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 본 듯 살자" "'한다'면 되는 거다"… 고 이순재 어록이 남긴 교훈
김다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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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손해 본 듯 살자" "오래 버티는 놈이 이기는 거야" "나는 아직도 '한다' 하면 되는 거다"
국민배우 이순재(91)가 25일 새벽 영면에 들면서 추모가 이어지고 있다. 1956년 연극 '지평선 너머'로 데뷔한 이순재는 69년간 TV 드라마와 영화, 연극 무대를 오가며 연기 인생을 이어왔다. 90세가 넘어서도 도전을 멈추지 않은 그는 '영원한 현역'이었다. 생전 그가 남긴 깊이 있는 어록은 단순한 조언이 아니라 한 시대를 살아온 장인의 삶이 담긴 교훈으로 남았다.
고 이순재는 오랜 연기 경력에도 불구하고 끊임없는 노력을 강조했다. 고인은 '제60회 백상예술대상' 특별 무대에서 "예술이란 영원한 미완성이다. 그래서 나는 완성을 향해 끊임없이 도전한다"라며 연기 철학을 전했다.
대학 교수로서 수많은 후학을 양성한 그는 "발성, 발음, 호흡은 연기의 기본이다. 기본을 무시하면 절대로 좋은 배우가 될 수 없다"며 "배우에게 게으름은 가장 큰 적이다. 대본을 외우는 건 기본이고, 인물에 대한 탐구와 공부가 계속돼야 한다"고 늘 후배들에게 당부한 것으로 전해진다.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후배들에겐 따끔한 충고를 전하기도 했다. 그는 "배우라면 '밥 먹고 뭐 하니'라는 소리는 듣지 말아야 한다" "너무 빨리 뜨려고 하지 마라. 오래 버티는 놈이 이기는 거다" "스타를 두 가지로 구분한다. 하나는 예쁘고 아름답고 멋지고, 그러면서도 프로그램 하나 잘 만나서 떠서 광고 많이 하고 돈 많이 버는 스타다. 출연은 잘 안 하면서. 이런 스타는 모델 스타라고 부른다. 그런데 인기도 높으면서 연기를 알차게 하는 스타, 이런 스타는 액팅 스타라고 부른다. 여러분 모두가 액팅 스타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일상에서도 여러 가르침을 남겼다. 2018년 방송된 tvN '꽃보다 할배'는 남에게 신세 지는 것을 싫어하고 모두를 배려하던 '진짜 어른' 이순재를 보여줬다. "불평하는 모습을 본 적 없다"는 나영석 PD에게 이순재는 "불평할 게 뭐 있나. 적응하면 되는 거지"라면서 "나이 먹었다고 주저앉아서 어른 행세하고 대우받으려고 주저앉으려면 늙어버린 거다. 나는 아직도 '한다' 하면 되는 거다. 인생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앞으로 쭉 가면 되는 거다"라고 말했다. 여행 중 계획이 틀어지더라도 "계획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다. 하지만 그게 인생의 맛"이라며 예측 불가능한 상황을 현명하게 받아들이는 태도를 보여줬다.
지난해 KBS 연기대상을 받으며 역대 최고령 대상 수상자가 된 이순재는 "오래 살다 보니 이런 날도 있네"라며 "보고 계실 시청자 여러분께 평생 신세 많이 지고 도움 많이 받았다. 정말 감사하다"고 감사와 겸손을 전했다. 명예의 순간에도 겸손을 잃지 않은 그의 마지막 소감은 오랜 세월 대중이 사랑한 이유를 증명했다.
생의 마지막까지 무대를 지킨 이순재는 "좀 손해 본 듯 살자"는 말처럼 이익보다 철학을 선택해왔다. 그의 굳은 신념과 따뜻한 조언은 연기자를 넘어 모든 이들에게 남겨진 유산이 됐다. 그가 남긴 가르침은 시간이 지나도 오래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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