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롤드 로저스 쿠팡 임시 대표가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쿠팡 침해사고 관련 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스1 신웅수 기자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발생한 쿠팡을 대상으로 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청문회에서 해롤드 로저스 신임 대표이사가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해 공분을 샀다. 최민희 과방위원장은 불출석한 핵심 증인들을 고발하고 청문회 이후 국정조사에 돌입하겠다고 예고하는 등 강경 대응에 나섰다.


17일 국회 과방위는 쿠팡 개인정보 유출 관련 청문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는 증인으로 소환된 김범석 쿠팡 Inc. 의장의 불출석과 쿠팡의 소극적인 태도에 대한 여야 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졌다.

황정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김 의장이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힌 이후 쿠팡 주가가 이틀 만에 10% 가까이 급락했다"며 "시장이 쿠팡을 바라보는 시선이 국회의 질타와 다를 바 없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국 공시에 김범석 의장이 한국 사업의 최고운영 의사결정자라고 공시되어 있는데, 맞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와 관련해 해럴드 로저스 쿠팡 대표는 "한국 법인 대표로서 모든 질문에 답하겠다"면서도 "김범석은 미국 쿠팡 Inc 이사회 의장"이라며 직접적인 답변을 피했다. 답변 도중 "통역이 제대로 되고 있는지 확인하고 싶다"며 시간을 끄는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이에 황 의원은 "동문서답 전략"이라고 비판했다. 최 위원장도 "의미 없는 답변이 계속되고 있는 것 같다"며 직접 제동을 걸었다.

'김 의장이 이 사고에 대해 뭐라고 했느냐'고 묻자 "김 의장은 이 부분에 대해 저한테 말한 것은 아니고 본 사안에 대해 의장과 이사회에 보고 진행했다"고 답변했다. 김 의장의 사과 의사를 묻자 "그런 대화를 김 의장과 나누진 않았으나 한국 대표이사로서 사과의 말을 전했다"고 말해 김 의장의 사과 발언이 없었음을 시사했다.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도 "(김 의장이)글로벌 CEO라는 이유로 참석 못하겠다고 하는데 정말 언어도단"이라며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이어"모국어로 당당하게 과오를 설명할 수 있음에도 외국인을 앞세워 회피하는 태도는 비겁하다"고 꼬집었다.

박대준 전 쿠팡 대표이사의 현재 위치도 도마 위에 올랐다. 최 위원장은 민병기 쿠팡 부사장에게 "지금 당장 박 전 대표에게 연락해 출석시키라"며 회의장 밖으로 내보내는 등 강도 높게 압박했다. 연락이 두절된 박 전 대표의 소재를 파악하고 출석을 요구하기 위해 국회 관계자들을 직접 파견하기로 했다.


아울러 과방위는 청문회에 불참한 핵심 증인에 대한 법적 조치를 공식화했다. 최 위원장은 김 의장과 박 전 대표, 강한승 전 대표 등 불출석한 증인 3명을 고발하고 청문회 이후 국정조사 절차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