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기장군에 위치한 전력반도체 특화단지 전경./사진=부산시


부산시가 전력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도입한 '전력반도체 특화단지 앵커기업 제도'가 시행 2년을 앞두고 실질적 성과 검증의 기로에 섰다. 정책적 선언과 협약은 이어졌지만 산업 구조를 실제로 변화시켰는지에 대한 냉철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산업 현장에서 커지고 있다.


부산시는 2024년 전력반도체를 미래 전략 산업으로 지정하고 △아이큐랩 △에스티아이 △비투지 △SK파워텍 △트리노테크놀로지 △제엠제코 등 6개 기업을 앵커기업으로 선정했다. 이들을 중심으로 생산·투자·고용이 결합된 제조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었다. 이후 연구개발, 인력 양성, 시험·평가 인프라에 수백억원을 투입하며 특화단지 조성을 추진했다.

그러나 협약 종료 시점인 올 3월을 앞둔 현재 앵커기업들이 부산에 상시 생산과 고용 기반을 실제로 정착시켰는지는 명확히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일부 기업은 투자 계획을 밝혔지만 법인 이전이나 안정적 생산 체계 구축 단계에 도달했다고 보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다. 산업계에서는 "계획이 아니라 결과로 평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대조적으로 부산에서 성장한 향토기업 유니스주식회사는 실질적 성과를 증명하고 있다. 유니스는 지난 16일 삼성전자에 8인치 전력반도체 웨이퍼 샘플을 공급하며 본 계약을 앞두고 있다. 부산에서 개발·생산된 전력반도체 소재가 국내 최고 수준의 반도체 공급망에 진입한 첫 사례로 평가된다.

산업계에서는 "앵커기업이 수행해야 할 역할을 향토기업이 먼저 해냈다"는 평가도 나온다. 유치는 있었지만 정착은 불분명한 외부 기업과 달리 유니스는 지역 인력과 협력사를 기반으로 기술·생산·고용이 부산 안에서 순환되는 구조를 만들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제 앵커기업 제도의 기준을 재정의해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한다. 협약이나 선언이 아니라 실제 투자, 지속적 생산과 고용, 지역 산업과의 연계 여부가 평가의 핵심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오는 3월은 부산 전력반도체 정책의 분기점이다. 정책의 초점은 '유치'에서 '정착'으로 이동해야 하며 검증된 성과를 낸 기업을 중심으로 산업 전략을 재설계해야 한다는 요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