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어지는 KAI 수장 공백… 수출 대응·미래 준비 '안갯속'
7개월째 사장 인사 지연… "민영화로 기업 경쟁력 높여야"
김이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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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리더십 공백이 7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경쟁 업체들이 중장기 경영 전략을 수립하며 조직을 재정비하는 사이 KAI는 컨트롤타워 부재로 경영 불확실성에 직면했다.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위해 낙하산 인사 관행을 끊고 민영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KAI는 지난해 7월 강구영 전 사장이 조기 퇴임한 이후 현재까지 차재병 부사장 대행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최대 주주인 수출입은행을 비롯한 방위사업청 인사가 마무리되면서 사장 인선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진전이 더딘 상태다. 오는 3월 예정된 KF-21 양산 1호기 출하식을 사실상 사장 선임의 데드라인으로 보는 이들이 많다.
리더십 공백이 장기화하면서 내부 불안도 확산하고 있다. KAI 노동조합은 지난해 12월 한국수출입은행 본점 앞에서 '사장 인선 촉구' 집회를 열고 "경영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며 조속한 수장 임명을 촉구했다. 컨트롤타워 부재로 신속한 의사결정이 어려워지면서 사업 연속성이 저해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폴란드 외신 등에 따르면 KAI가 폴란드 공군에 인도할 경공격기 FA-50PL의 납품 일정은 당초 계획보다 약 2년가량 지연됐다. 해당 항공기에 장착될 미국 측 장비 개발이 늦어지면서 차질을 빚었다. 앞서 지난해 3분기 우리 군에 납품할 소형무장헬기(LAH) 인도 일정도 한 차례 미뤄진 바 있다.
KAI 관계자는 "폴란드에 납품할 FA-50의 추가 개발 과정에서 부품 수급 문제가 발생해 협의 하에 인도 시점을 조정한 것"이라며 "LAH의 경우는 현재 양산 납품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쟁사들은 연초부터 조직을 정비해 중장기 경영 전략 수립에 나섰다. 한화그룹은 최근 대규모 인적 분할을 통해 방산과 항공우주 등 핵심 사업에 역량을 집중했다. 현대로템은 로봇·수소사업실을 신설해 미래형 방산 시스템을 구축했고 LIG넥스원도 사명을 'LIG디펜스&에어로스페이스'로 변경, 항공·우주 분야로의 사업 확장 의지를 밝혔다.
KAI만 구체적인 방향성을 아직 확정하지 못했다. 신임 사장 선임 후 사업 전략 재정비가 예상됐지만 인선이 지연되면서 기존 체제가 유지되고 있다. 내부적으로 임시 TF 4팀을 신설하는 데 그쳤다.
금융정보기업 에프앤가이드 등이 추산한 KAI의 지난해 매출은 3조6586억원, 영업이익은 3044억원이다. 전년 대비 매출이 정체됐지만 임직원들의 고군분투로 영업이익이 26% 늘었다. 같은 기간 한화에어로스페이스·현대로템 등이 많게는 세 자릿수 성장세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아쉽다는 평가를 받는다.
민영화를 서둘러야 한다는 시각도 많다. 낙하산 인사 관행을 끊고 전문경영인 체제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력 인수 후보로는 한화와 LIG넥스원이 꼽힌다. 특정 기업이 KAI를 통째로 인수할 경우 독과점 문제가 제기될 수 있어 사업 부문별 분할 매각 가능성도 제기된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KAI는 정권마다 낙하산 인사가 선임되면서 기업을 장기적으로 이끌 오너십이 늘 부재했다"며 "주인의식이 없는 환경에서 책임 있는 의사결정이 가능하겠냐"고 반문했다. "K방산이 중요한 기로에 선 만큼 전문성 있는 인사 선임과 함께 민영화를 필수로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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