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중개사협회 법정단체화 급물살… 프롭테크 "타다·로톡 사태 우려"
국회 상임위 통과… 투명성 강화냐 혁신 역행이냐
이화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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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공인중개사협회가 27년 만에 법정단체 지위를 회복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중개보수시장의 힘겨루기가 재점화됐다. 논란이 된 의무 가입과 단속권 조항은 빠졌지만 시장 영향력을 놓고 업계간 견제가 여전하다. 시장 투명성 강화라는 효과와 플랫폼 규제라는 우려가 교차해 이해관계자들의 반응이 엇갈리는 모습이다.
26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24일 국토교통법안심사소위에서 이 같은 내용의 '공인중개사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의결했다. 여야 국토위 간사 등 국민의힘·더불어민주당 의원 21명이 공동 발의해 정기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크다.
협회의 법정단체 승격을 골자로 한 이번 개정안은 협회를 단순 민간단체에서 법적 권한을 인정한 공식 기관으로 명시한다. 협회 윤리 규정도 국토교통부 장관 승인 하에 제정할 수 있다.
다만 프롭테크 업계와 갈등의 단초가 된 의무 가입 조항과 불공정행위에 대한 지도·단속권은 포함되지 않았다. 앞서 2022년 의무 가입 조항과 지도·단속권이 포함된 법안이 발의됐으나 협회의 지나친 권한 확대라는 프롭테크 업계의 반발로 입법이 좌초된 바 있다.
중개업계 "반쪽 법안" vs 프롭테크 "규제 신호"
협회는 수년간 이어진 무등록 중개와 전세사기 등 시장 혼란을 해결하기 위해 법정단체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협회는 1986년 설립 당시 법정단체였으나 1998년 외환위기(IMF) 당시 법 개정으로 임의단체로 전환됐다. 이후 수차례 법적 지위를 회복하려 시도했으나 프롭테크 업계와의 대립으로 좌초됐다.
이에 중개업계에선 '반쪽짜리 개정안'이라는 불만도 나오는 분위기다. 공인중개사협회 관계자는 "윤리 규정을 강제하려면 의무를 지키지 않았을 때의 처벌 규정이 있어야 하는데 이번 법안에는 해당 내용이 없어 선언적 의미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협회에 따르면 현재 개업 공인중개사의 협회 가입률은 97%다. 높은 수준이지만 가입 의무는 없다. 불법 중개 단속권은 협회가 임의단체로 전환될 당시 지방자치단체로 이관됐다.
법안이 시행되면 협회는 회원 수 11만명의 국내 최대 법정단체가 된다. 프롭테크업계는 협회의 제재로 공정한 경쟁 환경이 조성되기 어렵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 과거 협회가 다윈중개·집토스 등 플랫폼 업체들을 공인중개사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사례가 있고 낮은 중개보수로 인기를 끄는 직방·다방과도 갈등을 보였기 때문이다.
모빌리티 플랫폼 '타다'와 법률 플랫폼 '로톡'이 각각 택시조합, 대한변호사협회의 반발로 시장 진출에 한계를 겪었던 사례가 재현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협회가 독점 지위를 바탕으로 특정 플랫폼을 사용하는 공인중개사를 배제할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프롭테크업계 관계자는 "프롭테크 제휴 공인중개사에 대한 처벌 강화가 우려된다"며 "협회가 전세사기 사태의 관리 권한을 주장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 전세사기 사태 이전에도 협회는 프롭테크를 견제했고 전세사기 가담 공인중개사에 대한 탈퇴 처리 등의 노력이 없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협회 관계자는 "다수 회원들이 플랫폼을 이용하는 만큼 대립보다 협력이 더 필요한 상황"이라며 "협회가 프롭테크를 제재할 이유가 없는 데다 법 개정안은 프롭테크를 탄압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고 설명했다.
프롭테크 업계 일각에선 이번 조치를 통해 부동산 거래시장의 정상화를 기대할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다방 관계자는 "부동산 거래의 핵심 주체인 공인중개사와의 상생이 최우선 가치"라며 "관련 법안이 중개업 생태계의 건강한 발전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논의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부동산 정보의 투명성과 소비자 보호 강화는 업계 모두가 함께 추구해야 할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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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