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 노조 "사장 공백 5개월, 회사 경영 마비"… '인선 촉구' 집회
노조, 리더십 공백에 '산업 경쟁력 저하' 경고
최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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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사장 자리에 누가 오느냐에는 큰 관심이 없습니다. 사장이 공석인 탓에 회사 운영이 사실상 마비된 상황이 계속돼 화가 나 이 자리에 섰습니다. 정부와 수출입은행이 이렇게 무책임한 태도를 고수한다면 회사가 과연 버틸 수 있겠습니까."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노동조합은 10일 서울 여의도 한국수출입은행 앞에서 '사장 인선 촉구' 집회를 열었다. 양현욱 대의원은 수출입은행의 미온적인 태도를 비난하며 이같이 말했다.
노조는 사장 인선 지연으로 경영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며 수출입은행에 조속한 수장 임명을 촉구했다. 임기 만료 이후 이어진 '리더십 공백'이 방산 수출·양산 프로젝트 지연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강구영 전 사장은 새 정부 출범 직후 KAI 대주주인 수출입은행을 방문해 사퇴 의사를 밝힌 뒤 지난 6월 조기 퇴임했다. 현재는 차재병 부사장이 대표이사 직무를 대행하고 있다.
노조는 최대주주인 수출입은행의 책임 있는 행동을 촉구했다. 김승구 KAI 노조위원장은 "수출입은행이 책임을 외면하고 산업을 방치해 KAI 대표이사 자리가 다섯 달 넘게 비어있다"며 "수출입은행은 인선 기준도 밝히지 않았고 왜 늦는지 설명도 하지 않아 정치적 상황을 바라보며 시간을 끄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까지 제기되고 있다"고 밝혔다.
사장 인선이 지연되면서 일선 현장에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고 노조는 지적했다. FA-50 수출, KF-21 개발 등 주요 사업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는 상황에서 경영 공백으로 일정관리와 의사결정 체계가 흔들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사장 인선 지연이 단순한 '인사 절차 문제'를 넘어 산업 경쟁력 저하로 직결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KAI는 국내 유일의 종합 항공기 체계업체로, 양산·MRO·개발이 동시에 돌아가는 구조 특성상 컨트롤타워 공백이 길어질수록 프로젝트 리스크가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 최근 글로벌 방산 수요 확대 국면에서 KAI가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
수출입은행의 책임 회피가 반복될 경우 향후 대규모 방산 수출 협상에도 악영향이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KAI의 주요 수출 사업은 정부 보증, 금융지원, 외교 라인과 긴밀히 얽혀 있어 수장의 부재는 협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말레이시아·필리핀 등 추가 FA-50 패키지 협상과 KF-21 해외 마케팅 전략 수립은 연내 결정해야 할 현안이지만 의사결정권자 부재로 대응 속도가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 노조의 설명이다.
노조는 ▲신임 사장 임명을 통한 경영 공백 즉시 정상화 ▲사장 인선 기준 공개 ▲정권 변화에도 흔들리지 않는 전문성과 책임감을 가진 인물 선임 등을 요구하고 있다.
김준영 전국금속노조 위원장은 "KAI는 단순히 한 기업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미래 먹거리를 책임질 기업이기에 절대 경영 공백이 있어서는 안 된다"며 "정권 교체가 되어서 정신없다고 하지만 용산도 우리 KAI의 이 절박함을 아직 잘 모르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KAI 사장 선임이 우리나라의 미래 먹거리를 보장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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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