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6일(현지시각) CES 2026 현장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의 딸 메디슨 황과 만났다. /사진=독자 제공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재회로 시작된 'AI 동맹'의 광폭 행보가 CES 현장을 뜨겁게 달궜다. 삼성, SK, LG, 두산, 포스코 등 국내 주요 그룹 경영진들은 연초부터 미국 현지를 찾아 글로벌 기업들과 공급망 협력 및 미래 먹거리 구상을 위한 릴레이 회동을 이어갔다. 단순한 기술 참관을 넘어 AI 패권 전쟁에서 우군을 확보하고 사업 구조를 재편하기 위한 긴박한 외교전의 장이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 회장은 4대 그룹 총수로는 유일하게 직접 현장을 찾았다. CES 2026 개막일인 지난 6일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에 마련된 두산그룹 부스를 가장 먼저 방문했다. 소형모듈원전(SMR)과 가스터빈 전시물을 차례로 살폈다. 이어 현대차그룹 부스에서 CES 혁신상을 수상한 모베드를 살폈다. 이후 LG전자와 삼성전자 부스를 차례로 방문했다.

같은 날 정 회장은 라스베이거스 퐁텐블로 호텔에 있는 엔비디아 부스를 방문해 젠슨 황 CEO를 만났다. 3개월 만에 재회한 두 사람은 약 30분간 회동한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정 회장은 지난해 10월 말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를 계기로 15년 만에 방한한 젠슨 황 CEO,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이른바 '깐부 회동'을 갖고 협력을 공고히 하고 있다.


이번 만남을 통해 현대차그룹과 엔비디아의 AI 전환속도에 가속도가 붙을지 주목된다. 젠슨 황 CEO는 올해 CES에서 엔비디아의 첫 자율주행 플랫폼 '알파마요'를 공개했다. 알파마요는 차세대 자율주행 기술로, 자동차의 주행 행위를 AI로 분석한다. 테슬라의 완전자율주행(FSD)보다 한 단계 더 정교한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가운데 오른쪽)과 박지원 부회장(왼쪽)이 7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 두산그룹 부스에서 두산에너빌리티의 가스터빈을 살피고 있다. /사진=최유빈 기자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은 CES에 세 번째 참가해 글로벌 AI 트렌드를 직접 확인했다. 지난 7일 박지원 부회장, 정연인 두산에너빌리티 부회장, 스캇 박 두산밥캣 부회장 등 경영진과 함께 두산 부스를 방문하고 사업 현황을 점검했다.


박정원 회장은 글로벌 인재 확보를 위해 CES에 맞춰 현지에서 진행된 공개채용에 직접 참여하며 인재 확보 의지를 보였다. 두산이 그룹 차원에서 해외 공개채용을 실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정원 회장은 이날 두산 부스를 살펴본 뒤 "AI 시대를 맞아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전력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이고 고객 여건에 따라 에너지 수급 방식도 다양해질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각각의 니즈에 대응할 수 있는 에너지 솔루션을 갖추고 있는 만큼 맞춤형 전략으로 에너지 시장을 리드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노태문 대표이사 사장(DX부문장)이 5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 CES 2026 현장에서 열린 국내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노태문 삼성전자 대표는 기자간담회와 주요 고객사 미팅을 병행하며 바쁜 일정을 이어갔다. 기자간담회에선 고객의 일상을 혁신하는 'AI 일상 동반자 시대'를 공식 선언했다. 이같은 전략에 따라 삼성전자의 부스는 업계 최대 규모의 단독 프리미엄 전시관을 마련해 초연결 AI 생태계를 구현했다.


노 대표는 "본격적인 AI 시대로 접어들면서 제품과 서비스가 AI를 통해 연결된 '종합적인 AI 경험'이 중요해지고 있다"며 "올해 CES에서도 삼성의 AI 기술을 통해 모든 기기와 서비스가 연결된 '통합 AI 경험'을 보여드리고자 했다"고 밝혔다.

류재철 LG전자 CEO가 7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사업 전략을 소개하고 있다./사진=LG전자


류재철 LG전자 CEO도 'LG 클로이드'를 세상에 내놓으며 AI 대전환을 예고했다. LG 클로이드는 양팔과 다섯 손가락을 사용하는 섬세한 동작으로 가사를 수행한다. 집 안 환경을 인식·학습해 고객의 일정과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가전을 제어하는 AI 비서 역할을 수행한다.

류 CEO는 글로벌 파트너 및 고객사들과 미팅을 가지며 글로벌 동맹 구축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그는 LG 클로이드의 실증 계획과 개발 전략에 대해 "몇 달 이내에 사람과 유사한 속도로 일 처리가 가능하게끔 성능을 끌어올릴 것"이라며 "내년 정도에 실증을 계획하고 있긴 하지만 관련 로드맵을 예상보다 더 앞당길 수도 있다"고 했다. 또한 "협업할 모델이 많다"며 다른 기업과의 협력 가능성도 열어놨다. LG전자는 엔비디아 플랫폼을 활용 중이다.

구자균 LS일렉트릭 회장은 HL그룹 부스를 방문해 AI 협력을 논의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장남 이선호 CJ 미래기획그룹장도 현장을 직접 참관했다.

이 밖에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 이덕현 삼성전기 대표, 이석희 SK온 CEO 등도 국내외 기업들과 글로벌 사업 협력을 논의했다. 포스코그룹에선 이주태 포스코홀딩스 사장을 비롯해 엄기천 포스코퓨처엠 대표, 김원희 포스코와이드 대표, 심민석 포스코DX 대표가 CES를 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