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에 본사를 둔 중견 건설업체 임원 A씨는 신입사원 채용이 최근 수년 동안 갈수록 어려워졌다고 밝혔다. 지방 건설업체들이 겪는 인력난의 현실은 예상보다 더욱 심각했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채용 후 1년 내 퇴사율이 90%에 달했다. 중흥이나 호반건설 등 호남 기반으로 성장한 대형 건설업체들도 최근 핵심 조직을 서울로 배치하는 움직임을 보인다. 현재 우리 회사도 서울사무소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 2022년 후 서울사무소 직원을 30명가량 줄였다가 다시 20명 규모의 추가 채용을 협의 중이다." - 충남의 한 중견 건설업체 A상무


지방 기업들이 채용 공백 사태에 직면했다. 수도권 출신 지원자가 급감하고 어렵게 채용한 인력도 1년을 채 버티지 못하고 떠나는 사례가 반복돼 산업 현장의 운영은 물론 공정·안전 관리마저 위협받고 있다.

A상무는 "사업 기회와 중요 정보가 서울에 집중됐고 지방과의 격차가 심화하면서 서울로 인력을 옮기는 흐름은 불가피해졌다"고 토로했다. 그는 "10년 전만 해도 신입사원 공채 지원자의 20%가 수도권 출신이었는데 최근에는 5%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말했다.


이러한 현상의 배경에 대해 A상무는 생활 여건을 꼽았다. 그는 "채용 시장에 나와서는 취업이 우선이다 보니 지방 근무라도 하겠다는 각오로 입사했지만 막상 수도권과 생활·문화 차이를 체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경력직도 상황은 비슷하다. A상무는 "신입이든 경력이든 수도권에 기회가 생기면 이직할 준비가 되어 있다"며 "지방 근무는 '임시 선택'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뚜렷하다"고 말했다.

2022년 건설업계 유동성 위기가 불거지며 이 같은 현상은 더욱 심화됐다. 그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 침체로 건설업계 구조조정이 진행됨에 따라 많은 회사들이 2년째 채용을 중단했다"며 "채용 공백이 발생하고 인력 수급 구조를 완전히 흔들었다"고 설명했다.

지방 기업들 "일할 사람 없다"

건설업종의 채용 감소는 통계로 확인된다. 고용노동부 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고용보험 상시가입자 수는 1549만3000명으로 전년 대비 18만2000명(1.2%) 증가했다. 건설업계는 반대였다. 같은 기간 건설업의 고용보험 상시가입자는 전년 대비 1만5000명 줄어 2023년 8월 이후 29개월 감소세를 이어갔다. 연령대별로 청년층(29세 이하) 가입자 수가 8만6000명 줄어 가장 큰 감소 폭을 기록했다.


지방 건설업체의 인력난은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A상무가 속한 회사는 2024년부터 신규 채용을 재개했고 지난해 11월 채용형 인턴을 모집했다. A상무는 "지원자 수가 과거 대비 크게 줄었고 수도권 출신 지원자는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인력난은 본사와 현장을 가리지 않고 나타났다. A상무는 "현재 본사 인력은 정원 대비 50% 수준"이라며 "현장 지원부서와 본사 둘 다 인력 부족이 심각하다. 특정 부서만의 문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장기 근속자의 이탈도 이어졌다. 그는 "상위 10% 건설업체를 제외하면 지방의 이직률은 상당히 높은 편"이라며 "수도권 대비 급여 격차가 있다 보니 더 나은 대우를 찾아 이동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경력사원마저 6개월~1년 내 퇴사하는 경우가 많아졌고 10년 이상 근속자의 비율이 20~30%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청년·경력 수도권으로… 지방 건설현장 채용 절벽

사진은 서울시내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건설노동자들이 이동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A상무는 지방 건설업체들도 수도권 사업을 확대하고 경영 전략에 변화가 일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건설기업의 주요 수익사업인 정비사업(재개발·재건축)이 지방에선 활성화되지 않고 개발·수주 등 핵심 기능 인력도 확보가 어렵다"고 말했다.

MZ세대의 건설업 기피 현상에 대해서도 구조 문제로 진단했다. 그는 "고된 업무, 주말 근무,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부족, 수직적 문화 등이 젊은 세대의 건설업 기피 이유로 보인다"며 "현장의 안전 위험성과 협력업체 사고로 부정 인식도 강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젊은 세대 유입이 중단된 건 10여년 전부터고 외국인 근로자 비율이 60%를 넘었다"면서 "스마트건설과 AI(인공지능) 도입이 인력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다만 제조업과 달리 건설업은 첨단 기술이 인력난을 해소할 수 있을 만한 수준까지 발전하진 않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