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해킹이 불러온 '보안 리더십'... KT 차기 수장, 위기 관리 최우선
'낙하산 논란' KT 대표, AI·보안 위해 전문성 필수… 김철수, 김태호, 남규택, 홍원표 등 물망
양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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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형 온라인 플랫폼 '쿠팡'이 역대급 개인정보 유출로 홍역을 앓는 가운데 KT 차기 대표의 자질로 보안 리더십이 대두된다. KT 역시 해킹 사태로 어려움에 처한 만큼 현재 위기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선 전문성이 담보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8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KT 이사후보추천위원회(이추위)는 지난 2일 회의를 통해 33명의 지원자 중 7명의 숏리스트(최종 후보군)를 확정하고 오는 9일 면접을 진행한다. 이번 후보군에는 김철수 전 KT스카이라이프 사장, 김태호 전 서울교통공사 사장, 남규택 전 KT CS 사장, 홍원표 전 SK쉴더스 부회장(가나다순) 등이 포함됐다.
KT는 민영화가 된 지 20년이 넘었지만 그동안 정권의 향배에 따라 거버넌스가 요동을 쳤다. 차기 대표가 선임될 때마다 낙하산 논란이 불거졌던 이유다. 최근 쿠팡에서 벌어진 3370만명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는 전문성 있는 인물의 필요성을 촉발시켰다는 평가다.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국가 안보 차원의 대응을 주문하며 징벌적 손해배상 현실화 등 기업의 무한 책임을 강조한 상황에서 KT 차기 대표는 '보안 역량'은 선택이 아닌 필수 생존 조건이 됐다는 것이다.
시급한 AI 과제 역시 차기 수장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배경이다.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 중인 소버린 AI(국산 AI) 성공을 위해서는 고성능 GPU 팜(Farm) 구축과 클라우드 고도화 등 탄탄한 인프라 지원이 필수적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KT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시각이 많다. 통신망 안정성(보안)을 확보하는 한편 복잡한 AI 기술 트렌드를 읽고 투자를 결단할 수 있는 '기술적 통찰력'을 갖춰야 하는 만큼 그동안 반복된 비전문가 대표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김철수, 김태호, 남규택, 홍원표 후보 등은 각기 다른 강점과 과제를 안고 있다는 분석이다. 홍원표 전 KT 전무 출신 SK쉴더스 부회장은 현재 거론되는 보안 리더십에 가장 근접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KT 재직 시절 '와이브로' 세계 최초 상용화를 이끈 엔지니어 출신으로 이후 삼성전자와 삼성SDS 대표를 거쳐 SK쉴더스 대표로 재직하며 물리·정보 보안을 결합한 '융합 보안' 체계를 완성했다. 통신(KT), IT서비스(삼성SDS), 보안(SK쉴더스)을 모두 경험한 '하이브리드 커리어'가 강점이나 글로벌 기업 활동으로 KT 내부 조직 문화와의 융합이 과제로 꼽힌다.
김철수 전 KT스카이라이프 사장은 LG유플러스와 KT를 오가며 영업 및 마케팅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통신 전문가다. KT스카이라이프 재임 시절 추진한 현대HCN 인수가 이후 대규모 영업권 손상차손(약 1240억원)과 당기순손실로 이어져 재무적 판단 능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과거 LG유플러스에서 KT로 이직할 당시 전직금지 가처분 소송 패소로 퇴사했던 이력이 있어 준법 경영 검증이 필요하다는 말이 많다.
김태호 전 서울교통공사 사장은 KT 출신으로 하림그룹, 차케어스 등 다양한 조직의 CEO를 거치며 경영 혁신 경험을 쌓았다. 서울교통공사 사장 재임 시절 대규모 친인척 채용 비리 의혹으로 감사원 해임 권고를 받았던 이력이 뇌관이다. 통신 현장을 떠난 지 6년이 넘어 급변하는 AI 및 보안 트렌드를 이끌기에는 공백이 길다는 우려도 나온다.
남규택 전 KT CS 사장은 KT 마케팅부문장을 역임하며 '집 나가면 개고생(쿡)' 등 히트 광고를 주도한 마케팅 전문가다. 조직 내부 사정에 밝고 안정적인 리더십이 강점이지만 현재 KT가 직면한 AI 전환과 고도화된 보안 위협을 타개할 기술적 비전이 부재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통신업계와 시민사회는 이번 KT CEO 선임이 '과거의 인연'이나 '정치적 셈법'이 아닌 철저한 '실력 위주'로 진행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신민수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KT의 메커니즘을 잘 알면서도 정부 정책 방향에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통찰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한석현 서울 YMCA 시민중계실장 또한 "통신 건전성과 보안에 대한 이해는 기본"이라며 "고객들에게 신뢰 회복의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인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KT 이사회는 오는 9일 면접을 통해 이들 후보의 전문성과 위기 관리 능력을 심층 검증한 뒤 16일 최종 후보 1인을 확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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