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2년 12월2일 서울시민회관에 큰불이 나 53명이 숨지고 76명이 다쳤다. 사진은 1972년 서울시민회관 화재를 진압하는 모습. /사진=행정안전부 국가기록원


1972년 12월2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에 위치한 서울시민회관에 큰불이 났다. 당시 이곳에선 문화방송(MBC) 개국 11주년 기념 '10대 가수 청백전'이 열려 국내 톱가수를 보러 온 관객으로 초만원을 이뤘다. 하지만 공연이 막바지로 향항 무렵 전기과열로 무대 조명이 터지면서 불이 시작됐다. 이 화재로 53명이 숨지고 76명이 부상을 입었다.

"펑"하는 굉음, 아수라장이 된 10대 가수 청백전

사진은 1972년 12월2일 서울시민회관 화재 당시 4층 회전창틀에 다리가 낀 채 매달려 있는 조수아양을 소방관이 구출하는 모습. /사진=서울시 소방재난본부


'10대 가수 청백전'에는 남진, 이상렬, 이용복, 정훈희, 조미미, 하춘화 등 당시 인기가수들이 총출동했다. 약 3000명의 관객이 객석을 가득 메웠고 공연은 클라이맥스를 향해 가고 있었다.


공연이 끝나갈 무렵인 저녁 8시30분쯤 '펑'하는 소리와 함께 갑자기 무대 위 조명 장치가 터졌다. 전기 과열로 인한 합선이었다. 주최 측은 당황해 급히 막을 내렸고 불길이 막으로 옮겨붙으면서 무대 전체가 화염에 휩싸였다. 건물 밖에서는 불길이 건물 두 배 높이로 솟구쳐 정부서울청사까지 열기가 전해졌다는 증언도 나왔다.

깜깜해진 객석에서 관객들은 좁은 통로와 계단으로 몰렸고 넘어진 이들 위로 사람들이 연달아 쏟아졌다. 2·3층에서는 창밖으로 뛰어내린 관객도 있었다. 일부 가수들이 경상을 입었고 건물 관장 이남용씨는 끝내 빠져나오지 못했다.

무면허 전기 설치·미작동 소방시설… 안전불감증이 만든 참사

소방당국은 소방차 72대, 소방관 400명, 군 병력 170명 등 총 1020명을 동원해 진화에 나섰다. 군 헬기까지 동원한 끝에 불길은 약 2시간 만에 잡혔다. 재는 공연장 3000여평을 전소시켰고 당시 기준 2억5000만원의 피해를 남겼다.


잔해가 식고 드러난 건 더 잔혹한 현실이었다. 사망 53명, 부상 76명. 3000여평의 공연장은 전소했고, 피해액은 당시 기준 2억5000만원에 달했다.

참사 후 드러난 사실은 더 냉혹했다. 회관의 소방시설은 사실상 작동하지 않았고 조명 설치는 무면허 전기기술자가 맡았다. 공연 당일 사용된 전력량은 회관 전체 전기의 절반을 넘겼다. 관리자는 위험을 인지하고도 공연 일정에 쫓겨 조명을 끄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관련 방송사 실무자 일부는 중실화 및 중과실치사상 혐의로 금고형을 선고받았다.

1978년 세종문화회관 개관하다

사진은 1978년 세종문화회관 개관 당시 전경. /사진=뉴스1(서울시 제공)


서울시민회관은 다음해 철거됐고 1978년 그 자리에 세종문화회관이 들어섰다. 세종문화회관은 '서울의 문화 심장'으로 통하지만 이 장소가 한때 수십 명의 생명을 화재로 앗아간 참사 현장이었다는 사실을 아는 이들은 많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