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와 HD현대가 상반된 새해 경영 전략을 공개했다. 한화는 마스가를 전면에 내세운 반면 HD현대는 기술 초격차에 중점을 뒀다. 사진은 한화 필리조선소의 모습. /사진=뉴시스


국내 조선업계 최대 경쟁자인 한화와 HD현대가 상반된 새해 경영 전략을 공개했다. 한화가 한미 조선 협력 프로젝트 '마스가(MASGA)' 주도권 확보에 나선 반면 HD현대는 조선·건설기계 사업 합병 이후 조직 안정에 방점을 찍으며 기술 경쟁력을 강조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과 정기선 HD현대 회장은 각각 지난 2일과 지난해12월31일 신년사를 발표하고 안전과 상생을 최우선 가치로 꼽았다. 김 회장은 "협력사의 근로자도 한화의 식구이고 지역사회도 한화의 사업 터전"이라며 "안전은 지속가능한 한화를 위한 핵심 가치"라고 짚었다. 정 회장도 "HD현대가 가장 안전한 일터가 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아 달라"고 당부했다.

공통된 가치에도 구체적인 목표에서는 차이가 드러났다. 한화는 업계 유일 현지 조선소인 필리조선소를 앞세워 마스가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김 회장은 "(마스가는) 온전히 한화가 책임진다는 각오로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기 바란다"고 했다. 현지 건조를 우선시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기조 속에서 사업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군함과 핵추진잠수함 건조에 대한 의지도 드러냈다. 양국 조선 협력의 범위를 넓혀 한미 관계의 핵심 동반자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구상이다. 지난해 12월 트럼프 대통령이 '황금함대' 구상을 발표하며 신형 호위함 건조 파트너로 한화를 거론한 데 따른 후속 대응으로도 해석된다.

한화는 지난해 12월 필리조선소에서 열린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핵추진잠수함 건조에 나서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상선과 군함을 공동 건조하는 '듀얼유즈(Dual Use)' 전략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필리조선소에 마스가 프로젝트 재원을 활용한 중장기 부지 확장과 추가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데이비드 김 필리조선소 최고경영자(CEO)는 "한화필리조선소의 전략은 듀얼 유즈 조선소"라며 "상선 분야에서 확보한 경쟁력을 기반으로 하는 동시에 해군 함정 등 군용 선박 건조 가능성도 함께 갖춘 조선소로 운영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정기선 HD현대 회장은 새해 마스가에 대한 언급 대신 기술 초격차를 강조하며 내실 다지기에 집중했다. /사진=HD현대


HD현대는 마스가 언급 대신 '기술 초격차'를 강조하며 내실 다지기에 집중했다. 정 회장은 "기술적 우위는 결코 영원하지 않다"며 "과감한 혁신을 통해 현장에서 실제로 적용 가능한 기술을 끊임없이 만들어 기술 초격차를 유지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AI와 자율운항을 비롯해 연료전지, 전기추진, 배터리팩, 로봇, 소형모듈원자로(SMR), 해상풍력 등 신사업의 상용화 필요성도 제시했다.

HD현대는 지난해 10월 정기선 회장 취임에 맞춰 대대적인 사업 재편을 추진했다. 지난해 12월1일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미포가 합병한 '통합 HD현대중공업'이 출범했으며 이달 HD현대건설기계와 HD현대인프라코어를 합친 'HD건설기계'가 새로 출발했다. 정 회장 체제가 본격화되면서 사업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조직 안정이 필수 과제로 떠오른 상황이다.


정 회장도 새해 첫날 HD건설기계 출범식을 찾아 힘을 보탰다. 이날 HD건설기계는 오는 2030년 매출 14조8000억원을 목표로 제시했다. HD현대는 조선·건설기계 부문 통합을 축으로 5년 내 그룹 매출 100조원 달성이라는 중장기 목표를 추진할 방침이다.

일각에서는 마스가 중요성이 약해진 것은 아니라는 관측도 나온다. 당초 통합 HD현대중공업 출범 목적에 마스가와 방산 경쟁력 강화가 큰 비중을 차지해서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신년사는 모든 사업을 총괄적으로 다루기 때문에 마스가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이 빠졌을 수 있다"며 "지난해부터 지속적으로 강조해온 사안이고 경쟁사가 앞서 나가고 있기 때문에 HD현대도 빠르게 따라가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