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사태, 글로벌 유가 영향 적으니 과도한 해석 말아야"
9일 서울 여의도서 '베네수엘라 사태' 긴급 토론회 열려
지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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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베네수엘라 원유 5000만톤을 판다는데 시장 가치로 보면 28억 달러 밖에 안됩니다."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베네수엘라 사태, 글로벌 함의와 우리의 대응' 긴급 토론회에서 김태환 에너지경제연구원 석유정책연구실장은 이같이 말했다. 김 실장은 "5000만 톤이 큰 것처럼 보이지만 미국 기준으로 이틀 소비량에 불과하고 미국에서 3일 정도 생산하면 되는 양"이라며 "장기적인 에너지 패권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는 동의한다"고 밝혔다. 베네수엘라에서 원유가 쏟아져 나오면 글로벌 에너지 시장이 혼란에 빠질 것이라는 주장은 과도하다고도 했다.
그는 이번 미국의 마두로 축출을 두고 "석유를 약탈하기 위해 개입했다고 보기는 논리적으로 약하다"며 "미국의 에너지 공급망을 완성하는 틀에서 본다면 장기 에너지 패권을 확보하려는 전략에 부합한다"고 평가했다. 김 실장은 "2026년 1월 기준 베네수엘라의 생산량은 하루 85만 배럴 수준"이라며 "1990년대 340만 배럴에서 이처럼 급감한 원인은 생산량 유지를 위해 필요한 석유 기자재의 대부분이 서방 기술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서방의 제재가 지속되며 석유 생산이 위축됐다는 것이다.
이어 "이 중 25만 배럴은 내수 소비에 쓰이고 나머지 60만 배럴은 중국으로 유입되는데 이는 글로벌 석유 공급량의 1%에도 미치지 않는다"며 "OPEC이 당장 증산할 수 있는 물량만 500만 배럴에 달하는 만큼 전반적으로 베네수엘라 물량이 유가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오랜 기간 훼손된 베네수엘라의 석유 인프라도 단기간 내 복구가 어렵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는 "최소 3년은 걸릴 것"이라며 "베네수엘라 내 반미 세력도 적지 않은 상황에서 안전이 보장되지 않은 상태로 미국 기업이 개발에 나서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시장뿐 아니라 국내 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이라고 봤다. 김 실장은 "석유 생산량은 미국 정부가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이 결정한다"며 "단위당 경제성이 없는 유정은 가동을 멈추게 된다. 미국 정부가 아닌 기업이 베네수엘라에서 생산하는 만큼 철저히 수익성에 따라 생산량을 정한다"고 말했다. 기업이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저유가를 유지하지는 않는다는 설명이다. 다만 저유가 기조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에는 일정 부분 공감했다.
국내 정유사의 베네수엘라 원유 사용 가능성에 대해서는 비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S-OIL(에쓰오일)은 사우디 원유만 사용하고 있으며, SK이노베이션·HD현대오일뱅크·GS칼텍스 등 나머지 3사는 베네수엘라산 초중질유를 처리할 여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국내 정유사들이 RFCC(중질유 분해 설비) 등을 갖추고 있기는 하지만 품질이 낮은 베네수엘라 원유를 안정적으로 정제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초중질유 정제를 위해서는 추가 테스트와 설비 투자가 필요하며 그에 상응하는 경제성이 있는지는 따져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한국의 베네수엘라 원유 수입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베네수엘라 원유는 해상 유전이 아닌 육상 유전으로 생산비가 낮아 단위당 생산량 기준으로는 저렴한 원유에 해당한다. 한국과의 거리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미국 휴스턴에서 원유를 들여올 때와 동일한 운송 루트를 활용할 수 있어 운임 부담이 크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그는 "베네수엘라 석유 산업이 본격적으로 재건된 이후에 검토할 사안"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날 긴급 토론회는 민주연구원과 손명수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최로 열렸다. 권기수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수·홍지상 국제무역연구원 동향분석실장·하상섭 국립외교원 교수·김석환 한국외대 특임교수·김태환 실장 등이 참석해 정치·경제·통상 전반에서 사안을 분석했다.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은 베네수엘라 사태를 과도하게 한국과 연결 지을 필요는 없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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