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신사가 내년 1월부터 조만호·조남성 2인 각자대표가 이끄는 '투톱 체제'로 전환하고 업무 영역별로 C레벨 책임제를 도입한다. 기업공개를 준비하는 시점에 각자 대표로 조직 관리 전문가를 선임한 배경에 업계의 이목이 쏠린다. /사진=무신사


무신사가 각자대표 체제를 공식화하며 조남성 신임 대표에게 안살림을 맡긴 배경에 업계의 이목이 쏠린다. 글로벌 확장과 기업공개(IPO)라는 과제를 앞두고 '조직 관리 전문가'를 전면에 내세워서다. 이는 외형 성장에 걸맞은 내부 시스템을 정비해 '유니콘'을 넘어 '글로벌 빅테크'로 도약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로 풀이된다.


12일 무신사는 내년 1월부터 조만호·조남성 2인 각자대표가 이끄는 투톱 체제로 전환하고 업무 영역별로 C레벨 책임제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두 대표는 각각 비즈니스와 사업지원을 담당하게 된다.

1972년생인 조 신임 대표는 고려대학교 심리학 학사와 미국 브리검영대학교 조직행동론 석사를 마친 뒤 25년 이상 인사(HR)와 조직 전략 분야에서 한 우물을 판 베테랑이다.


2000년 LG전자에서 경력을 시작한 그는 글로벌 IT 기업인 퀄컴 등을 거치며 선진적인 인사 시스템을 경험했다. 2016년 쿠팡에 합류해 유니콘 기업이 거대 플랫폼으로 도약하는 시기에 대규모 인재 영입과 조직 관리 시스템을 정립하는 역할을 맡았다. 2022년에는 SK그룹의 배터리 계열사인 SK On으로 자리를 옮겨 글로벌 시장에서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조직의 체계를 다지는 데 기여했다.

IPO·글로벌 확장 앞두고 '내실 다지기' 특명… 재무·법무·인사 등 안살림 총괄

조 대표의 이력은 '글로벌'과 '고속 성장'이라는 키워드로 요약된다. 급격히 덩치가 커지는 기업들이 겪는 '성장통'을 해결하고 체계적인 시스템을 이식하는 데 특화된 인물이라는 평가다.

무신사는 이번 인사를 통해 창업자인 조만호 대표와 조남성 대표의 역할 분담을 명확히 하고 조직의 안정성을 강화할 방침이다. 조만호 대표가 무신사의 정체성을 유지하며 장기적인 비전과 대외 사업 확장을 주도한다면, 조남성 대표는 안살림을 책임지는 구조다.


조 대표는 지난해 7월 무신사 경영지원본부장(부사장)으로 합류한 이후 약 1년 5개월간 내부 사정을 파악해 왔다. 앞으로 그는 인사(HR)뿐만 아니라 재무, 법무, 홍보 등 경영 지원 전반을 총괄하며 조직의 내실을 다지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무신사가 개발자나 MD 출신이 아닌 조직관리 전문가를 대표로 선임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며 "IPO를 앞두고 투명한 지배구조 확립과 글로벌 기준에 맞는 조직 문화를 구축해 시장의 신뢰를 얻겠다는 포석"이라고 분석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급성장 기업들이 IPO 과정에서 외형 확장에만 치중하다 자칫 지배구조 같은 기본기를 놓쳐 리스크를 자초하는 경우가 있다"며 "이번 인사는 내실을 다지며 글로벌 기업으로 나아가기 위한 성장 기업의 모범 사례가 될 것'이라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