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 ③혁신도시 14개 시군구 중 '9곳' 정주 인구 줄었다
[균형발전의 명암, 혁신도시를 가다] 153개 공공기관 이전에도 성장 정체
이화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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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여야를 막론 역대 정부마다 국정과제로 삼았던 국가균형발전 정책이 다시 분기점에 섰다. 지방 소멸을 막기 위한 해법으로 2005년부터 총 153개 공공기관이 지방으로 향했지만 혁신도시의 성장은 정체에 직면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이재명 정부는 '5극3특'(5개 초광역권 3개 특별자치도) 전략을 내세워 혁신도시 사업을 전면 재설계할 예정이다. 수도권의 핵심 기능을 분산하고 지방 정주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2차 공공기관만이 아닌 기업 이전과 교육·의료 인프라 구축 등을 더욱 폭넓게 구상해야 한다.
정부가 국정과제인 '혁신도시 시즌2'의 세부 정책으로 2차 공공기관 이전을 추진한다. 실행 시점은 2027년. 2005년 출범한 1기 혁신도시들 외에 각 지방정부들도 2기 혁신도시를 유치하기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꾸리는 등 대응에 나서고 있다.
정부는 4년 후를 겨냥해 균형성장의 거점을 재설계한다는 구상이다. 1차 공공기관 이전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주 여건 개선과 지역 산업과의 연계를 강화하는 전략이 요구된다.
국가균형발전 정책은 지난 21여년간 공공기관 이전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2000년대 초 참여정부가 '국가균형발전 특별법'을 제정하며 정책의 틀이 마련됐고 2005년 10개 권역(부산 영도 등·대구 신서·전남 나주·울산 중구·강원 원주·충북 진천 등·전북 전주 등·경북 김천·경남 진주·제주 서귀포)에 혁신도시 입지가 확정됐다.
2019년까지 총 153개 공공기관이 수도권을 떠나 지방으로 이주했다. 해당 기간 동안 수도권의 인구 비율이 일시 하락하는 등 물리적인 분산 효과가 확인됐다. 그러나 공공기관 이전이 완료된 후 수도권 집중 현상은 더욱 견고해졌다. 수도권 집에서 지방 공공기관으로 출퇴근하는 주말 가족의 분열, 주거·교육·의료 인프라가 부재한 혁신도시의 경쟁력 약화는 사회 문제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분산 효과 일시적, 수도권 집중 고착
국가데이터처(옛 통계청)의 2024년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수도권 인구는 2630만8000명으로 전체의 50.8%를 차지한다. 2019년 50%를 넘어섰고 이후 매년 비중이 확대되는 추세다. 국토 면적의 11.8%에 불과한 수도권에 인구 절반 이상이 거주하는 구조가 고착됐다.국토교통부 혁신도시발전추진단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10개 혁신도시의 인구 수는 총 23만4398명. 2030년 인구계획인 26만7000명 대비 87.8% 수준이다. 2022년 상반기(23만2632명·87.1%) 대비 3년 동안 0.7%포인트가 상승했다.
2015년부터 2025년까지 10개 혁신도시의 14개 시·군·구 가운데 인구 수가 증가한 도시는 원주(33만3000명→36만3100명) 나주(9만8200명→11만7000명) 완주(9만5300명→10만400명) 진천(6만7900명→8만6500명) 서귀포(16만4500명→17만9600명) 5곳에 불과했다.
상가 10곳 중 4곳 공실… "자족 기능 위기"
혁신도시가 직면한 최대 문제는 ▲정주 여건 미흡 ▲재정 투자 부족 ▲산학연 클러스터 취약 등이 지목된다. 공공기관 이전에 대규모 예산을 투자했음에도 후속 투자가 지속되지 않으면서 성장 동력이 약화됐다.'업무는 지방에서, 생활은 서울에서'라는 이중 구조가 혁신도시의 아킬레스건이다. 실제 지난해 상반기 10개 혁신도시의 정주 만족도 조사에서 평균 점수는 69.7점을 기록했다.
정주 인구 등 고정 수요가 부족하다 보니 상권 침체 현상이 심각하다. 가장 큰 규모의 광주전남혁신도시조차 지난해 6월 기준 상가 공실률이 43.4%에 달했다.
지역 상생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지난해 9월 혁신도시정책연구원(ICPRI)의 평가에서 광주전남혁신도시(B등급)를 제외한 9곳이 C등급 이하를 기록했다.
'입지 분산'에는 성공했지만 '기능 분산'은 실패한 것이다. 혁신도시에 위치한 본부는 단순 지원 업무만을 수행하고 연구개발(R&D)·재정 등 의사결정의 핵심 기능은 수도권에 남아 실질적인 분권 효과가 제한됐다.
공공기관 추가 이전, 무엇을 고민해야 하나
정부는 지난해 8월 123대 국정과제를 발표하고 '균형성장 거점 조성'을 포함했다. 올해 경제성장전략에서 '5극3특'(5개 초광역권 3개 특별자치도) 성장 엔진을 공식화했다.수도권 1극 구조를 수도권·동남권·대경권·중부권·호남권으로, 그리고 제주·강원·전북 3대 특화지역으로 재편해 지역 주도 성장의 기반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국토교통부는 수도권의 350개 공공기관을 전수 조사해 2차 이전 대상으로 정하고 배치 전략을 마련한다. 재정·세제·금융 전반의 지역 맞춤 지원을 제도화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다만 공공기관 이전의 한계가 드러났듯 혁신도시가 공공기관 집적지로 기능하지 않도록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국지방행정학회는 공공기관 이전이 지역경제의 성장을 견인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정책의 단일 컨트롤타워를 설립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이민원 광주대 명예교수(전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장)는 "혁신도시 정책을 기획하고 책임지는 주체가 없어서 지방정부의 재원이 부족하다"며 "혁신도시청(가칭)과 같은 전담기구가 제도 지원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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