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이 마스가를 중심으로 미국 조선·방산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8월 한화 필리조선소를 방문한 이재명 대통령과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의 모습. /사진=뉴시스


한화그룹이 한미 조선협력 프로젝트 '마스가(MASGA)'를 중심으로 미국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상업용 선박부터 미 해군 함정, 포탄, 항공전자 장비까지 사업 영역을 넓히는 모습이다. 필리조선소에 이은 현지 생산 거점 확보에도 힘을 쏟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플로리다 마러라고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트럼프급' 군함을 건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대식 군함으로 함대를 재편하는 '황금 함대' 전략의 일환으로 배수량은 3만~4만톤급이 될 전망이다. 인공지능(AI) 기반 제어 기술을 적용하겠다는 구상도 함께 제시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가장 빠르고 가장 크며 현존하는 어떤 군함보다도 100배는 더 강력할 것"이라며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전함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미 해군은 대형 군함(구축함)과 더불어 기동성을 갖춘 프리깃함(호위함) 새 모델도 개발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함정이 국내에서 건조될 것이라고 강조하며 건조 업체로 한화오션을 지목했다. 한화가 필리조선소에 50억달러(약 7조4000억원)를 투자하기로 했다고도 강조했다.

이에 따라 필리조선소의 방산 인증 패스트트랙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미 해군 전투함 사업에 참여하려면 '시설보안인증(FCL)' 획득이 필수적인데 한화그룹은 필리조선소를 인수한 지난해 12월 미 당국에 FCL을 신청했다. 인증까지 최대 5년이 소요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한화와의 협력을 직접 언급한 만큼 절차가 앞당겨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필리조선소가 FCL을 확보한다면 군함은 물론 미국 잠수함 시장에도 진출할 수 있다. 필리조선소가 위치한 필라델피아는 미국 내에서 원자력추진잠수함을 건조할 수 있는 두 곳의 조선소(제너럴다이내믹스 일렉트릭보트, 헌팅턴잉걸스 뉴포트뉴스) 사이에 자리 잡고 있어 지리적·전략적 이점을 갖췄다는 평가다.

한화그룹이 최대주주로 올라선 오스탈의 역할도 기대된다. 오스탈USA는 앨러배마와 샌디에이고 등에서 조선소를 운영하는 미 해군의 4대 핵심 공급업체 중 하나다. 미국 내 소형 수상지원함, 군수지원함 시장점유율 40~60%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미 국방부 및 해군과 단단한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어 한화의 미국 방산 시장 진출에 상당한 도움이 될 전망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10억달러를 투입해 미국 현지에 포탄 공장을 설립한다. /사진=한화에어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현지 생산 거점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재 미국에서 155㎜ 포탄용 모듈형 추진장약(MCS) 생산 공장 부지를 물색하고 있으며 총 투자 금액은 10억달러(약 1조4700억원)다. 내년 착공에 돌입해 2030년 양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러·우 전쟁 이후 미국에서는 155㎜ 포탄용 MCS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원료 수급부터 최종 생산까지 전 공정을 현지에서 수행해 미국 내 MCS 생산 확대에 기여할 방침이다. 완전 자동화 생산 시스템을 구축해 생산 효율과 품질을 동시에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한화시스템은 디지털 항공전자 장비 수출로 미국 시장 진출에 성공했다. 지난 18일 보잉이 생산하는 미 공군의 F-15EX에 '대화면 다기능 전시기(ELAD)' 납품 계약을 따냈다. 한화시스템이 미군 공급망에 들어가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미군 납품은 해당 제품의 기술력과 품질을 공식적으로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를 계기로 전투기 조종석 현대화 사업을 추진 중인 다른 국가들로의 추가 수주 가능성도 기대된다. 한화시스템 관계자는 "미국 시장을 포함한 글로벌 항공전자 시장에서 사업 기회를 더욱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