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엔진이 노르웨이 전기추진체 전문기업을 인수하는 등 친환경 기술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글로벌 환경 규제 강화로 늘어나는 친환경 선박 엔진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사진=한화엔진


한화그룹의 선박 엔진 제조사 한화엔진이 친환경 기술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탄소 배출 규제 강화로 친환경 선박 발주가 늘어나는 흐름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계열사인 한화오션과의 시너지를 바탕으로 2030년 친환경 선박 100% 건조라는 그룹의 중장기 비전 실현에도 일조하고 있다.


한화엔진은 지난 19일 노르웨이 전기추진체 전문기업 SEAM의 지분 100%를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인수는 한화엔진 단독으로 진행하며 인수 금액은 20억 노르웨이 크로네(약 2809억원)다. 한화엔진은 국내 기업 최초로 북유럽 선박용 전기추진체 시장에 진출한다.

SEAM은 노르웨이에 본사를 둔 전기추진체 시스템 통합 전문 기업이다. 전기추진 선박에 적용되는 에너지 저장장치(ESS)와 모터, 그리고 이를 제어하는 소프트웨어를 일괄 공급하고 있다. 현재 전기추진선박 도입이 가장 활발한 노르웨이 시장에서 약 40%의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으며 유럽 해양 시장 전반에서 전기추진 및 시스템 통합 역량을 인정받고 있다.


한화엔진은 이번 인수로 내연기관 엔진부터 전기추진 시스템 아우르는 '통합 추진솔루션'을 갖추게 됐다. 기존 내연기관 엔진생산 역량에 SEAM의 전기추진 시스템 사업을 더해 선박 규모와 운항 특성에 맞는 다양한 추진 시스템을 제공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중·대형 선박에는 이중연료(Dual Fuel·DF) 엔진 솔루션, 중·소형 선박에는 전기추진 및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적용할 수 있다.

한화엔진 관계자는 "DF 엔진은 대형 선박에 적용되고 전기·하이브리드 엔진은 페리선이나 여객선 등 중·소형 선종에 탑재된다"며 "DF 엔진도 친환경이긴 하지만 국제해사기구(IMO)가 지향하는 넷제로(Net Zero)에 완전히 부합하지 않는 만큼 장기적으로는 전기·하이브리드 추진 선박 비중이 확대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DF엔진은 석유와 액화천연가스(LNG), 메탄올, 암모니아 등을 연료로 활용하는 엔진으로 주로 LNG선에 탑재된다. IMO의 환경 규제 강화로 최근 수요가 급증하고 있으며 친환경 선박 수주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부품으로 꼽힌다. 한화엔진은 2013년 세계 최초로 DF 저속 엔진 양산에 성공했다.

올해 한화엔진이 기록한 1조6262억원의 신규 수주 중 DF 엔진 비율은 88%에 달했다. DF 엔진 수주액은 1조4359억원으로 지난해 연간 DF 엔진 수주액(1조3151억원)을 넘어섰다. 한화엔진의 선박용 엔진 수주에서 DF 엔진 비중은 2022년 이후 매년 80%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디젤 엔진 대비 단가가 높은 DF 엔진 수주가 확대되면서 수익성도 개선됐다. 올해 3분기 한화엔진은 매출 2973억원, 영업이익 266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0.4%, 73.9% 증가한 수치다. 3분기 영업이익률도 8.9%로 전년 동기(5.2%) 대비 3.7%p 상승했다.

친환경 엔진 라인업이 확대되면서 한화오션과의 시너지 효과도 기대된다. 한화오션이 건조하는 선박에 한화엔진의 다양한 추진 시스템을 적용해 수주 경쟁력을 높일 수 있어서다. 한화오션은 최근 친환경 선박을 중심으로 한 고부가 선별 수주에 집중하고 있으며 올해 LNG 운반선 13척을 수주하는 성과를 거뒀다.

한화엔진은 한화오션이 제시한 2030년 친환경 선박 건조 100% 목표에도 힘을 보태고 있다. 한화엔진 관계자는 "노르웨이 SEAM 인수는 회사의 중장기 사업 전략에 기반해 추진된 사안으로 그룹의 중장기 비전 방향성과도 궤를 같이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