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도시 조성 10년이 넘었지만 교통 인프라의 부족 문제는 지속해서 제기된다. 2차 공공기관 이전이 추진되며 교통정책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사진은 경북혁신도시가 있는 김천시의 시내버스에 탑승하는 시민들. /사진=최성원 기자


"지방에선 승용차가 없으면 이동이 거의 불가능하다. 고속철도(KTX) 역 앞이라고 버스가 바로 올 것이라고 예상했다면 오산이다. 최소 20분 이상 기다려야 한다." - KTX 김천구미역 앞 버스 정류장에서 만난 김천시민 A씨


지난 12일 오전 10시 KTX 김천구미역 앞 버스 정류장에 선 시민들은 영하로 떨어진 기온에 몸을 움츠렸다. 김천시청이 위치한 도심으로 향하는 버스를 기다렸다가 일부러 한 대를 떠나보냈다. 배차 간격을 체감하기 위해서다.

서울의 대중교통 환경에 익숙해서 다음 버스가 늦어도 10분 안팎 내에 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네이버 지도 앱을 통해 확인한 배차 정보는 충격이었다. 환승 없이 도심으로 갈 수 있는 버스는 하루에 단 한 대뿐이었다.
KTX 김천구미역에서 버스를 이용해 본 결과 승용차가 없인 살 수 없는 도시라는 것을 체감했다. 사진은 KTX 김천구미역 앞 버스 안내 시스템. /사진=최성원 기자


환승해서라도 버스를 이용하고자 했지만 다른 노선들도 사정은 비슷했다. '배차 간격 하루 2회' '운행 종료' 등의 문구가 안내 시스템에 표시됐다.


평일 오전에도 운행이 종료된 노선이 다수였다. 30분가량 추위에 떨며 기다린 끝에 버스를 탔지만 이마저도 도착 예상시간과는 차이가 컸다. 환승 1회를 거쳐 도심에 도착한 시간은 11시20분. 네이버 지도 앱 기준 차로 15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가 대중교통으로 약 1시간이 걸렸다.

KTX 역 앞 정류장에서 만난 대학생 B씨는 "수도권과 같이 체계적인 대중교통 시스템은 아니어도 배차 간격을 정확히 예측할 수만 있으면 교통 이용 편의가 훨씬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교통 수요 일정하지 않아… "버스 노선 증편 어렵다"

대중교통 이용의 불편은 오래전부터 지적돼 왔지만 수요가 일정치 않은 혁신도시 특성상 노선 조정이나 버스 증편이 쉽지 않은 현실이다. 사진은 KTX 김천구미역 정류장에 정차한 버스. /사진=최성원 기자


이 같은 교통 불편은 경북혁신도시만의 문제가 아니다. 대구혁신도시와 전북혁신도시도 사정이 더 낫지는 않았다. 오히려 경북혁신도시는 도심 내 KTX 역이 있어 혁신도시로의 접근성이 가장 좋은 편에 속했다. 다른 혁신도시들은 기차역에 내려 혁신도시까지 이동하는 데만 1시간이 소요됐다.


혁신도시 조성 초기부터 대중교통 인프라의 부족 문제가 지속해서 지적돼 왔다. 국토교통부 조사에서 2024년 10개 혁신도시의 교통환경 점수는 평균 62.4점으로 주거·편의·교육환경 3개 항목보다 낮았다.

이민원 광주대 명예교수(혁신도시정책연구원장)는 "혁신도시마다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교통 여건이 열악하다"며 "광역시 내에 조성된 혁신도시는 기존 도심의 교통 체계를 공유할 수 있지만 경북·전남·강원 혁신도시 등 소도시에선 배차 간격이 30분에서 1시간 정도"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교통 수요가 일정 규모 이상 유지되지 않으므로 동일한 배차 간격을 기대하긴 어렵다. 지방정부도 여러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힘쓰고 있지만 개선에는 한계가 있다고 토로한다.

이재영 김천시청 혁신도시지원팀장은 "정주 여건 개선의 핵심 과제가 교통이라는 점을 절실히 인식하고 있지만 수요가 부족해 빈 차로 달리게 할 수는 없는 실정"이라며 "지방정부가 운영 적자를 감당할 수 없는 상황에선 뾰족한 대안이 없다"고 설명했다.

일부 혁신도시 'DRT' 운행

혁신도시를 유치한 일부 지방정부들은 DRT를 운영하고 있다. 수요 발생에 따라 운행되는 시스템이다. 사진은 충북혁신도시의 DRT. /사진=진천군 제공


이 같은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혁신도시 일부에선 수요응답형 교통(DRT·Demand Responsive Transport)을 운영한다. 도입을 준비 중인 혁신도시도 있다. DRT는 노선이 고정된 일반 버스와는 달리 이용자가 앱으로 예약해 이동 경로와 정차 지점을 요청할 수 있다.

전문가들도 DRT 제도가 혁신적이라고 평가한다. 김진유 경기대 도시·교통공학과 교수는 "혁신도시처럼 버스 노선이 제한되고 수요도 일정하지 않은 경우 고정 노선을 유지하기가 어렵다"며 "수요에 따라 움직이는 DRT는 매우 실효성 있는 대안"이라고 말했다.

다만 한계도 존재한다. DRT는 택시처럼 1대 1로 매칭되는 구조가 아니다. 여러 이용자의 수요가 모여야 배차가 이뤄져 대기 시간이 불확실하다. 앱 기반 예약 방식으로 고령자와 외국인 등 디지털 취약계층의 접근성도 떨어진다. DRT가 기존 노선을 대체하는 방식으로 운영될 경우, 기존 노선의 확장이 반대로 축소되는 문제도 지적된다.

김 교수는 "혁신도시의 교통 문제는 단순히 교통수단을 늘리는 차원으로 접근해선 안 된다"며 "도시 구조 면에서 병원 등 중요 인프라를 이전해 하나의 완벽한 도시를 설계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