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건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거래결합심사국장이 26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SK렌터카-롯데렌탈 기업결합 심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공정거래위원회가 국내 렌터카 시장 1·2위 사업자인 롯데렌탈과 SK렌터카의 결합에 제동을 걸었다. 사모펀드(PEF)가 업계 상위권을 차지해 독과점 체제를 형성하고 소비자 가격을 인상할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사모펀드 어피니티 에쿼티 파트너스(이하 어피니티)가 롯데렌탈 주식 63.5%를 취득하는 기업결합 심사 결과, 해당 결합을 금지하는 조치를 부과했다고 26일 밝혔다. 어피니티는 2024년 8월 SK렌터카를 인수해 소유하고 있으며 이번 결합이 성사될 경우 1·2위 사업자가 모두 한 지배력 아래 놓이게 된다.

공정위는 단기 렌터카 시장에서 양 사의 결합이 실질적인 경쟁 제한을 초래할 것으로 분석했다. 2024년 말 기준 내륙 단기 렌터카 시장에서 롯데렌탈(17.1%)과 SK렌터카(12.2%)의 합산 점유율은 29.3%에 달한다. 이는 3위 사업자인 쏘카(3.7%)와 비교해 7.9배 이상의 격차를 벌리는 수치다.


제주 지역은 '렌터카 총량제'로 인해 신규 진입이나 증차가 제한되어 있어 독점적 지위가 더욱 공고해질 것으로 우려됐다. 공정위 경제분석 결과에서 결합 이후 SK렌터카의 가격 인상 압력은 내륙에서 최고 12.15%, 제주에서 11%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기 렌터카 시장 역시 양 사의 합산 점유율이 38.3%로 2위부터 7위 사업자의 점유율을 모두 합친 것보다 크다. 공정위는 현대캐피탈 등 금융사(캐피탈사)들이 존재하지만 이들이 1·2위 연합군을 견제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판단했다.


가장 큰 걸림돌은 '본업비율 제한' 규정이다.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라 캐피탈사는 리스 차량 잔액을 초과하여 장기 렌터카를 보유할 수 없다. 반면 렌터카 전업사인 롯데렌탈과 SK렌터카는 이러한 제약 없이 공격적인 증차가 가능하다. 차량 정비 인프라와 중고차 판매망을 직접 운영하는 양 사와 달리 금융사들은 하드웨어 경쟁력에서 열세에 놓여 있다는 분석이다.

공정위는 이번 사안에 대해 가격 인상 제한 등 행태적 조치만으로는 경쟁 제한 폐해를 바로잡을 수 없다고 보고 '주식 취득 금지'라는 구조적 조치를 결정했다. 이는 2003년 이후 공정위가 내린 9번째 기업결합 금지 사례다.


공정위는 사모펀드가 단기간에 경쟁사를 연달아 인수해 시장력을 확대한 후 고가로 매각(Buyout)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시장 왜곡을 지적했다. 사모펀드의 특성상 행태 조치의 영속성을 담보하기 어렵고 인위적인 독과점 형성이 소비자 및 중소 경쟁사에 직접적인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앞으로도 경쟁제한적 기업결합을 면밀히 감시해 독과점 심화 및 이에 따른 소비자・중소 경쟁사 피해를 적극 방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