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반도체와 AI를 중심으로 조직 및 인사 재편, 기술 투자를 단행했다. /사진=뉴시스DB


삼성전자가 올해 반도체·AI를 축으로 조직과 경영 전략 재정비를 마무리했다. 메모리 개발 담당 조직, 디지털 트윈센터 신설, SAIT 재편 등 조직 혁신과 함께 정기 임원 인사에서도 반도체·AI 핵심 인재들을 대거 중용, 미래기술 중심의 경영 기조를 공고히 했다. AI 확산과 반도체 훈풍이 맞물리는 가운데 삼성전자의 이번 행보는 내년도 실적 기대감을 한층 더 키울 것으로 관측된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내년 사업을 앞두고, 조직·인사·투자 전략 손질을 마쳤다. 반도체 조직을 재구성해 메모리 초격차 의지를 보인 게 대표적이다. DS부문에는 D램·낸드 개발을 총괄하는 '메모리 개발 담당' 조직을 신설했다. 수장은 D램 개발실장을 역임 중인 황상준 부사장이 맡는다. 황 부사장은 제품별로 분산됐던 인력과 기술을 융합하고, 차세대 메모리 효율성을 극대화할 전망이다.

지난해 신설된 고대역폭메모리(HBM) 개발팀은 D램 개발실 산하 설계팀 조직으로 재편됐다. 기존에 팀을 이끌던 손영수 부사장이 설계팀장을 맡았으며, 기존 인력도 함께 자리를 옮겨 차세대 HBM 기술을 개발한다. 근래 HBM 경쟁력이 빠르게 회복 중인 만큼 별도 조직으로 꾸려졌던 HBM팀을 해체하고 설계팀에 인력을 재배치, 안정적인 성장을 도모한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제조인프라 총괄 산하에는 '디지털 트윈센터'가 신설됐다. 엔비디아와 함께 구상 중인 '반도체 AI 팩토리' 전략을 가속화 하기 위한 조직으로, 반도체 밸류체인 전 과정을 AI로 구동하는 게 핵심이다. 삼성전자는 엔디비아로부터 최신형 그래픽처리장치(GPU) 5만장을 순차 구매하고, 이를 반도체 공정에 도입할 예정이다.

미래기술의 산실로 불리는 SAIT(옛 삼성종합기술원)은 기존 '센터' 체제에서 더 작은 단위의 '플랫폼' 체제로 변화했다. 빠르게 바뀌는 AI 기술 트렌드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조직 유연화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회사는 얼마 전 박홍근 하버드대 교수를 SAIT 원장에 사장 직급으로 신규 위촉한 바 있다. 또 경영지원실 조직명도 '경영지원실'에서 경영지원담당으로 변경해 AI 등의 신사업 역할을 확대한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 /사진=삼성전자


정기 임원 인사에서도 반도체·AI 등 기술 인사를 전면에 배치했다. 정현호 사업지원태스크포스(TF)장 부회장 자리를 박학규 사업지원실장 사장이 채운 게 이를 증명한다. 박 사장은 기술 경영을 중시하고 반도체 분야 이해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정통 엔지니어 출신인 노태문 DX부문장 사장을 대표이사에 신규 선임하면서 기술 경영 체제를 안정적으로 강화하고자 했다.


부사장 이하 임원급 승진도 궤를 같이한다. 삼성전자는 2026년 정기 임원 인사에서 ▲부사장 51명 ▲상무 93명 ▲펠로우 1명 ▲마스터 16명 등 총 161명을 승진시켰다. 꾸준히 줄여오던 승진 규모를 5년 만에 늘리면서 기술 주권 잡기에 돌입했다. DS부문에서 전년보다 18명 늘어난 69명, DX부문에선 6년 증가한 92명을 승진시키면서 기술 중심 인사 기조를 이어갔다. 이윤수 DX부문 삼성리서치 데이터 인텔리전스팀장 부사장, 유호인 메모리사업부 D램 PA2그룹 상무 등의 핵심적 역할이 기대된다.

회사 관계자는 "AI·로봇·반도체 분야에서 성과 창출을 주도하고 역량이 입증된 인재를 등용했다"며 "미래 기술리더십 확보를 통한 지속성장의 기반을 마련했다"고 부연했다.


반도체·AI 관련 투자도 활발해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근래 60조원 이상의 자금을 들여 경기 평택사업장 2단지 5라인(P5) 프로젝트 건설을 재개했다. 차세대 HBM과 범용 D램을 병행 생산하는 게 골자다. 용인 반도체 국가산업단지 클러스터에도 360조원을 투자해 2031년까지 6개의 팹을 완공할 방침이다. 'AI 혁신 기술 센싱을 통한 새로운 성장 모멘텀 확보'를 취지로 2000억원도 출자한다.

삼성전자의 이러한 행보는 AI 대전환 흐름 속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맞물린 영향으로 풀이된다. 특히 반도체의 경우 AI 서비 및 데이터센터 확대로 고부가 메모리 수요가 폭증하면서 이른바 '슈퍼사이클'을 맞이했다. 실제로 산업통상부가 전날 발표한 자료를 보면 지난달 메모리 반도체 수출은 전년보다 38.6% 는 172억6000만달러로 월간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관련 시장 성장세와 회사 차원의 핵심 사업 드라이브가 이어지는 만큼 내년도 실적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는 삼성전자 내년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약 109% 증가한 80조114억원으로 전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