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과 대화를 복원하고 양보하고 타협하는 정치를 되살리겠습니다."(지난해 6월4일 이재명 대통령 취임사)

"산업 현장의 목소리를 외면한 산업 정책은 결코 성공할 수 없습니다."(지난 22일 약가 제도 개편 현장간담회 노연홍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 발언)


이재명 대통령은 소통을 강조하며 임기를 시작했다. 이후 국무회의와 지역 타운홀 미팅을 생중계하는 등 소통 정치를 본격화했으나 정작 제약업계의 목소리는 듣지 않는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제약산업 경쟁력 약화, 양질의 일자리 축소 등과 직결되는 약가 제도 개편에 대한 업계 우려를 고려하지 않는다는 게 핵심이다.

정부는 약가 제도를 개편해 현재 오리지널 의약품의 53.55%인 제네릭(복제약) 약가 산정률을 40%대로 낮출 계획이다. 국민의 약제비 부담을 경감하고 제약사의 신약개발을 독려하겠다는 취지다. 약가 제도는 다음 달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의결을 거쳐 올 하반기 개편될 예정이다.


정부의 약가 제도 개편 추진 소식이 들리자 업계는 즉각 반발했다. 제약산업의 근간이 흔들릴 것이란 이유에서다. 정부가 제네릭 약가 인하 취지 중 하나로 내세운 신약개발 투자 역시 되레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고 업계는 평가했다.

국내 제약사들은 제네릭에서 창출한 수익을 신약개발 R&D(연구·개발)에 투자하는 사업 구조를 갖고 있다. 제네릭 수익이 끊기면 R&D 투자 위축은 불가피하다. 정부의 약가 제도 개편안으로 인한 산업계 매출 축소 규모는 3조6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한 대형 제약사 관계자는 약가 개편으로 순이익의 20% 정도가 증발할 것으로 내다봤다. 기업 수익이 1% 감소할 경우 R&D 활동은 1.5% 줄어들 것으로 제약업계는 예상한다.


약가 제도가 개편되면 양질의 일자리가 감소할 것이란 걱정도 잇따른다. 제약업계 노동자도 약가 제도 개편에 반대하는 배경이다. 제네릭 약가 인하로 기업의 수익성이 꺾일 경우 대규모 구조조정은 불 보듯 뻔하다. 약가 제도 개편 시 산업 전체 종사자 12만명 중 10% 이상이 실직할 전망이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화학노련 의약·화장품분과는 약가 제도 개편으로 인한 고용불안에 맞선 투쟁을 고려하고 있다.

제약업계는 지난해 11월 '약가 제도 개편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를 꾸리고 약가 제도 개편의 부당함을 호소하고 있으나 정작 정부는 귀를 닫은 모양새다. 언론 기자회견과 현장간담회를 진행해도 정부의 공식적인 반응이 없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이미 답을 정해놓은 것 같지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 대통령은 평소 국민 집단지성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 바탕은 국민과의 소통이다. "급격하고 전례 없는 규모의 약가 인하가 그대로 시행된다면 전면적 투자 중단은 물론 생산, 연구, 품질관리 등 국내 제약산업 전 부문에서 일자리 감축 사태가 빚어질 것"이라는 비대위의 '의약품 생산 최전선에서 드리는 호소문'에 대해서도 귀를 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