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만 인수 9년, 이재용의 전장 구상... BMW에서 결실
BMW 신형 '뉴 iX3'에 엑시노스 오토 V720 공급
김성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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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독일의 프리미엄 완성차 브랜드 BMW의 차량용 반도체 공급 파트너 자리를 꿰찼다. 양사의 협력이 미래 모빌리티 분야의 전략적 파트너십으로 고도화되는 양상이다. 이는 전장(자동차 전기·전자 장비) 사업을 그룹의 신성장 동력으로 낙점하고 역량을 집중해온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선구안이 거둔 결실로 풀이된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은 자사 프리미엄 인포테인먼트 프로세서인 '엑시노스 오토 V720'을 BMW의 신형 '뉴 iX3'에 공급한다. 뉴 iX3는 BMW의 차세대 전동화 플랫폼인 노이에 클라쎄가 적용되는 첫 모델로 내년 하반기(7~12월) 국내 출시를 앞두고 있다.
삼성 칩은 차량 내에서 고화질 멀티미디어 재생, 게임 구동, 실시간 주행 정보 제공 등 차량의 '슈퍼 두뇌' 역할을 수행한다. 이는 BMW가 추구하는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전환의 핵심 축이 될 전망이다. 삼성은 이번 모델을 기점으로 향후 BMW의 차세대 전기차 및 내연기관 모델에도 5나노 최첨단 공정 기반의 '엑시노스 오토 V920' 등을 공급할 계획이다.
이번 공급은 단순한 판매 이상의 전략적 의미를 지닌다. 까다롭기로 유명한 BMW의 품질 검증과 기능 안전성(FUSA) 기준을 통과함으로써 삼성의 기술력을 입증했기 때문이다. 아우디, 폭스바겐에 이어 BMW까지 고객사로 확보하며 진입장벽이 높은 유럽 전장 시장에서 확실한 입지를 굳혔다는 평가다.
이 같은 성과는 이재용 회장의 적극적인 '현장 경영'이 적잖은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미래 모빌리티는 이 회장이 각별한 관심을 기울여 온 분야로 주요 협력사를 상대로 한 직접 소통에도 적극 나서 왔다. 그는 지난 3월 세계 최대 전기차 업체 BYD 본사를 찾아 핵심 경영진과 면담했으며 샤오미의 베이징 자동차 공장을 방문해 레이쥔 회장과도 회동했다. 지난해 11월에는 방한한 올라 칼레니우스 메르세데스-벤츠 회장과 만나 전장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전장 사업에 대한 이 회장의 드라이브 역시 성과의 토대가 됐다는 분석이다. 그는 2016년 약 80억달러를 투입해 미국의 카오디오·전장 기업 하만을 인수하는 대형 거래를 성사시키며 전장 사업 확장에 시동을 걸었다. 이후에도 투자를 이어가 최근에는 하만을 통해 독일 전장업체 ZF 프리드리히스하펜의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사업을 약 15억유로에 인수하며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와 함께 삼성은 미래 모빌리티를 그룹 차원의 핵심 성장 축으로 설정하고 계열사의 협업을 통해 시너지 창출을 모색하고 있다. 하만뿐 아니라 전기차 배터리를 담당하는 삼성SDI, 차량용 디스플레이를 공급하는 삼성디스플레이, 차량용 반도체를 맡은 삼성전자 등이 각자의 영역에서 역할을 분담하며 사업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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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