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라니 졸리 캐나다 산업부 장관(가운데)이 지난해 11월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에서 김희철 한화오션 대표이사(왼쪽 네 번째), 강환석 방위사업청 차장(왼쪽 세 번째) 등과 장영실함을 배경으로 단체사진을 찍고 있는 모습. /사진=한화오션


60조원 규모의 캐나다 차세대 잠수함 사업(CPSP) 수주전에 현대자동차와 대한항공의 참여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실효성 측면에서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캐나다 정부의 요구에 맞춘 한국 정부의 산업 협력 패키지 구성이 뒤늦게 논의됐기 때문이다. 경쟁국인 독일이 한발 앞서 배터리·핵심 광물 공급망 등에서 실질적인 협력을 이어오고 있어 수주가 물건너 갔다는 위기감이 커진다.


캐나다 CPSP 사업은 3000톤급 디젤 잠수함을 최대 12척 도입하는 대형 프로젝트다. 30년간의 운영·유지 비용을 포함한 총사업비는 60조원으로 추산된다. 현재 한화오션·HD현대중공업 컨소시엄은 독일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TKMS)과 최종 경쟁을 벌이고 있다. 캐나다 정부는 오는 3월2일까지 최종 제안서를 받아 올해 상반기 중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캐나다가 잠수함 사업 계약 금액의 100%에 달하는 절충교역을 요구하면서 수주전은 사실상 국가대항전으로 변모했다. 절충교역은 무기를 판매하는 국가가 구매국에 기술 이전이나 현지 투자 등 반대급부를 제공하는 무역 방식이다. 단순한 제품 성능을 넘어 국가 간 전략적 파트너십의 수준이 승부를 가를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캐나다 정부는 자국 내 자동차 공장 유치를 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에 현대차의 참여 여부가 수주전의 막판 변수로 떠올랐다. 캐나다와 군용기 부문에서 협력 관계를 이어오고 있는 대한항공이 합류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대한항공은 현재 CPSP 사업과 관련해 기여할 수 있는 부분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막바지 지원사격의 실효성을 두고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정부 차원의 대응이 늦어 민간기업의 참여 여부와 관계없이 이미 판세가 기울었다는 지적이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뚜껑은 열어봐야 알겠지만 경쟁국인 독일이 제시한 패키지와 격차가 큰 것이 사실"이라며 "제안서 작성이 상당 부분 마무리된 상황에서 뒤늦은 대응이 얼마나 효과를 낼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왼쪽 맨 앞)이 지난해 11월 서울에서 멜라니 졸리 캐나다 산업부 장관(오른쪽 맨 앞)과 면담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산업통상부


독일은 핵심 광물, 전기차 배터리, 방산 등을 하나로 묶은 범정부 차원의 '패키지 딜'을 기획했다. 폭스바겐 그룹의 자회사 파워코는 지난해 70억달러(약 10조원)를 투자해 캐나다 온타리오주에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짓기 시작했고 메르세데스-벤츠는 캐나다 '록 테크 리튬 사'와 연평균 1만톤의 리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수소, LNG, 핵심 광물 분야에서도 MOU(업무협약)를 통해 에너지·자원 동맹을 구체화하고 있다.


캐나다의 유럽연합(EU) 방산 지원 프로그램 '세이프(SAFE)' 가입도 결정적이다. 캐나다는 최근 비유럽 국가 중 처음으로 세이프에 참여, 유럽 안보 블록 편입을 추진하고 있다. 유럽산 무기 우선 구매 원칙이 적용되는 만큼 독일이 상대적 우위에 있다는 분석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를 넘어서는 수준의 산업 협력 패키지를 마련해야 하지만 국내 기업들의 투자 여력은 충분치 않은 상황이다. 막대한 규모의 해외 투자를 단기간에 결정하기 어렵고 해외 공장 설립에 따른 국내 일자리 유출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 일각에서는 방산 컨트롤타워가 부재해 수출 시 절충교역에 대응하기 쉽지 않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역사상 최대 규모의 방산 수출 사업임에도 제안서 마감 한 달 전까지 전담 TF팀이 구성되지 않았다"며 "한국도 캐나다에 제안할 수 있는 게 많았지만 실행 주체가 명확치 않다 보니 선제적으로 제시하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고 했다.

최기일 상지대 군사학과 교수도 "대규모 방산 수출은 한 발이 아닌 두세 발 앞서 상황을 내다보고 움직여야 하는 싸움"이라며 "향후에 있을 대형 수출 사업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정부 주도의 컨트롤타워 구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