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26일 경기 성남시 네이버 그린팩토리에서 열린 제26기 주주총회를 마치고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네이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3.26/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은둔의 경영자로 불리며 오랜 기간 뒷선에서 회사를 지원해온 이해진 네이버 의장이 지난 3월 8년 만에 경영 일선으로 복귀했다. 이해진 의장은 '승부사'로 알려져 그의 복귀가 주목받았다. 1999년 네이버를 창업한 이후 산업의 변곡점마다 과감한 승부수를 던지며 네이버를 굴지의 IT 플랫폼으로 키워냈다.


이 의장은 2017년 이사회 의장에서 물러난 뒤 이듬해 3월 등기이사직까지 내려놓았지만 글로벌투자책임자로서 해외 시장 개척을 위해 힘써왔다. 산업구조가 AI(인공지능)를 중심으로 재편되며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그의 복귀는 '골든타임'을 놓쳐선 안 된다는 판단 아래 체질 전환을 직접 지휘하겠다는 선언인 셈이다.

복귀 후 가장 공을 들이는 영역은 '소버린 AI'다. 이는 국가와 기업이 독자 데이터와 기술로 구축하는 자주형 AI 인프라로 네이버는 이를 바탕으로 AI·클라우드·데이터를 아우르는 차세대 성장 축을 만들고 있다.


네이버는 독자 AI 생태계 확산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미 자체 AI 모델 '하이퍼클로바X'를 개발해 클라우드 등 풀스택 역량을 갖췄으며 자국 언어·문화 중심의 AI 모델로 기술 주권을 확보했다. 최근에는 이를 기반으로 한 신규 생성형 AI 모델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버는 '풀스택 AI' 강자로 평가받으며 정부 AI 프로젝트에서도 주도권을 확보했다. 네이버클라우드는 정부 추진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사업의 정예팀으로 선정됐으며 텍스트·이미지·음성을 동시에 이해하고 생성하는 차세대 '옴니모달(omni-modal)' AI 개발을 사실상 완료한 상태다.


이 의장의 행보는 글로벌 협력으로 이어졌다. 이 의장은 지난 10월 경북 경주에서 열린 이재명 대통령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의 회동에 함께 참석했다. 네이버클라우드는 엔비디아와 차세대 '피지컬 AI' 플랫폼을 공동 개발하는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며 '소버린 AI 2.0' 비전을 현실화하기 위한 첫걸음을 내디뎠다.

'팀네이버' 전략 아래 네이버와 네이버클라우드는 중동 시장을 새로운 AI 전초기지로 삼고 있다. 이 의장은 지난 11월 사우디아라비아를 1년 만에 방문해 현지 장관과 디지털 금융 협력 방안을 논의하며 스테이블코인과 데이터센터 개발 계획에 관한 공동 추진 방안을 협의했다. 이는 5월 출범한 네이버-사우디 국립주택공사(NHC) 합작법인 '네이버 이노베이션'의 지도 기반 슈퍼앱 사업을 넘어 디지털 금융 인프라까지 확대하는 포석으로 평가된다.


이 의장은 최근 두나무 인수합병(M&A)을 주도해 핀테크·웹3 역량을 강화하는 '혈맹'을 맺기도 했다. 지난달 합병 기자간담회에서 "AI 시대에서 대한민국이 강국이 되려면 많은 회사가 서로 힘을 합쳐 나가야 한다"며 "글로벌에 대한 꿈과 사명이 네이버의 본질"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처럼 네이버의 '소버린 AI' 전략은 한국 AI 주권 확보와 글로벌 성장의 새 동력으로 부상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