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4일째 단식 투쟁을 이어가고 있는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사진=뉴시스


국민의힘이 또 다시 이름을 바꾼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사과한 것을 계기로 한 당 쇄신 차원이다.


1996년 민주자유당(민자당)이 신한국당으로 당명을 교체한 이후 30년 사이 7번째다. ▲신한국당 ▲한나라당 ▲새누리당 ▲자유한국당 ▲미래통합당 ▲국민의힘 순이다. 약 200년 동안 당명을 유지한 미국과 영국의 주요 정당들과 대조된다.

전문가들은 6월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선 당명 변경보다 당의 쇄신 여부가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19일 정치권에 따르면 지난 18일 종료된 국민의힘의 당명 공모전에는 총 1만7076건의 아이디어가 접수됐다. 자유·공화 등의 키워드가 가장 많이 포함됐다.

당은 설 연휴 전까지 당명 개편 작업을 마칠 계획이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관련 재판이 이어지는 가운데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미지를 전환하기 위함이다.


국민의힘은 지난 30년 동안 약 4년에 한 번 꼴로 당명을 바꿔왔다. 1990년 민주정의당·통일민주당·신민주공화당의 3당 합당으로 출범한 민자당은 노태우 전 대통령의 12·12 군사 쿠데타 등 혐의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1996년 초 '신한국당'으로 당명을 변경했다.

이후 김영삼 전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하자 조순 총재가 이끌던 '꼬마 민주당'과 합당해 1997년 '한나라당'이 탄생했다. 한나라당은 14년간 당명을 유지했으나 차떼기 사건 등 각종 위기를 겪었다. 여기에 2011년 최구식 한나라당 의원 측의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 홈페이지 사이버 테러 사건 등 악재가 겹치자 2012년 2월 '새누리당'으로 간판을 바꿨다.


2017년 2월 박근혜 전 대통령 국정농단 사태로 당 내 분열이 격화되자 새누리당은 5년 만에 '자유한국당'으로 당명을 변경했다. 이후 2020년 2월 21대 총선을 앞두고 '미래통합당'으로 다시 바꿨지만 총선에서 참패했고 9개월 만에 김종인 당시 비상대책위원장 체제에서 현재의 '국민의힘'으로 간판을 바꿔달았다.

니콜라스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 /사진=로이터


주요 정당이 이처럼 당명을 자주 변경하는 사례는 해외 선진국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미국 민주당은 1828년, 공화당은 1854년 창당 이후 단 한 차례도 이름을 바꾸지 않았다. 영국 보수당도 1834년 이후 당명을 유지 중이다. 일본 자민당 역시 1955년 창당 이후 현재까지 당명을 그대로 쓰고 있다. 이들은 당의 위기 국면에서도 당명 변경 대신 지도부 전면 쇄신이나 강령 개정 등을 통해 돌파구를 찾아 왔다.

해외에서는 당명 변경 과정에서도 지도부 결정에 앞서 당원 설득 절차가 강조된다. 2002년 자크 시라크 전 대통령이 창당한 프랑스 보수 정당 '대중운동연합'은 2012년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의 재선 실패 이후 당내 파벌 갈등·대선 불법 자금 조성 논란 속에서 당명 변경을 추진했다. 당시 당대표였던 사르코지는 2015년 '공화당'으로 당명 개편을 선언했고 전 당원 21만 명을 대상으로 한 찬반 투표와 수개월간의 토론 과정을 거쳐 최종 결정했다.

이와 함께 쇄신 방안도 병행됐다. 기존에는 당원 투표나 지도부 합의로 대선 후보를 정했으나 2016년 대통령 후보 선출부터는 일반 유권자도 참여할 수 있는 '오픈 프라이머리(완전 국민경선)'를 도입했다. 대선 자금 문제와 관련해서는 재무 투명성 강화에 나섰다. 외부 회계 감사를 의무화하고 당 재무 보고서를 전 당원들에게 공개하는 체계를 마련했다.

이번 국민의힘 당명 개편은 당 쇄신과 무관하게 추진된다는 점이 아쉬운 대목으로 지목된다. 지난 7일 윤 전 대통령 계엄 사과와 함께 장 대표가 당명 개정을 제안했지만 정치적 절연 의지는 분명히 밝히지 않았다.

김철현 경일대학교 특임교수는 "당명 개정에 앞서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정치적 결별이 우선돼야 한다. 이후 쇄신안이 나오고 해당 안에 당명 변경이 담기는 것이 순서상 맞다"며 "6월 지방선거를 앞둔 선거 공학적 판단도 작용했겠지만 다음 총선과 대선까지 이어질 수 있는 중장기 로드맵 차원에서 당명 개정이 검토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