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사] 정기선 회장 "독보적 기술·끝없는 도전으로 위기 넘자"
HD현대 정 회장 "기술 우위 영원하지 않아… 노력만이 살 길"
최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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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선 HD현대 회장이 2026년 신년사를 통해 글로벌 보호무역 확산과 중국 기업의 급부상을 직접 언급하며 기술 초격차와 두려움 없는 도전을 핵심 경영 키워드로 제시했다.
정 회장은 31일 신년사에서 "희망찬 2026년 새해가 밝았다"며 "올해는 병오년(丙午年) 붉은 말의 해"라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엔진의 출력 성능을 표현할 때 마력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데 말이 예로부터 끈기와 활력, 에너지를 상징해왔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며 "진취적인 모습으로 앞으로 나아가는 말의 모습처럼 임직원 여러분도 열정과 에너지가 넘치는 한 해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해 성과에 대해서는 비교적 구체적인 수치와 기록을 들어 평가했다. 정 회장은 "지난해 우리는 어려운 대내외 환경 속에서도 의미 있는 성과를 이뤄냈다"며 "조선과 전력기기 사업의 지속적인 성장에 힘입어 그룹 전체 실적은 개선세를 이어갔고 이에 국내 기업 가운데 다섯 번째로 시가총액 100조 클럽에 이름을 올릴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이는 우리 그룹이 시장에 신뢰를 주는 기업, 대한민국 경제에 꼭 필요한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이정표"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사업 성과와 함께 중장기 전략 변화도 언급했다. 정 회장은 "전 세계 최초로 선박 5000척 인도라는 기념비적인 기록을 달성했다"며 "AI, 소형모듈원자로(SMR), 연료전지 등 신사업 분야에 대한 투자를 이어갔고 조선·건설기계, 석유화학 부문의 선제적인 사업재편을 통해 새로운 도약의 기틀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성과들은 모두 임직원 여러분의 헌신과 노력 덕분"이라며 "모두 정말 고생 많으셨다"고 했다.
정 회장은 경영환경에 대해 강한 위기의식을 드러냈다. 그는 "올해의 경영환경은 그야말로 안갯속"이라며 "미국의 관세 확대 움직임 속에서 세계 경제는 보호무역주의로 회귀하고 있고 중국발 공급과잉 문제 역시 여전히 진행 중"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우리의 주요 경쟁국들은 기업 간 합종연횡을 통해 몸집 불리기와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중국 기업을 직접 거론하며 경계심을 숨기지 않았다. 정 회장은 "중국 기업들은 눈에 띄게 향상된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을 빠른 속도로 잠식해 나가고 있다"며 "우리 그룹이 세계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조선 분야 역시 예외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중국은 이미 수주량 등 양적인 측면에서는 우리를 앞서 있으며, 이제는 품질과 기술력 등 질적인 측면에서도 거센 추격을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한 대응 전략으로 그는 '독보적인 기술과 제품'을 첫 손에 꼽았다. 정 회장은 "우리가 최근 인도한 선박들 중 일부는 중국 대비 연비가 20% 이상 뛰어나 고객사가 시운전 과정에서 매우 놀라워했다"며 "HD건설기계가 최근 출시한 차세대 신모델 건설장비도 연비는 물론 조작 성능 면에서도 경쟁사보다 앞서면서 국내뿐만 아니라 유럽시장에서도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술 우위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기술적 우위는 결코 영원하지 않다"며 "과거에도 그 격차가 순식간에 좁혀졌던 사례는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우리는 과감한 혁신을 통해 품질과 성능, 그리고 비용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되, 현장에서 실제로 적용 가능한 기술을 끊임없이 만들어 기술 초격차를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래 신사업과 관련해서도 직접적인 주문을 했다. 정 회장은 "AI, 자율운항, 연료전지, 전기추진, 배터리팩, 로봇, 소형모듈원자로, 해상풍력 등 미래 신사업 분야에서도 의미 있는 성과들이 하나둘씩 나타나고 있다"며 "이제는 이러한 흐름을 바탕으로 원천 기술을 조기에 확보하고, 이를 실제 제품에 적용하고 상용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다른 과제로는 '두려움 없는 도전'을 제시했다. 그는 "우리에게 필요한 두려움 없는 도전은 준비 없이 뛰어드는 무모함이 아니라 우리가 가장 잘하는 것들을 무기로 삼아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영역에 처음 발을 내딛는 용기"라고 밝혔다. 이어 "허허벌판이던 바닷가 백사장에 조선소를 세우고 동시에 두 척의 초대형 유조선 건조에 나섰던 첫 도전이 그랬다"고 설명했다.
정 회장은 "누구나 익숙하지 않은 분야에 발을 내디딜 때는 본능적으로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느낀다"며 "하지만 이러한 두려움은 반대로 우리가 더 큰 가능성 앞에 서 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위험을 감수해서라도 도전해볼 가치가 있는 일이라면 주저 없이 논의하고 실행해볼 수 있는 문화를 만들고자 한다"고 밝혔다.
조직 운영과 관련해서는 '건강한 조직'을 강조했다. 그는 "성과를 창출하면서도 구성원들이 일에 몰입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조직이 건강한 조직"이라며 "잘한 일에 대해서는 아낌없는 인정을 보내고, 문제가 생겼을 때는 서로를 탓하기보다 함께 해결책을 찾아가는 분위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그런 조직을 만들기 위해 먼저 앞장서서 듣고 소통하겠다"고 공언했다.
마지막으로 안전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정 회장은 "우리 모두의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과감한 혁신과 두려움 없는 도전을 향한 노력은 모두 물거품이 될 것"이라며 "HD현대가 가장 안전한 일터가 될 수 있도록 임직원 여러분 한 분 한 분의 힘을 모아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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