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가 신세계푸드를 자진 상장폐지하고 100% 자회사로 편입하는 배경을 두고 업계의 이목이 쏠린다. /사진=신세계푸드


이마트가 신세계푸드 지분을 100% 확보하고 자진 상장폐지를 추진한다. 신세계푸드의 내부거래 비중이 공정거래위원회의 감시 사정권에 있음에도 자진 상장폐지를 강행하는 배경에 업계의 이목이 쏠린다. 100% 자회사로 편입해 그룹 수직계열화를 완성, 양사 간 수익성을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마트는 이날부터 내년 1월5일까지 22일간 신세계푸드 보통주 146만7319주(37.89%)를 공개매수한다. 매수 가격은 주당 4만8120원으로 공개매수 개시일 직전 영업일인 12일 종가(4만100원) 대비 약 20% 할증된 금액이다.

앞서 이마트는 지난 12일 조선호텔앤리조트 보유 지분 8.6%를 전량 매입해 지분율을 55.47%까지 끌어올렸다. 이번 공개매수를 통해 잔여 지분을 모두 확보한 뒤 관련 법령에 따라 자발적 상장폐지 절차를 밟을 계획이다.


이마트 측은 "주식시장에서 저평가된 기업 가치를 해소하고 정부의 밸류업 정책에 맞춰 중복상장 구조를 해소하려는 목적"이라며 "의사결정 구조를 단일화해 신속하고 과감한 경영 판단을 내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마트가 신세계푸드의 상장폐지라는 강수를 둔 배경에는 그룹 전반에 퍼진 수익성 위기가 자리하고 있다.


이마트의 2024년 연결 매출은 약 29조209억원으로 전년 대비 소폭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471억원을 기록하며 2023년 사상 첫 적자(469억원 손실)에서 흑자 전환했으나, 영업이익률은 0.16%에 불과하다. 신세계푸드 역시 2024년 매출 1조5348억원, 영업이익 207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률은 전년(1.77%)보다 하락한 1.35%에 그쳤다.

이마트는 정용진 회장 승진 이후 이마트, 이마트에브리데이, 이마트24 통합소싱과 창사 이래 첫 희망퇴직 등 대대적인 구조조정과 사업개편을 통해 수익성 강화를 그룹의 최우선 과제로 삼고 달려왔다.

내부거래 37% 육박… 상폐로 규제 리스크 해소·'공급기지' 완성

신세계푸드 2020~2025년 실적 및 영업이익률 추이. /그래픽=강지호기자


이마트의 다음 카드는 신세계푸드의 '그룹 공급기지' 재편이다. 올해 연매출 2700억원 규모의 저수익(이익률 1~2%) 단체급식 사업을 아워홈에 매각하고, 확보된 현금을 HMR(가정간편식)·베이커리 제조 설비와 물류에 집중 투자했다.


2026년 정기 임원인사의 방향도 이와 맥을 같이 한다. 그룹은 '재무통' 강승협 전 대표가 급식사업 매각 등 굵직한 과제를 마무리하자 1년 만에 대표이사를 교체했다. 새롭게 선임된 임형섭 대표는 물류·B2B 전문가. 구조조정이 끝난 자리에 실무형 전문가를 투입해 이마트24, 스타벅스 향 공급망을 장악하겠다는 의도다.

업계에서는 이번 상장폐지가 높은 내부거래 비중에 따른 규제 리스크를 해소하고 계열사 지원 사격을 본격화하기 위한 수순으로 보고 있다.

신세계푸드의 내부거래 금액은 ▲2022년 5307억원 ▲2023년 5647억원 ▲2024년 5689억원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전체 매출 대비 비중은 2024년 기준 37.0%에 달한다. 이는 경쟁사인 CJ프레시웨이(8.9%), 현대그린푸드(3.6%)와 비교하면 확연히 높은 수치다. 현행 공정거래법상 내부거래 비중이 12% 이상일 경우 사익편취 규제 대상이 될 수 있어 상장사로서는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공시 보고서를 살펴보면 스타벅스(SCK컴퍼니)와의 거래 증가세가 가파르다. 신세계푸드의 스타벅스 관련 매출은 2020년 1350억원에서 2024년 2262억원으로 5년 새 67.6% 증가했다. 이마트와 스타벅스 합산 거래 규모만 4000억원대를 넘는다. 최근에는 이마트24가 출시한 '노브랜드 4000원 버거' 생산을 전담하고, 이마트 베이커리 위탁 운영을 확대하는 등 계열사 의존도는 더욱 심화하는 추세다.

상장폐지를 통해 100% 자회사가 되면 이러한 내부거래 이슈에서 한층 자유로워진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정용진 회장 승진 이후 수익성 최우선 기조하에 신세계푸드의 독자 생존보다는 그룹 전체 이익을 위한 희생과 기여가 요구되는 시점"이라며 "완전 자회사 편입 이후 신세계푸드는 이마트의 원가 절감과 이익 방어를 위한 '전용 공장'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