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7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사진=뉴스1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올해 마지막 통화정책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2.50%로 동결했다. 가계부채 증가와 부동산 가격 상승 흐름이 이어지는 가운데 원/달러 환율 변동성까지 높아지면서 금융안정 부담이 커진 점이 주요 배경으로 꼽힌다.


한은은 27일 오전 통화정책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지난 7월과 8월, 10월 연이어 금리 동결을 택한데 이어 이번 회의에서도 '제자리 걸음'을 유지하게 됐다. 4회 연속 동결이다.

시장 역시 동결을 점쳤다. 금융투자협회가 발표한 '12월 채권시장지표'에 따르면 채권 보유 및 운용 관련 종사자 100명(47개 기관)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응답자의 96%가 이번 금통위에서 기준금리 동결을 예상했다. 지난 10월 85%가 금리동결을 예견했던 것과 비교해 11%포인트 높아졌다.


가계부채 확대, 원화 약세 심화, 부동산 과열 등이 맞물린 점이 금리 동결의 배경으로 지목된다. 실제 가계부채는 다시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한은이 발표한 '2025년 3분기 가계신용(잠정)'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가계신용 잔액은 1968조3000억원으로 전분기(1953조3000억원)보다 14조9000억원 증가했다. 이는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02년 4분기 이후 최대 증가폭이다.

부동산 가격 상승세도 부담을 키웠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이달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월대비 1.72% 올랐다. 2020년 9월(+2.0%) 이후 5년2개월 만에 최대폭 상승이다.


무엇보다 고환율 흐름이 뚜렷해지며 금융안정 리스크를 높인 점도 한은의 선택을 제한한 요인으로 꼽힌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2.9원 오른 1468.5원에 개장했다.

정부 역시 외환시장 변동성을 예의 주시 중이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전날(2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외환시장 등 최근 경제상황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외환시장에서 국내외 시장 참가자들의 원화 약세 기대가 대폭 확대되는 가운데 환율은 한때 1470원 중후반대까지 급등했다"며 "외환시장 변동성이 지나치게 확대될 경우 단호하게 대처한다는 원칙하에 대응해 나갈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한은은 이날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발표했다. 성장률 전망치는 올해 0.9%에서 1.0%로 내년은 1.6%에서 1.8%로 상향 조정했다.

미국 금리 인하 기대감 커지는데… 이창용 메시지에 답 있을까


그래픽=머니S 강지호 기자


이날 기준금리 발표보다 더 주목할 만한 건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나올 이창용 한은 총재의 메시지다. 특히 미국의 금리 인하 기대가 커지고 있는 만큼 이 총재가 향후 통화정책의 방향성을 현 기조대로 유지할지 또는 정책 전환 가능성을 언급할지가 시장의 관심사다.

존 윌리엄스 미국 뉴욕연방준비은행 총재는 21일(현지시각) 칠레 산티아고에서 열린 행사에서 "연방기금금리 목표 범위를 단기적으로 추가 조정할 여지가 있다"고 언급했다.

뉴욕 연은 총재는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상시 당연직 위원으로 연준은 오는 12월 9~10일 FOMC 회의를 열고 현행 3.75~4.00%인 기준금리 변동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특히 미국의 9월 소매판매·생산자물가지수(PPI) 등 주요 지표가 잇따라 둔화 흐름을 보이면서 연준의 금리 인하 가능성에 힘이 실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9월 소매판매는 전월과 비교해 0.2% 증가에 그쳐 시장 예상치(+0.4%)를 하회했고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월 대비 0.3% 상승하며 시장 전망(0.3%)에 부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