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가전 전시회 CES 2026 삼성전자 단독 전시관에서 대형 터널 형태의 'AI 갤러리'가 전시돼 있다. /사진=삼성전자


중국의 물량 공세가 거세지는 가운데 CES 2026에서 한국 기업들은 가격이 아닌 기술로 승부하는 전략을 분명히 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가전의 지능화와 완성도를, SK하이닉스는 차세대 반도체 청사진을 내세웠다. 현대자동차그룹은 모빌리티 전반의 기술 내재화를 통해 차별화를 강조하며 한국만의 '초격차 기술력'을 강조했다.

삼성전자, 고성능 AI 가전으로 '초연결 사회' 구축

6일(현지시각)~9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막하는 CES 2026에 맞춰 삼성전자의 올인원 세탁건조기 '비스포크 AI 콤보' 신제품이 전시된 모습. /사진=정연 기자


삼성전자는 업계 최대인 4628㎡(약 1400평) 규모의 단독 전시관을 조성하고, '당신의 AI 일상 동반자'를 주제로 전시와 프레스 콘퍼런스·삼성 기술 포럼 등을 진행했다. TV·가전·모바일 등의 제품군과 서비스가 끊김 없이 연결되는 '심리스 AI' 경험을 제공할 데 초점을 뒀다. 전시존은 ▲엔터테인먼트 컴패니언 ▲홈 컴패니언 ▲케어 컴패니언까지 총 3개로 구성했다.


이번 전시에선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선보인 '130형 마이크로 RGB(레드, 그린, 블루) TV'가 많은 주목을 받았다. 삼성 마이크로 RGB TV는 100㎛ 이하 크기의 RGB LED 소자와 고성능 AI 엔진을 탑재해 독보적인 색상과 명암비를 구현한다. 최근 중국의 일부 업체가 '가짜 RGB'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삼성전자는 초격차 기술을 바탕으로 TV 시장 내 입지를 공고히 했다는 평가다.

일상을 변화시키는 혁신 가전도 대거 공개했다. 2026년형 ▲'비스포크 AI 패밀리허브' 냉장고 ▲'비스포크 AI 콤보' 세탁건조기 ▲'비스포크 AI 스팀' 로봇청소기는 카메라∙스크린∙보이스 기능이 탑재돼 사용자 일상의 편의를 크게 높인다. 비스포크 AI 패밀리허브 냉장고의 경우 내부 카메라를 통해 식재료를 인식하는 'AI 비전' 기능에 제미나이가 결합하면서 화제가 됐다.


비스포크 AI 스팀 로봇청소기는 향상된 흡입력으로 눈길을 끌었다. 흡입력을 기존보다 2배 향상된 최대 10W까지 끌어올렸는데, 전시 현장에서 10kg 무게추를 들면서 화제가 됐다. 삼성전자 전시관을 찾은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도 큰 관심을 보였다. 정 회장은 노태문 삼성전자 대표이사 사장(DX 부문장)에게 현대자동차 자율주행 모빌리티 로봇 플랫폼 '모베드'와의 협업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태문 삼성전자 대표이사 사장(DX부문장)은 CES 기간 중 "고객들의 일상 속 AI 동반자가 되어 'AI 경험의 대중화'를 선도하겠다"며 "모든 제품군과 서비스에 AI를 적용해 고객들이 진정 의미 있는 AI 경험을 누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LG전자, 'LG클로이드'로 미래 가정생활 패러다임 제시

LG전자 AI 홈로봇 'LG클로이드'. /사진=정연 기자


LG전자는 홈로봇 LG클로이드와 다양한 AI 가전을 앞세워 '제로 레이버 홈'(가사에서 해방된 집) 청사진을 내놓았다. LG 클로이드는 고객의 일상에 맞춰 다양한 가사를 도맡는 비서 역할을 맡는다. 상황을 복합적으로 인식하는 능력, 거주자 라이프스타일 학습 능력, 정교한 움직임 제어 능력 등을 바탕으로 작동된다.


LG전자 전시관은 LG 클로이드를 보려는 이들로 매일 북적이기도 했다. 시연 과정에서 LG 클로이드가 세탁기 속 빨래를 꺼내 차곡차곡 개자 관람객들은 놀라움을 금하지 못했다. LG생성형 AI 등이 탑재된 머리, 두 팔이 달린 몸체, 휠 기반 자율주행 기술이 적용된 하체 덕에 이러한 움직임이 가능했다.

로봇용 액추에이터 브랜드 'LG 액추에이터 악시움'도 첫 공개 했다. 액추에이터는 회전력을 만드는 모터, 전기 신호를 제어하는 드라이버, 속도를 조절하는 감속기 등을 합친 모듈로 로봇의 관절 역할을 한다. 로봇 제조원가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핵심 부품으로 피지컬 AI 시대에 유망한 후방 산업 분야로 꼽힌다.


이 밖에 가사 부담을 줄이는 AI 가전도 내놓았다. LG AI 냉장고는 고객 사용 패턴을 학습해 필요한 시점에 미리 냉각 온도를 조절한다. 'AI DD모터'를 탑재한 LG AI 워시타워는 AI가 세탁∙건조 강도를 세탁물에 맞춰 섬세하게 제어한다.

류재철 LG전자 CEO는 "로봇을 포함한 다양한 솔루션을 통해 미래 가정생활의 새로운 기준을 세우겠다"며 "고객의 AI 경험이 '집'에 머무르지 않고 다양한 공간에서 연결돼 고객 삶의 일부로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SK하이닉스, 차세대 HBM4 첫 공개… 글로벌 고객 접점 확대

SK하이닉스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 2026' 베네시안 엑스포에 고객용 전시관을 열고 차세대 인공지능(AI) 메모리 솔루션을 공개했다. 사진은 SK하이닉스 전시관 조감도. /사진=SK하이닉스


SK그룹 계열사 중 유일하게 CES에 출격한 SK하이닉스는 고객용 전시관을 열고 글로벌 고객 잡기에 나섰다. '혁신적인 AI 기술로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만든다'를 주제로 AI에 최적화된 다양한 차세대 메모리 솔루션을 공개했다.

그동안 SK그룹 공동전시관과 고객용 전시관을 함께 운영했던 것에서 나아가 올해는 고객용 전시관에 집중해 주요 고객과의 접점을 확대하고 실질적인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특히 차세대 HBM 제품인 'HBM4 16단 48GB'를 처음 공개했다. 해당 제품은 업계 최고 속도인 11.7Gbps를 구현한 HBM4 12단 36GB의 후속 모델로 고객 일정에 맞춰 개발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올해 HBM 시장을 주도할 'HBM3E 12단 36GB'도 전시했다. 제품이 탑재된 글로벌 고객사의 최신 AI 서버용 그래픽처리장치(GPU) 모듈을 함께 선보이며 AI 시스템 내에서의 역할을 구체화했다.

AI 서버 특화 저전력 메모리 모듈 'SOCAMM2'도 선보였다. AI 서버 수요에 대응하는 제품 포트폴리오 경쟁력을 입증했단 평가다. 온디바이스 AI 구현에 최적화해 기존 제품 대비 데이터 처리 속도와 전력 효율을 크게 개선한 'LPDDR6'도 같이 내놨다.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은 이러한 역량을 앞세워 글로벌 빅테크(기술 대기업)과 전략적 파트너십 강화에 나섰다. 곽 사장이 이번 행사 기간 중 25곳의 주요 고객사와 파트너들을 연이어 만나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AI 메모리 분야 협력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현대차그룹, 'AI 로보틱스' 생태계에 역량 총동원

현대자동차그룹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 2026에서 스트레치(Stretch)-협동로봇(Collaborative robot, Cobot)-자율주행 물류 로봇(AMR, Autonomous Mobile Robot)의 물류 작업을 시연하고 있다. /사진=현대차그룹


현대차그룹은 이번 전시 부스를 AI 로보틱스 연구소인 '테크랩' 형태로 구성하고 각 계열사가 유기적으로 맞물려 작동하는 산업 생태계를 시연했다. 단순한 개별 제품 전시를 넘어 그룹 차원의 기술 시너지가 실제 현장에서 어떻게 구현되는지를 증명하는 데 주력했다.

하이라이트는 보스턴다이나믹스의 기술력과 현대차그룹의 제조 역량이 결합될 '차세대 전동식 아틀라스' 개발형 모델이다. 이 로봇은 연구실을 벗어나 실제 산업 현장에 대규모로 투입하기 위해 기획된 '양산형 휴머노이드'의 시초다.

이번 부스의 또다른 특징은 특정 제품이 아닌 계열사 간 협업을 통한 '자동화 프로세스'의 시연이다. 현대위아의 '주차 로봇'이 기아 EV6를 협소한 공간에 자율 주차하면 현대차그룹 로보틱스랩이 개발한 '전기차 자동 충전 로봇'(ACR)이 다가와 충전을 시작하는 모습이 대표적이다.

물류 존에서도 계열사 간 시너지는 돋보였다. 보스턴다이나믹스의 상하차 로봇 '스트레치'가 물량을 내리면 현대위아의 자율주행 물류 로봇(AMR)이 이를 받아 최적의 경로로 운송한다. 여기에 로보틱스랩의 착용 로봇 '엑스블 숄더'와 품질 검사 솔루션 'AI 키퍼'가 더해져 인간과 로봇이 협업하는 스마트 팩토리의 완성형을 보여줬다.

현대차그룹과 모셔널이 공동 개발한 레벨 4 수준의 '아이오닉 5 로보택시' 역시 그룹 무인 이동 솔루션의 핵심축으로 전시돼 라스베이거스 현지 상업 서비스 본격화를 알렸다.

장재훈 현대차그룹 부회장은 "국내 로봇 생태계는 로보틱스랩을 중심으로 구축을 진행 중이고 서비스 로봇을 넘어 확장을 검토하고 있다"며 "중국이 로봇 분야에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만큼 시기적으로도 속도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