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증권사는 모험자본 공급 경쟁 시작하는데… 중소형사는 '소외감'
한투·미래에셋 등 대형사 수십조원 규모 모험자본 투입 선언
"빈익빈 부익부 심화" 우려…고액자산가 타깃 상품으로 활로
김병탁 기자
1,140
공유하기
정부의 생산적 금융 전환 기조에 발맞춰 국내 대형 증권사들이 수조원 규모의 모험자본 공급 계획을 잇달아 발표하고 있다. 하지만 자기자본 8조원 요건을 갖추지 못한 중소형 증권사들은 종합금융투자계좌(IMA) 사업에서 배제되면서 '부익부 빈익빈'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은 최근 금융위원회에 총 6조원 규모의 생산적 금융을 공급하겠다는 방침을 전달했다. 미래에셋증권과 함께 IMA 1호 사업자로 지정된 한국투자증권도 2028년까지 10조원 이상의 모험자본을 공급할 전망이다.
유안타증권은 "한국투자증권이 IMA 사업으로 10조원 수준을 조달하고, 보수적으로 마진 1%포인트를 얻는다고 가정할 때 연간 1000억원의 이익 증가 효과를 거둘 것"이라고 분석했다.
키움증권 역시 2028년까지 3조원, 메리츠증권은 그룹 차원에서 5조원 이상을 공급할 계획이다. NH투자증권도 총 3150억원을 투입한다고 발표했다. IMA 및 발행어음 사업자는 2028년까지 조달액의 25%를 모험자본으로 공급해야 한다.
현재 발행어음 사업자는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키움증권 등 5곳이며 삼성증권, 메리츠증권, 하나증권, 신한투자증권이 추가 심사를 받고 있어 연내 최대 9곳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문제는 IMA와 발행어음 인가 자격요건을 갖추지 못한 중소형 증권사들이다. 예컨대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만 원금보장 IMA 상품을 출시할 수 있게 되면서 이들 초대형사에 시중 자금이 몰리면 나머지 증권사와 격차가 더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로 인해 현재 중소형 증권사들은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증권사와 고액 자산가가 공동으로 자금을 모아 상장사 메자닌(CB·BW·RCPS)이나 유망 비상장 기업에 투자하는 방식이다.
다만 대상은 극소수 상위 1% 고액자산가에 한정된다. 메자닌·비상장 투자는 일반 상품보다 손실 위험도가 훨씬 높아 원금 보장 IMA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생산적 금융 전환을 강조하면서도 실제로는 대형사 중심의 정책 설계가 중소형사를 소외시킨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모험자본 공급 확대 취지는 좋지만, 자기자본 요건으로 대형사만 혜택을 보는 구조"라며 "중소형사도 각자의 강점을 살려 모험자본 생태계에 기여할 수 있도록 다양한 경로를 열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성공을 꿈꾸는 사람들의 경제 뉴스’ 머니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보도자료 및 기사 제보 ( [email protected] )>
-
김병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