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금융 위축으로 금융취약층이 불법사채로 내몰리고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저신용자 금융 공급이 줄어든 가운데 대부금융의 역할 회복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사진은 16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한국대부금융협회 제16회 소비자금융 컨퍼런스에서 종합토론이 진행되는 모습./사진=홍지인 기자


대부금융 위축으로 금융취약층이 불법사채로 내몰리고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저신용자 금융 공급이 줄어든 가운데 대부금융의 역할 회복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한국대부금융협회는 16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대부금융 활성화를 통한 금융취약층 포용방안 모색'을 주제로 제16회 소비자금융 컨퍼런스를 개최하고 대부금융업계의 현안과 제도 개선 과제를 논의했다. 이날 행사에는 금융당국과 학계, 대부금융사 관계자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정성웅 한국대부금융협회 회장은 개회사에서 제도권 금융의 공급 위축이 금융취약층을 불법사채로 내몰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제도권에서 소외된 많은 금융취약층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불법사채를 역선택하는 비극에 내몰리고 있다"며 "이는 제도권 대부금융의 공급 기능이 위축되면서 취약계층의 합법적인 선택지가 사라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부금융이 제 기능을 회복하고 활성화되면 불법사채는 자연히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제 발표를 맡은 김상봉 한성대학교 교수는 연구 결과를 토대로 저신용자에 대한 제도권 금융 공급이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은행과 저축은행 등 제도권 금융의 저신용자 신규 공급액은 2021년 51조6000억원에서 2024년 33조7000억원으로 3년 만에 35% 줄었고, 공급 비중도 같은 기간 7.2%포인트 감소했다.

김 교수는 "은행권은 심사 강화를 통해 가계대출 평균 신용점수를 900점대 중후반으로 제한하고 있어 저신용자는 사실상 은행에서 배제되는 상황"이라며 저축은행과 상호금융권 역시 건전성 관리 기조로 저신용자 대출을 축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책서민금융 공급 또한 감소세를 보이며 저신용자 자금 수요를 감당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제도권 금융의 마지막 보루로 여겨지던 대부금융마저 역마진 구조로 위축되고 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김 교수는 "법정 최고금리 20%는 대부금융사의 원가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라며 "기준금리와 연체율이 상승하는 상황에서도 최고금리가 고정돼 있어 역마진 영업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대부금융 신용대출은 감소하고 담보대출 비중은 늘어나면서 저신용자의 대출 기회가 더욱 축소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부금융 기능 약화는 불법사채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김 교수는 "대부금융은 제도권 금융의 마지막 안전망 기능을 하는 만큼 대부금융이 위축되면서 도움이 필요한 취약층이 불법사채로 내몰릴 위험이 있다"며 "합리적인 규제 개선을 통해 금융취약층을 제도권으로 포용하고 불법사채 피해를 예방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주제 발표 이후 이어진 종합토론에서도 대부금융의 기능 회복 필요성에 공감대가 형성됐다. 조만 서강대학교 교수는 "조달금리와 대손비용 등을 고려한 대부업권의 적정 대출금리에 대한 정밀한 분석이 필요하다"며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의 역할 분담에 대한 논의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수진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022년 이후 상승한 자금조달 비용과 신용위험 비용이 대출금리에 합리적으로 반영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고, 최철 숙명여자대학교 교수는 "대부업은 제도권 금융임에도 불법사금융과 혼동되며 부정적인 이미지가 고착화돼 있다"며 우량 대부금융 사업자를 명확히 구분할 수 있도록 명칭과 법체계 정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안용섭 서민금융연구원 원장은 "우수 대부업자에 대한 은행권 차입을 실질적으로 활성화하고 대부금융의 자금조달 수단을 다변화해 서민금융 공급 여력을 제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