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신사의 여성 패션 플랫폼 29CM가 오프라인 편집숍을 통해 성장의 기반이 된 고감도 큐레이션 역량을 증명한다. /사진=29CM


무신사의 여성 패션 플랫폼 29CM가 오프라인 편집숍 오픈을 준비하고 있다. 브랜드의 성장과 카테고리 확장을 이끌어 온 고감도 큐레이션 역량을 물리적 공간에서 시각화해 '취향'을 판매하는 플랫폼으로서의 정체성을 각인시킨다는 구상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29CM의 지난해 거래액은 약 1조3000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추산된다. 역대 최대치로 무신사에 인수된 2021년(2750억원)과 비교하면 약 5배 늘어난 규모다. 29CM는 2년 연속 조 단위 성장을 이어가며 여성 패션 플랫폼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 4년간 여성 패션 플랫폼 시장에서 경쟁 구도를 형성해 온 W컨셉과의 격차가 빠르게 벌어지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업계에 따르면 W컨셉의 2025년 연간 거래액은 6500억원 수준으로 29CM와 사실상 두 배 차이다. 2022년까지만 해도 거래액 면에서 W컨셉이 근소하게 앞섰지만 2023년을 기점으로 전세가 역전된 이후 격차는 확대되는 흐름이다.


성장세의 핵심 동력은 25~39세의 구매력 있는 여성 고객을 겨냥한 고감도 큐레이션 역량이다. 29CM는 신진 디자이너 및 인디 브랜드를 발굴하고 기획전 등을 통해 브랜드의 스토리를 소개하며 고객과의 접점을 넓혀 왔다. 이러한 방식이 '나만 알고 싶은 브랜드'를 찾는 소비자의 수요와 맞물려 취향이 확고한 여성 고객층의 신뢰로 이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리빙·뷰티 등 패션 이외의 영역에서도 영향력을 드러내고 있다. 홈 카테고리 '이구홈'의 지난해 거래액은 전년 대비 35% 이상 증가했고 최근 3년간 50% 이상의 연평균 성장률을 보였다. 뷰티 분야의 지난해 상반기 거래액은 전년 대비 2배 이상 늘었다. 브랜드의 고유 가치를 전달하며 최저가·가성비를 앞세운 오픈마켓과의 차별화에 성공한 결과다.


성과는 오프라인에서도 나타났다. 지난해 6월 서울 성수동에 문을 연 '이구홈 성수'는 오픈 6개월 만에 누적 방문객 수 62만명을 돌파했다. 지난달 방문객 수는 오픈 초기(7월) 대비 26% 이상 늘어나는 등 집객력이 강화되는 흐름이다. 29CM는 흥행에 힘입어 이달 말 '이구홈 성수 2호점'을 선보일 예정이다.

오프라인 편집숍 출격… '29CM식 삶의 방식' 제안

이를 토대로 29CM는 연내 여성 패션 중심의 첫 오프라인 편집숍을 선보일 예정이다. 현재 서울 주요 지역에서 부지를 물색하고 있다. 특정 브랜드의 쇼케이스 성격이었던 팝업 '이구갤러리'와 달리 여러 디자이너 브랜드의 제품을 선보이는 상설 매장 형태가 될 전망이다.

29CM 관계자는 "이구갤러리가 하나의 브랜드에 집중했다면 준비 중인 매장은 여성 디자이너 브랜드들을 한데 모으는 공간이 될 것"이라며 "25~39세 여성 고객이 관심을 보이는 브랜드 중 온라인 기반으로 성장한 곳이 많아 직접 옷을 입어 보고 구매하려는 수요가 분명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무신사가 10대에서 30대를 아우르는 캐주얼한 느낌이라면 (29CM는) 직장인 여성을 타깃으로 한 컨템퍼러리 브랜드로 차별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는 W컨셉 등 경쟁 플랫폼이 오프라인 거점을 축소하는 것과 대조되는 행보다. W컨셉은 지난해 9월 대구점 운영을 종료하며 신세계백화점에 입점해 있던 모든 오프라인 매장을 철수했다. 향후 아울렛과 복합 쇼핑몰 중심의 팝업스토어를 통해 접점을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29CM가 오프라인 투자를 이어가는 것은 온라인의 큐레이션 역량을 물리적 공간으로 확장해 브랜드의 지향점을 구체화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온라인 서비스만으로는 전달하기 어려운 브랜드 이미지에 실체감을 부여해 고객들에게 '29CM만의 삶의 방식'을 제안하며 차별화를 꾀하겠다는 전략이다.

업계에서는 외연 확장에 성공한 29CM가 브랜드 관리의 초점을 '규모 확대'에서 '정체성 유지'로 옮기고 있다고 평가한다. 플랫폼의 체급이 커질수록 초기 경쟁력이었던 희소성이 약해질 수 있다는 구조적 한계를 오프라인 공간에서의 경험을 통해 '고감도 브랜드'라는 정체성을 굳히는 방식으로 극복하려는 흐름으로 해석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온라인 플랫폼은 규모가 커질수록 취향의 독특함이나 희소성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며 "오프라인 공간은 라이프스타일을 구체적으로 재현하며 브랜드가 지향하는 감도와 기준을 선명하게 전달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오프라인에서의 반응이 다시 온라인으로 연계된다면 소비자에게는 신선함과 새로움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