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집값, 폭등한 줄 알았는데…확 불어난 통화량과 비교해보니
김성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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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에 풀린 돈이 4500조원에 육박했다. 통화량은 4개월 연속으로 8%대 증가율을 기록 중이다. 수도권 집값 불안의 핵심 요인으로 수년 간 급격히 불어난 유동성이 지목된다.
2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최근 발표된 지난해 11월 광의통화(M2) 평균잔액은 약 4495조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8.4% 증가했다. 코로나19 당시 13.2%(2021년 12월)까지 치솟았던 M2 증가율은 긴축 여파로 2023년 8월 2.2%까지 떨어졌으나 지난해 하반기부터 다시 상승세를 타며 8%대 고공행진을 펼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 수치에 거품이 끼어있다고 주장한다. 한국의 M2 통계에는 주식·채권형 ETF(상장지수펀드) 등 수익증권이 포함돼 있어 증가율이 실제보다 부풀려졌다는 논리다. 실제로 전체 M2의 10% 안팎인 수익증권을 제외하면 지난해 11월 증가율은 8.4%에서 4.8%로 뚝 떨어진다. 하지만 이를 감안해도 한국의 돈 풀리는 속도는 빠르다. 수익증권을 제외한 한국의 M2 증가율(지난해 10월 기준)을 주요국과 비교해보면 미국, 유럽, 일본보다 작게는 1%포인트(p), 크게는 4%p 이상 높다.
문제는 이렇게 불어난 유동성이 자산시장, 그 중에서도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들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통상 자산 가격은 시차를 두고 통화량 증가 추세를 따라가는 경향이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가계 자산 중 부동산 비중이 약 75%에 달한다. 한국개발연구원(KDI) 보고서에 따르면 통화 공급 충격으로 통화량이 1.0% 증가할 때 주택가격은 1년에 걸쳐 약 0.9% 상승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로 코로나19가 발발한 2019년 12월 약 2912조원이었던 M2 잔액은 지난해 5월 4280조원까지 급증했다. 5년여 만에 통화량이 약 47% 불어난 셈이다. 같은 기간 집값은 어땠을까. 한국은행이 분석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12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서울 주택가격 상승률은 32.5%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전국 주택가격 상승률(19.1%)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최근 약 5년의 추이만 놓고 보면 M2 상승률과 서울 집값 상승률이 비슷한 추이를 보인 셈이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현재 국내의 통화량 증가율은 높은 수준인데 통화량이 늘고 유동성이 늘면 그만큼 돈의 가치가 하락하고, 돈의 가치가 떨어지면 실물자산(부동산·주식) 가치가 상대적으로 올라가는 현상이 맞물릴 수밖에 없다"며 "앞으로도 통화량 증가와 유동성 확대 흐름이 지속된다면 이는 집값을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여기에 '돈맥경화' 현상도 부동산 쏠림을 부추기고 있다. 한은이 본원통화 1원을 공급했을 때 창출되는 통화량을 뜻하는 '통화승수'는 지난해 11월 13.5배에 그쳤다. 이는 사상 최저치였던 2022년 7월(13.1배)에 근접한 수준이다. 경제주체들이 현금을 움켜쥐고 풀지 않으면서 기업 투자나 가계 소비 같은 실물 경제로 자금이 흘러가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돈이 실물 경제로 흐르지 않는 이유로 부동산·주식 등 자산시장에 자금이 고여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여기에 언제든 현금화가 가능한 단기자금인 협의통화(M1)는 지난해 11월 기준 약 1323조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6.9% 증가해 우려를 키운다. 증가율은 지난해 10월(7.8%)보다 다소 둔화됐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는 평가다.
허정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본래 시중에 풀린 유동성은 가계의 소비나 저축으로 이어지고 이것이 다시 기업의 투자와 생산 활동(영업이익)으로 연결된 뒤, 비용(임금 등)으로 지불되는 '경제의 선순환'을 그려야 한다"며 "하지만 통화승수가 낮은 현 상황은 우리 경제가 통화의 순환 고리가 어딘가에서 끊겨 있다는 의미"라고 했다. 이어 그는 "기업은 확보된 자금을 설비 투자가 아닌 장기성 자산 매입에 쓰고 있으며, 개인 역시 소비 대신 부동산 등 묶여 있는 자산(고정 자산)에 투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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