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균형발전을 목적으로 도입된 공공기관의 지역인재 의무채용 제도가 대학 내 카르텔을 고착화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혁신도시로 이전한 기관들이 지역 대학 출신의 비율을 맞추는 과정에 인재풀은 더 좁아지고 특정 대학 중심으로 채용 쏠림 현상마저 심화돼 제도의 취지가 왜곡되고 있다.


2018년 도입된 지역인재 의무채용은 지방에 양질의 일자리를 공급하는 지역균형발전을 목표로 설계됐다. 국토교통부 산하 한국토지주택공사(LH)·한국국토정보공사(LX)·한국도로공사·주택도시보증공사(HUG)·한국부동산원 등 주요 공공기관은 2022년까지 신규 채용의 30% 이상을, 이후에는 법 개정으로 35% 이상을 지역인재로 뽑아야 한다.

LH의 지역인재 채용률은 2018년 19%→2020년 24%→2022년 35%→2024년 33% 등으로 증가세를 보였다. 한국도로공사와 LX도 해당 비율이 2018년 20% 미만에서 2024년 30% 이상으로 늘었다. 부산에 위치한 HUG는 30% 이상을 유지했고 부동산원은 2024년 기준 50%를 기록했다.


겉으로 드러난 지역인재 채용 달성률의 이면에 다양성의 붕괴라는 새로운 문제가 드러났다. 전문성 확보의 어려움, 지역 간 형평성 논란이다. 공공기관 내부에서 구조 문제로 지적돼 온 전관예우·카르텔이 신규 채용으로 내려와 더욱 견고한 그들만의 성을 구축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정 대학 인맥 중심의 폐쇄적인 네트워크가 형성되면 인사·승진·부서 배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말이다. 이는 투명하게 운영돼야 할 공공기관의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전북혁신도시(전주)의 전북대·전주대, 강원혁신도시(원주)의 강원대, 경남혁신도시(진주)의 경상대 등이 대표 사례다. 동일 지역 출신이라도 타 지역 대학의 졸업자가 채용 기회에서 배제되는 차별은 오래전부터 논란이 돼왔다.

이는 전문성 확보와 경쟁력 강화라는 공공기관 본연의 역할과는 충돌한다. 국토부 산하 기관들은 사업 특성상 기술·안전 분야와 부동산 분석 등 높은 전문성을 필요로 한다. 인재 수급의 다양성이 약화되고 있다는 우려의 소리가 거세다.


혁신도시 기업의 한 관계자는 "전문직렬이 특정 대학의 커리큘럼만으로 수요를 채워선 안된다"며 "내부에서 필요 인재보다 비율을 채울 수 있는 인재를 뽑아야 한다는 자조가 나온다"고 말했다.

지역 의무채용제도는 해마다 강화돼 지방대와 공공기관 간 인련 순환이 고착화되고 있다. 앞으로 부동산과 건설산업은 인프라 고도화와 재난안전 시스템, 미래도시 전략 수립 등 복잡한 업무를 수행해야 하며 지역 편향 채용에 대한 고민을 다시 해야 한다.

공공기관이 우물 안 개구리가 되지 않도록, 혁신도시는 지역을 가두는 울타리가 아니라 더 폭넓은 인재를 끌어들이는 열린 플랫폼 되어야 한다.
장동규 건설부동산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