해 업계의 미래 방향성을 논의했다.

"스테이블코인, 카드사가 해외송금·온라인결제 등 시장으로 진입하는 기회"

첫 번째 세션에서 윤종민 여신금융협회 여신금융연구소 팀장은 디지털화와 AI 전환이 카드산업에 미치는 구조 변화를 설명했다. 윤 팀장은 "디지털화는 금융소비자 편의와 비용 효율화를 동시에 달성하는 핵심 축"이라며 "AI도 디지털이라는 큰 틀에서 작동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앞으로 결제 단계까지 인공지능이 개입하는 'AI 에이전트 결제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전망하며 간편결제·핀테크 확산으로 카드사의 영향력이 축소되는 흐름을 지적했다.


이어 "간편지급 시장에서 핀테크 비중이 70%를 넘어서며 카드사의 지급결제 주도권이 약해지고 있다"고 분석한 뒤 "MZ세대의 소비·결제 습관 변화, NFC·QR·페이스페이 등 비접촉 결제 기술 확산으로 결제 방식 자체가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윤 팀장은 "플라스틱 카드 중심의 '여신전문금융업법' 정의로는 더 이상 현장을 설명할 수 없다"며 "모바일·토큰·전자지급수단 전체를 포괄하는 방식으로 신용카드를 재정의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서지용 상명대 교수는 카드사 자금조달 구조의 혁신을 강조했다. 그는 "카드사는 짧은 만기의 조달 구조와 금리 변동성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며 "조달 다각화, ABS 활용, 유동성 비율 강화가 필수"라고 설명했다. 조달비용 상승이 가맹점 수수료와 카드론·현금서비스 금리에 즉각 영향을 미치는 만큼 "자금조달 효율성 자체가 경쟁력"이라는 점도 언급했다.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결제시장 경쟁력의 강화 전략도 다뤄졌다. 김상봉 한성대 교수는 스테이블코인의 가격 안정성, 빠른 정산, 해외송금 효율성을 짚었다.


그는 "스테이블코인이 기존 카드를 대체하는 개념이 아니라 카드사가 해외송금·온라인결제 등 새로운 시장으로 진입할 기회"라고 설명했다. 이어 "비자와 마스터카드는 스테이블코인 정산을 시범 적용하고 있다"며 "국내 카드사도 제도 마련만 이뤄지면 활용도가 넓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 세션에서는 소상공인 금융지원과 민간소비 진작 전략이 논의됐다. 조일형 상명대 교수는 "소상공인의 금융 접근성은 여전히 낮다"며 "카드사가 보유한 결제 데이터와 가맹점 네트워크를 활용해 맞춤형 금융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스테이블코인 기반 결제 경쟁력 강화, 소상공인 특화 금융지원모델 개발, 소비용 서비스 확대 등을 카드업계의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이어진 종합토론에서 학계·법조·산업 전문가들은 신용카드 정의 확장과 AI·간편결제 시대의 책임 구조 정비, 데이터 기반 신사업 허용 확대 등의 필요성을 논의했다. 참석자들은 카드사의 역할이 기존 결제 산업에서 종합 지급·데이터 플랫폼으로 재정의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