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진법사 전성배씨를 통해 김건희 여사에게 고가 선물을 전달하고 통일교의 현안을 청탁한 의혹을 받는 윤영호 전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통일교) 전 세계본부장의 녹취록이 공개됐다. 사진은 지난 7월30일 오전 윤 전 본부장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경찰이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통일교)의 정치권 불법 로비 의혹에 대해 수사를 시작한 가운데,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한학자 통일교 총재의 사전 지시 없이 정치권과 접촉을 했다는 발언이 담긴 녹취록이 공개됐다.


지난 17일 뉴스1에 따르면 통일교 측은 최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녹취록을 공식 SNS 등에 공개했다. 통일교 측은 2022년 4월 녹음한 것이라며 한 녹취록을 공유했다.

녹취에서 윤 전 본부장은 "접견실 안에 집무실이 있는데 거기서 제가 (윤석열 전 대통령을) 독대했다"며 "이걸 가는 것도 어머님(한학자)께 보고를 못 드렸다"고 말했다. 2022년 3월 윤 전 본부장은 당선인 신분이었던 윤 전 대통령을 만났고, 녹취록은 이에 대한 내부 보고 과정에서 녹음됐다.


윤 전 본부장은 "다음날 어머님을 뵙고 제가 말씀을 드리니까 어머님이 놀라셨다"며 한 총재가 윤 전 대통령과의 접촉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또 윤 전 본부장이 한 총재에게 사전 보고하지 않고 사업을 진행했다는 내용도 담겼다. 윤 전 본부장은 "제가 국가 간의 프로젝트는 만들어서 집행된 다음에 보고를 드려야겠죠"라고 말했다.

통일교 측은 줄곧 '윤영호 개인의 일탈'이라며 교단과 한 총재 개입을 부인하고 있다. 이번 녹취도 이런 입장을 추가로 설명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윤 전 본부장은 특검 조사에서 한 총재의 지시로 정치권에 금품 등을 제공했다고 진술했다. 경찰도 특검 진술을 바탕으로 윤 전 본부장의 정치권 로비가 한 총재의 승인하에 이뤄진 것으로 보고, 한 총재를 최종적인 책임자로 보고 있다. 윤 전 본부장은 한 총재의 횡령 및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재판에서도 한 총재의 지시에 의해 활동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통일교는 '물귀신 작전'이라며 윤 전 본부장의 독단적 판단이라고 반박했다.

경찰은 이날 한 총재가 구금된 서울구치소를 방문해 접견 조사를 실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