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 없던 새로운 상품이니까요. 당국도 업계도 투자자도 다 긴장하고 있죠."

최근 만난 IB(투자은행)업계의 한 전문가는 종합투자계좌(IMA) 첫 상품 출시를 앞두고 이같이 말했다. 초대형 IB 육성제도가 국내에 도입된 지 8년 만에 국내 최초로 IMA 인가를 받은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은 연내 첫 상품 출시를 앞두고 있다.


IMA는 정부가 강조해 온 '생산적 금융'과 '모험자본 공급'이 제도권 안에서 처음 현실화한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자기자본 8조원' 문턱을 넘은 초대형 증권사 신용을 바탕으로 하는 IMA 상품 출시로 국내 장기·모험자본이 안정적으로 흘러갈 수 있는 제도적 관문이 마련됐다는 평가다.

하지만 새로운 제도를 받아들이는 시장의 경계심과 리스크도 적지 않다. IMA는 고객이 예탁한 자금을 증권사가 통합 운용해 수익을 나누는 구조로 예금도 아니고 펀드도 아닌 독특한 형태다. '원금보장형 실적배당 상품'이라는 장점이 있지만, 중도 환매 시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구조적 특성도 함께 갖고 있다.


문제는 이 생소하고도 복잡한 구조가 시장은 물론 투자자에게도 너무나 낯설다는 점이다. 만약 투자자에게 상품 구조에 관해 완전히 고지되지 않고 고객이 온전히 이해하지 못할 경우 불완전판매 리스크로 이어질 수도 있다. '모험자본 공급 확대'라는 순기능이 희석될 우려도 있다.

IMA는 2028년까지 조달액의 25%를 모험자본에 의무 공급해야 한다. 이는 분명 정부가 의도한 '생산적 금융'의 핵심 축이다. 하지만 '모험자본'이라는 명목 아래 무리한 위험자산 확대나 레버리지 조달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증권사가 '모험자본'이라는 목적을 잊고 안정적인 수익 확보에만 집중할 경우 제도 본연의 역할도 희석될 수 있다. 원금보장 구조와 수익 분배 모델은 자칫 보수적 운용으로 기울게 만들고 이는 IMA가 지향하는 '생산적 금융'과 충돌할 수 있다.

이에 요구되는 것은 투명하게 공개되는 증권사의 내부통제 기준과 운용 원칙, 리스크 허용 한도다. 이 모든 내용은 시장과 고객에게 철저하게 고지돼야 한다.


실제 금융감독원도 IMA 사업자에 "성과보상체계부터 판매·사후관리까지 완전판매 시스템을 정비하라"고 주문한 상황이다. 금감원은 지정 다음 날부터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상품설명서·약관·리스크 문구를 하나씩 점검하고 있다.

첫 상품이 시장 기준이 되는 만큼 "깐깐하게 보겠다"는 입장이 분명하다. 시장에서는 한국투자증권이 연내 1호 IMA 상품을 출시할 것으로 전망했지만 상품구성·투자대상·리스크 문구 조율에 꼼꼼한 협의와 조정이 더해지며 출시 일정이 지연됐다. 다만 새로운 제도가 시장에 뿌리내리는 데 있어 '첫 단추'가 중요하기 때문에 신중에 신중을 거듭하겠다는 판단이다.

IMA가 순기능을 하려면 결국 세 가지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복잡한 구조를 명확하고도 투명하게 시장에 설명하는 것, 레버리지·투자대상·운용전략에 대해 공개하는 것, 판매 단계에서 완전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시장에 없던 새로운 제도를 성공시키는 힘은 결국 시장의 신뢰에서 나온다. IMA가 생산적 금융의 새 축이 될지, 기존 발행어음 제도의 변형 판에 그칠지는 지금의 설계·검증·설명 과정에 달려 있다.

새로운 제도를 시장에 안착시키는 데 있어 '속도'보다 중요한 것은 '안전성과 투명성'이라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증권부 염윤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