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한 건물에 설치된 4대 은행 현금자동입출금기./사진=뉴시스


공정거래위원회가 KB국민·신한·우리·하나 등 4대 시중은행의 부동산 담보인정비율(LTV) 정보 교환을 '담보대출 시장 경쟁 제한'으로 판단하고 법 위반행위 금지명령과 함께 총 272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21일 공정위는 이들 은행이 부동산 담보대출의 거래조건인 LTV 정보를 서로 요청·제공하고 이를 실제 업무에 활용해 경쟁을 제한했다고 보고 법 위반행위 금지명령과 과징금 부과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LTV가 낮아지면 동일한 담보로 받을 수 있는 대출 규모가 줄어 차주는 추가 담보를 제공하거나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신용대출로 자금을 보완해야 하는 등 조건이 악화될 수 있다. 특히 신용여력이 낮고 추가 담보 확보가 쉽지 않은 중소기업·소상공인일수록 LTV 수준에 따라 자금 조달 가능성과 규모가 크게 좌우된다는 게 공정위의설명이다.


공정위는 4대 은행이 최소 736건에서 최대 7500건에 이르는 각 행의 담보인정비율 정보 전체를 장기간에 걸쳐 필요할 때마다 서로 교환했다고 판단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해당 은행 담당 실무자들은 직접 만나 LTV 정보를 인쇄물 형태로 전달받은 뒤 엑셀에 옮겨 적고, 문서는 파기하는 방식으로 흔적을 지웠다. 담당자 교체 시에도 정보교환이 중단되지 않도록 은행별 담당자와 교환 방식 등을 정리해 인수인계까지 했다는 게 공정위의 판단이다.


이렇게 확보한 정보는 실제 의사결정에도 활용됐다. 공정위는 각 은행이 LTV를 조정할 때 다른 은행의 정보를 어떻게 반영할지에 대한 세부 기준을 도입·운영하고 있다고 봤다. 그에 따라 특정 지역·특정 종류 부동산에 적용되는 LTV가 다른 은행보다 높으면 경쟁 은행에 비해 대출금 회수 리스크 부담을 이유로 낮추고, 반대로 LTV가 타행보다 낮으면 고객 이탈로 영업경쟁력이 약화될 것을 우려해 높였다는 것이다.

그 결과 4대 은행의 LTV가 장기간 유사한 수준으로 유지되면서 은행들은 경쟁 불확실성을 줄이고 LTV를 통한 경쟁을 회피해 영업이익을 안정적으로 창출할 수 있었다는 게 공정위 설명이다.


공정위는 이들 4대 은행이 담보대출 시장에서 약 60%의 점유율을 차지하는 만큼 LTV가 유사한 수준으로 유지될 경우 차주들의 거래은행 선택권이 제한될 수 있다고 봤다.

정보교환에 참여하지 않은 은행(기업·농협·부산은행)과 비교하면 2023년 기준 4대 은행의 평균 LTV는 7.5%포인트 낮았고, 공장·토지 등 기업대출과 연관성이 큰 비주택 부동산은 격차가 8.8%포인트로 더 컸다고 공정위는 밝혔다.

이번 사건은 지난 2021년 12월 30일부터 시행된 개정 공정거래법에 새롭게 규정된 경쟁제한적 정보교환 담합행위 금지 규정이 적용된 첫 번째 사례다.

공정위는 앞으로도 금융을 포함한 각 분야에서 정보를 교환하는 방법으로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법 위반이 확인될 경우 엄정 조치할 계획이다.

공정위는 "금융 분야에서 장기간 유지돼 온 경쟁제한적 행태를 적발·제재함으로써 독과점이 고착화된 분야의 경쟁을 촉진하고 금융소비자 권익을 보호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며 "기술력과 사업능력이 충분한 중소기업에 자금이 원활히 공급되는 생산적 금융 확산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