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에 따르면 2012년 기준 국내 중소기업수는 335만1404개(전체의 99.9%), 중소기업 종사자는 1305만9372명(전체의 87.7%)에 이른다. 반면 국내시장을 장악한 대기업의 비중은 전체 사업 수의 불과 0.1%(2916개), 종사자는 전체 근로자의 12.3%(183만1790명)에 그친다.
◆ 위상… 대기업 성장 ‘견인’·일자리 창출 ‘주도’
아이러니한 점이라면 시장경제체제에서 힘의 분포는 이 수치와 정반대라는 것이다. 대기업이 국내 전체 생산량의 54%, 전체 수출량의 82%를 차지하는 데 반해 중소기업은 전체 생산의 46%, 전체 수출의 18%를 담당한다. 한국경제나 기업을 이야기할 때 삼성과 현대차, SK, LG 등 대기업을 무시할 수 없는 이유다.
하지만 국가경제 기여도에 있어 중소기업은 단순 통계수치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그도 그럴 것이 한국경제의 근간을 이루는 것이 중소기업인 데다 중소기업의 생산성이 약화되면 국가경제의 경쟁력에도 큰 타격을 입는다.
우리나라 자동차산업을 예로 든다면 ‘협력사’로 불리는 3800여 중소기업이 부품조달 등으로 뒷받침하지 않았다면 오늘날 대기업들의 성공은 불가능했다.
일자리 창출 면에서도 중소기업의 역할은 빛난다. 중소기업이 고용한 종업원 수는 대기업보다 7배 이상 많고 소위 ‘3D업종’으로 불리는 어렵고(difficult) 위험하고(dangerous) 더러운(dirty) 일을 담당하는 것도 대부분 중소기업이다.
중소기업의 중요성은 비단 우리나라에서만 강조되지 않는다. 독일이 1950~60년대 라인강의 기적을 일군 것도,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와 2010년 유럽 재정위기를 무난히 이겨낸 것도 탄탄한 중소기업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GE·애플 등 글로벌기업 역시 작은 실험실에서 출발했고 삼성과 현대차도 ‘삼성상회’, ‘아도서비스’ 등 중소기업에서 탄생했다.
◆ 현실… 평균수명 줄고, 대기업과 격차 커지고
이처럼 중소기업이 생산과 고용의 핵심으로서 산업구조의 저변을 이루며 한국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했다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다만 그 위상에 비해 중소기업의 가치가 지나치게 ‘저평가’됐다는 것, 그리고 경기침체와 수출감소, 내수부진 등 국내외 경제상황이 중소기업의 생존을 갈수록 위협한다는 게 문제점으로 떠오른다.
지난 2013년 한국은행의 발표에 따르면 국내 320만 중소기업의 평균수명은 12.3년이며 신생기업이 창업 후 2년 뒤 생존한 기업은 50%에도 미치지 못했다. 5년 이상 중소기업이 존속할 확률 역시 24%에 불과했다. 지난해 8월 중소기업연구원의 조사에서도 중소제조업체들은 금융위기 이전인 5년 전에 비해 사업체 수와 종사자 수, 생산액, 부가가치, 평균임금, 수출실적 등 위상지표가 대부분 약화됐다.
중소기업의 경영환경이 지속적으로 악화되면서 대기업과의 격차가 더욱 커진 것도 2015년 한국의 중소기업이 처한 현실이다. 특히 근로자의 임금격차 문제가 심각하다.
중소기업연구원에 따르면 대기업과 중소제조업 간 연평균 전체임금 격차는 지난 2008년 179만5592만원에서 2013년 243만9538만원으로 크게 확대됐다. 이에 전문가들은 대·중소기업 간 임금격차가 중소기업의 인력난을 가중시켜 결국에는 중소기업의 노동생산성을 떨어뜨릴 것이라고 우려한다.
중소기업연구원 관계자는 “중소제조업의 위상약화는 중소기업 고용창출 능력저하와 대·중소기업 간 양극화로 인한 사회적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며 “이는 곧 국가경제의 성장잠재력을 위축시키는 심각한 문제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 목표… 벼랑 끝 각오 “반드시 살아남겠다”
위기에 처한 한국의 중소기업들은 어떤 목표와 각오로 2015년을 보낼 계획일까.
‘필사즉생’(必死則生). 중소기업중앙회가 최근 중소기업 임원 500명을 대상으로 ‘올해 경영환경으로 적합한 사자성어’를 묻는 설문조사에서 1위(33.3%)를 차지한 사자성어다. 중국 고대 병서인 <오자병법>에 나오는 이 말은 ‘죽기로 싸우면 반드시 살고, 살려고 싸우면 반드시 죽는다’는 뜻이다. 올해의 경영환경이 생사를 가늠하기 어려운 만큼 죽기를 각오하고 경영에 임해야만 겨우 생존할 수 있다는 중소기업인들의 벼랑 끝 심정이 느껴진다.
사회공헌도 높은 ‘착한’ 중소기업
‘적게 벌고도 많이 베푼다?’ 중소기업의 역할과 관련해 기억할 만한 부분은 대기업보다 국가와 사회공헌도가 훨씬 높다는 점이다.
한국기업공헌평가원이 최근 한국공인회계사회와 함께 2만여 중소·중견기업과 대기업, 소상공기업을 대상으로 ‘국가·사회 공헌도’를 분석한 결과 소상공인을 포함한 중소·중견기업의 사회공헌도가 대기업보다 4∼5배 큰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전체 기업공헌도를 100%로 가정할 때 일자리창출공헌도와 국민소득공헌도 부문에 있어 중소·중견기업은 약 90%로 대기업보다 월등한 우위를 점했다. 또 중소·중견기업의 국가재정공헌도와 가치창출공헌도 역시 지난 13년간 각각 2배, 3배 증가해 대기업 상승률을 앞섰다.
10대 산업군으로 보면 유통을 비롯해 기타기계장비, 기타서비스에서 중소·중견기업의 공헌도가 대기업보다 높았다. 다만 대기업은 자동차, 전기, 화학업종에서 중소기업보다 우위를 점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72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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