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 미시간 홀랜드 공장 전경. /사진=LG에너지솔루션


정부가 국내 배터리 산업 불황을 우려하는 가운데 위기 진단에 집중하기보단 이를 넘어설 수 있는 해법 마련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배터리가 국내 첨단산업을 뒷받침하는 핵심 요소인 만큼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국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배터리업계에서는 직접환급형 세액공제 등 실효성 있는 정책을 조속히 도입해 '배터리 골든타임'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한다.


17일 배터리업계에 따르면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지난 8일 국내 배터리셀 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배터리 소재 기업 경영진과 비공개 조찬 간담회를 통해 배터리업계 위기 상황을 논의했다. 현재 다수 배터리 기업은 누적되는 적자 속 실적 부담이 커지고 있다.
이날 김 장관은 최근 있었던 대규모 공급 계약 취소·축소 건을 언급하면서 업계 상황을 염려한 것으로 알려진다. 실제로 핵심 시장인 미국의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이 장기화하면서 국내 기업들이 적잖은 타격을 받고 있다. 대표적으로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12월에만 포드(9조6030억원)와 FBPS(3조9217억원)로부터 잇따라 계약 해지 통보를 받으며 약 13조5000억원의 물량이 취소됐다.

불황이 거듭되자 배터리셀 3사 체제에 의문을 제기한 것으로도 전해진다. 최근 정부가 불황을 겪고 있는 석유화학업계에 고강도 구조조정을 주문한 전례를 고려하면 배터리업계도 유사한 수준의 조치를 요구받을 수 있다는 해석이다.


논란이 계속되자 산업부는 입장문을 내고 "산업부 장관은 현 상황이 석유화학업계처럼 흘러가지 않도록 다양한 해결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한 것"이라며 "자발적 구조조정을 전제로 정부가 지원하거나 배터리 기업 수를 줄여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배터리업계에서는 발언 자체를 두고 아쉬움을 드러내는 중이다. 배터리가 미래 첨단산업을 이끌 핵심 원동력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정부는 지원책보단 문제 상황에 집중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 탓이다. 북미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 공략 등 다양한 대응 노력이 이뤄지는 데도 적자·계약 취소 등 사례가 주목받는 것도 허탈하다는 반응이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배터리는 UAM·항공·휴머노이드·방산 등 향후 활용처가 더 확대될 유망산업으로 일부 분야는 국가 안보와도 직결된다"면서 "높은 산업적 중요도에 비해 지원책이 미비한 것도 아쉬운데 이 상황에서 배터리 산업구조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은 다소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배터리업계는 배터리가 국가 전략산업에 해당하는 만큼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통해 현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주요 경쟁국인 중국의 경우 국가 차원에서 생산기지를 구축한 뒤 기업 측에 무상임대 형태로 건물을 제공하거나 지역은행을 통한 저리 대출, 현금성 보조금 지급 등을 지원하고 있다. 미국도 자국에서 생산된 배터리에 대해 현금환급 및 양도 가능한 세액공제 혜택을 제공하는 중이다.


국내 기업들은 배터리 생산량을 기반에 둔 투자세액공제 직접환급제도가 가장 시급하다고 역설한다. 이는 기업의 국내 생산량에 연동된 세액공제 혜택을 모두 현금으로 지급되게 하는 게 골자다. 단순 조세 감면만으로 인센티브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초기 투자단계 기업, R&D 중심 기업, 적자기업 등도 실질적인 혜택을 볼 수 있다.

세액공제액을 다른 기업(제3자)에게 팔 수 있는 제3자 양도제도 도입도 요구된다. 회사가 세액공제액을 할인된 가격으로 양도하면 배터리 기업은 당장 활용 가능한 현금을 확보하고 이를 매입한 기업은 세금 부담을 상대적으로 낮출 수 있다. 배터리 기업은 R&D, 공장 설비투자 등 이유로 현금 유동성이 중요한 까닭에 이러한 제도가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배터리 중심 펀드를 늘려달라는 여론도 커진다. 또 다른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얼마 전 정부가 제시한 150조원 규모의 국민성장펀드 1호에서도 배터리 관련 비중은 낮은 편이었다"며 "성장 가능성이 큰 산업인 동시에 생산 인프라 등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분야인 만큼 배터리 대상 펀드 규모가 더 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