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반건설 사옥 전경. /사진제공=호반건설


호반그룹이 올초 매입했던 ㈜LS의 지분을 최근 대량 매각해 대규모 시세차익을 거둔 것으로 관측된다. 계열사 간 기술 탈취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는 상대 기업의 주식을 매입해 경영권 분쟁 불씨를 지핀 뒤 주가가 급등하자 이를 매각해 차익을 거둔 방식에 곱지 않은 시선이 쏟아진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호반그룹은 보유하고 있던 4%대 ㈜LS 지분을 지난달부터 순차적으로 매각했다. 매각량은 보유주식 전체인 것으로 알려졌다.

호반은 올해 초 3% 미만의 ㈜LS 지분을 매입한 데 이어 추가로 주식을 사들여 4%대 지분을 확보했다. 당시 호반 측은 ㈜LS의 지분 매입에 대해 '단순 투자 목적'라고 밝혔다. 케이블 등 전력관련 사업의 업황과 전망이 호조를 보이는 상황에서 미래 성장을 내다본 투자라는 것이다.


하지만 업계에선 호반이 이미 케이블 사업을 영위하는 대한전선을 자회사로 두고 있음에도 경쟁 상대인 LS의 지분을 매입한 것엔 다른 목적이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당시 대한전선과 LS그룹 계열 LS전선은 기술 탈취 의혹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는 상황이었다. 대한전선은 LS전선의 버스덕트(건축물에 전기 에너지를 전달하는 장치)용 조인트 키트 제품 특허를 침해한 혐의로 지난 3월 2심 재판부로부터 15억1628만원을 배상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양측은 또한 해저케이블 기술 유출을 놓고 공방을 벌이고 있다. 경찰은 지난해 6월부터 LS전선의 해저케이블 공장 설계 노하우가 담긴 레이아웃이 건축설계회사 가운종합건축사사무소를 통해 대한전선에 유출됐다는 의혹을 수사 중이다. LS는 만약 대한전선의 기술 탈취 혐의가 확인될 경우 손해배상 소송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이런 상황에서 호반이 LS전선 모회사의 지분을 매수한 것은 향후 분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려는 목적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렸다. 지분 3% 이상을 확보하게 되면 회계장부 열람권, 임시 주주총회 소집권 등의 발동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선업의 성장성을 눈여겨 본 투자라면 분쟁 관계에 놓여있는 상대 기업의 지분을 매입할 게 아니라 자회사인 대한전선의 투자를 늘리든가 경영진이 대한전선의 자사주를 매입해 시장에 기업가치와 주가부양에 대한 자신감을 보여주면 됐다"고 지적했다.

호반의 지분 매입 이후 ㈜LS의 주가는 크게 상승했다. 호반그룹의 지분 매입 소식이 최초로 알려진 지난 3월12일 직후 하루 만에 10만1800원에서 12만1100원으로 19% 올랐고 이후에도 상승세를 지속해 이달 4일에는 장중 23만5000원까지 치솟았다. 주가 상승에 따라 호반이 ㈜LS 주식 매매로 얻은 시세차익은 1000억원대로 추산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호반의 ㈜LS 지분 매입·매도 배경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호반의 지분 매입으로 LS와의 경영권 분쟁 가능성이 불거지고 주가 역시 영향을 받았던 건 사실"이라며 "의도적으로 이를 활용한 것이라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