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200년 패권 향한 '빅 픽처'…트럼프가 그린란드서 노리는 3가지
김성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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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그린란드 '장악' 의도를 노골화하면서 국제 정세가 요동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 동맹국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덴마크령의 그린란드를 미국에 병합시키기 위한 다양한 방안들을 검토 중이다.
미국 입장에서 그린란드는 ▲희토류 등 핵심 광물 저장고 ▲러시아·중국 미사일 방어 거점 ▲북극항로 관문이란 3가지 의미를 갖고 있다. 미국이 그린란드를 차지할 경우 이미 약 100년 간 이어진 미국의 세계 패권이 최대 100년 연장될 수 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그러나 그린란드 장악 과정에서 유럽 등 동맹국들과의 관계가 틀어질 경우 이익 못지 않은 대가를 치를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희토류 품은 '자원의 보고'… 中 '자원 무기화' 무력화할 히든카드
미국이 그린란드에 눈독을 들이는 첫번째 이유는 자원 안보다. 그린란드는 석유와 천연가스는 물론 철·구리·니켈·우라늄·코발트 등 각종 지하자원이 풍부해 '자원의 보고'로 통한다.
이 가운데 특히 주목받는 광물은 희토류다. 희토류는 스마트폰, 배터리, 반도체, 방산 등 첨단 제조업 전반에 필수로 쓰여 '4차 산업혁명의 쌀'로 불린다. 덴마크·그린란드 지질조사소(GEUS)는 그린란드에 약 3610만톤(t) 규모의 희토류가 매장된 것으로 추산했다. 세계 1위 중국(4400만톤)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에 해당하는 규모다. 남부 미탐사 지역에서의 추가 발견 가능성도 높게 평가된다.
미국은 최근 희토류 공급망의 '탈중국'에 사활을 걸고 있다. 글로벌 희토류 공급망을 사실상 장악한 중국은 미·중 무역 갈등 이후 일부 희토류 품목의 대미 수출 제한 가능성을 내비치며 '자원 무기화'를 노골화했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중국은 전 세계 희토류 채굴량의 약 69%, 공급량의 85% 이상을 차지한다. 이런 상황에서 그린란드는 중국 중심의 희토류 공급망 판도를 뒤흔들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을 지낸 찰스 쿠퍼먼는 그린란드를 통한 희토류 대체 공급망 확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그린란드 개발이 현실화하면 스마트폰과 컴퓨터 등 첨단 기기 핵심 소재 분야에서 중국에 대한 절대적 의존도를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러·중 ICBM 탐지 최전선
두번째 이유는 그린란드가 미국 안보의 핵심적인 '전략 거점'이란 점이다. 미국과 러시아·중국을 둘러싼 안보 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그린란드는 미국 본토 방어와 북대서양 해상 통제를 동시에 떠받치는 지리적 요충지로 평가된다. 이에 미국은 2019년 트럼프 대통령의 그린란드 매입 제안 이후 그린란드에 대한 경제·군사적 영향력을 지속 확대해 왔다.
그린란드 북서부의 피투픽 우주기지(Pituffik Space Base·구 툴레 기지)에는 미 우주군(USSF)의 미사일 경보 레이더 체계가 배치돼 있다. 우주군에 따르면 이곳에서 운용되는 업그레이드 조기경보레이더(UEWR)는 북극 상공을 넘어오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을 탐지해 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NORAD)에 정보를 제공하는 임무를 맡는다.
ICBM의 위협을 상정할 때도 그린란드의 위치는 결정적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19일 "모스크바와 워싱턴DC 사이 최단 비행경로를 따라가면 중간 지점은 그린란드"라며 러시아나 중국이 미국을 향해 ICBM을 발사할 경우 그린란드 상공을 통과할 가능성이 크다고 짚었다.
해상에서도 그린란드는 북대서양 안보의 '길목'으로 꼽힌다. 군사·안보 문헌에서 그린란드-아이슬란드-영국을 잇는 해역은 냉전 이후에도 러시아(구소련) 잠수함 전력의 대서양 진출을 감시·차단하는 제1 저지선으로 거론돼 왔다.
수에즈 운하보다 40% 빠른 '북극 뱃길'
셋째는 기후위기로 얼음이 녹으면서 속속 열리는 바닷길, 북극항로를 선점하기 위함이다. 그린란드는 북서항로와 미래의 바닷길인 극지횡단항로가 교차하는 길목에 위치해 있다. 미국은 이곳을 거점으로 러시아가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북동항로 위주의 북극 물류 판도를 견제하고 나아가 미주와 유럽, 아시아를 잇는 새로운 해상 물류 패권을 쥐겠다는 구상이다.
또 중국이 극지실크로드 구상 아래 북극에 대한 영향력 확대를 모색해온 만큼 미국 입장에서 그린란드는 중국 견제를 위해 무시할 수 없는 요충지다. 여기에 수에즈 운하 좌초 사태나 홍해의 지정학적 리스크 등 기존 항로의 불확실성을 피하기 위한 대체재가 필요하다는 판단도 깔려 있다.
경제적 유인도 분명하다. 북서항로를 이용하면 북유럽에서 동아시아로 향하는 항로가 수에즈 운하 경유보다 크게 짧아질 수 있다. 노르웨이 트롬쇠 연구소의 분석에 따르면 북서항로 이용 시 거리가 약 1만2800km로, 수에즈 운하 경유(약 2만1000km) 대비 약 40% 가까이 줄고 운송 기간도 10~15일가량 단축될 수 있다.
서유럽~동아시아 구간에서도 파나마 운하 경유(약 2만4000km)보다 북서항로를 택할 경우 거리가 최대 1만3600km가량 줄고 항해 일수는 10일가량 단축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운항 기간이 짧아지면 연료비와 선박 운용비를 아낄 수 있어 물류비 부담을 낮추는 효과가 기대된다.
북극점을 가로지르는 극지횡단항로는 아직 상업 운항의 장벽이 높다. 부정확한 해도와 잔존 해빙의 위험, 통신 인프라 부족, 영유권 분쟁 등으로 변수가 적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기후변화로 쇄빙선 없이 항해 가능한 기간이 점차 늘고 차세대 쇄빙선과 항해·위성 기술이 고도화되면 중장기적으로 극지횡단황로 상용화 가능성도 커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편 기후위기로 그린란드 자체의 빙상도 녹고 있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최근 그린란드 빙상이 기후 위기로 인한 표면 융해와 빙산 분리 현상으로 인해 질량이 급감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위성 관측 기반 연구에 따르면 2002년부터 2025년 사이 그린란드는 연평균 약 264기가톤(Gt, 1Gt=10억톤)의 얼음을 잃었다. 이는 1990년대 초반(1992~1996년)의 연평균 손실량인 105Gt과 비교하면 2.5배 이상 빨라진 속도다.
'그린란드'얻으려다 '동맹' 잃을라… 청구서 만만찮은 트럼프식 승부수
미국이 그린란드를 영향권 아래 두게 된다면 이는 미·중 패권 경쟁의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다. 미국 입장에서 희토류 등 핵심 광물 공급망을 내재화해 중국의 자원 무기화 전략을 무력화하고, 군사 거점과 북극항로를 선점함으로써 중국과 러시아의 팽창을 동시에 억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21세기 안보 지형에서 미국이 확실한 전략적 우위를 굳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치러야 할 외교적 청구서가 만만치 않다는 점은 변수다. 미국의 일방적인 그린란드 매입 시도나 과도한 압박은 지난 70년 동안 미국의 패권을 지탱해 온 대서양 동맹의 근간을 뒤흔들 위험이 크다. 주권 존중과 합의를 대전제로 하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체제에서 트럼프식의 강압적 접근은 동맹의 결속력을 약화시킬 수밖에 없다.
미국이 그린란드라는 '지정학적 실리'를 챙기려다 자칫 핵심 동맹의 신뢰라는 '가치'를 잃는 외교적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이신화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미국이 패권을 유지해온 원동력은 하드파워뿐만 아니라 다양성과 포용성, 그리고 '규범에 기반한 국제질서'라는 소프트파워에 있었다"며 "그런데 지금의 (강압적) 방식은 그 질서를 만든 미국이 스스로 그것을 허무는 자충수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이 교수는 "이미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나토 회원국의 입장 차가 드러난 상황에서 무리한 압박은 나토의 실질적 분열을 초래할 수 있다"면서 "미국이 국제적 리더십을 잃고 빈틈을 보인다면 그 자리를 중국이나 러시아 같은 국가들이 채우며 국제사회는 권위주의적 질서와의 경쟁이라는 더 큰 혼란으로 빠져들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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