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G넥스원 노사가 고정 초과근로시간 제도를 놓고 끝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사진은 LIG넥스원 판교하우스 전경./사진=LIG넥스원


LIG넥스원 임금교섭 및 단체협상이 포괄임금제와 근태 관리 논란으로 중대 분기점을 맞았다. 고정 초과근로시간(OT) 제도를 둘러싼 이견 속에 노동조합은 중앙노동위원회 조정 신청 절차를 검토하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열린 16차 임단협 교섭 합의에 실패한 노조는 중앙노동위원회 조정 신청에 나설 전망이다. 조정 신청 이후 중노위가 조정중지를 결정하고 조합원 투표로 가결될 경우 쟁의권을 확보하게 된다.

핵심은 사무·연구직에 적용돼 온 고정 OT 제도와 근태 관리 방식이다. 방산업 특성상 개발·시험·양산·수출 프로젝트가 동시에 진행되고 격오지 출장과 납기 압박이 반복되면서 장시간 근무가 구조적으로 발생해 왔다는 점에서 근로시간 산정과 보상 문제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노조는 현재 월 24시간으로 설정된 고정 OT 제도를 '사실상 포괄임금제'로 규정하며 전면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고정 OT를 초과하는 근무가 반복되는 상황에서 실제 근로시간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고 제도 자체가 장시간 노동을 고착화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동종 방산업계에서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2020년,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지난해 포괄임금제를 폐지했고 한화시스템도 2028년 완전 폐지를 목표로 단계적 축소를 진행하고 있다.


회사가 고정 OT 축소를 명분으로 PC 기반 출퇴근 및 근태 관리 도입을 검토한 점에 대해 노조는 '조건부 포괄임금제 유지'라고 반발하고 있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이사장은 "고정 OT는 실무적으로 하루 1~2시간의 잔업을 전제로 수당을 미리 포함해 지급하는 방식으로 노동 현장에서는 포괄임금제와 큰 차이 없이 인식된다"고 설명했다.

LIG넥스원은 2022년 고용노동부 특별근로감독에서 고정 OT 오남용이 적발돼 미지급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하기도 했다. 노조는 이를 근거로 "제도 개선 없이 같은 문제가 반복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노조는 보안 사업장 특성상 건물 출입 시 사원증 태깅만으로도 출퇴근 시간이 기록되는 환경에서 PC 기준 근태 관리를 도입하는 것은 과도한 조치라고 지적한다. 회의나 외근 등 실제 업무 시간이 배제돼 임금을 줄이려는 수단으로 작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곽영찬 LIG넥스원지회 지회장은 "현재 시스템에서도 비업무 시간은 개인이 구분할 수 있는데 굳이 PC 기준을 도입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LIG넥스원은 노조 주장에 선을 긋고 있다. LIG넥스원 관계자는 "포괄임금제가 아니라 약정 초과근로시간제"라며 "약정된 시간을 초과할 경우 연장근로수당을 별도로 지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임단협에서 합의된 노사 공동 태스크포스(TF)를 통해 고정 OT를 기존 24시간에서 16시간으로 축소하는 방안을 제안했고 출퇴근 기준 역시 기존과 동일하게 게이트 통과 기록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근태 확인과 관련해서도 통제나 감시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LIG넥스원 관계자는 "게이트 통과 기록과 실제 근무 상황 사이에 비정상적으로 큰 차이가 발생하는 경우만 확인하는 보완 장치"라며 "화장실 이동이나 외근 과정에서 전화를 받는 등 불가피한 상황은 모두 업무시간으로 처리할 수 있고 인사고과나 평가와는 전혀 연계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장기간 비업무 공간에 머무는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일반 직원에게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덧붙였다.

중앙노동위원회 조정 국면에 들어서면서 이번 사안이 노사 분쟁으로 성립하는지에 대한 판단 기준에도 관심이 쏠린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사전에 협의나 합의가 있었는지를 가장 중요한 쟁점으로 보게 된다"며 "근로계약이나 노사 협약을 통해 충분한 합의가 있었다면 정상적인 급여 지급으로 이해될 수 있지만 그런 합의 없이 운영됐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