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안츠생명이 올 3분기 안에 사명을 ‘ABL생명’으로 바꾼다. 모기업이었던 독일 알리안츠그룹이 지분 100%를 보유하지 않으면 ‘알리안츠’라는 이름을 쓰지 못하도록 해서다. 새로운 주인이 된 중국안방보험그룹과의 연계성을 살리기 위함도 있다. 
안방보험에 인수된 후 1년간 외형확대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 알리안츠생명이 올해 사명변경과 함께 또 다른 도약을 이뤄낼지 관심이 쏠린다.

지난달 28일 열린 글로벌 콘퍼런스에서 발표 중인 요스 라우어리어 알리안츠생명 사장. /사진=머니투데이 DB

◆사명 변경 리스크 ‘변수’ 

알리안츠생명은 지난해 안방보험에 인수된 이후 조금씩 외형성장을 이뤄냈다. 생명보험협회의 월간생명보험 통계자료에 따르면 알리안츠생명의 지난해 총자산은 17조6028억원으로 2015년(16조6510억원)에 비해 소폭 증가했다. 특히 수입보험료의 성장이 눈에 띈다. 알리안츠생명의 지난 1~2월 수입보험료는 454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전체 수입보험료(1조1682억원)의 절반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알리안츠생명 수입보험료가 껑충 뛴 데는 보장성보험 판매량 증진 덕도 있지만 저축성보험이 선전했기 때문이다. 알리안츠생명은 안방보험에 인수된 이후 저축성보험 판매에 매진했다. 대다수 보험사가 신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으로 보장성보험 판매를 늘리는 것과 차별화된 전략이다. 

알리안츠생명이 내놓은 저축성보험은 가입자가 몰려 판매가 일시중단되기도 했다. 알리안츠생명은 지난 1월 연 2.0%의 최저이율, 2.6%(1월)의 공시이율을 적용(생보업계 평균 이율 1.0~1.5%)한 상품을 팔기 시작했지만 너무 급속히 자금이 들어오면서 수익성 우려가 제기돼 속도 조절 차원에서 하루 만에 판매를 중단했다. 해당 상품은 2월1일부터 기존(1월)의 이율 수준을 유지해 재판매를 시작했다.

한 독립보험대리점(GA) 관계자는 “그 상품은 당시 목표량이 10억원 정도로 설정됐으나 하루 만에 이를 초과했다고 들었다”며 “최저이율이 타 보험사 대비 2배 이상이기 때문에 가입자가 몰릴 수밖에 없었던 상품”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올해도 알리안츠생명이 저축성보험 판매에 적극 나설지는 미지수다. 2021년부터 보험부채를 원가에서 시가로 평가하는 IFRS17이 적용되면 저축성보험은 곧 부채가 된다. 안방보험의 외형 확대전략이 언젠가는 부메랑이 돼 돌아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대해 알리안츠생명은 저축성보험상품이 회사의 주력상품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오히려 강점을 띤 변액·보장성보험 판매확대를 통해 수익다변화 전략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우려되는 부분은 또 있다. 사명변경에 따른 설계사 이탈 가능성이다. 기존 알리안츠생명의 보험상품은 앞으로 ABL생명의 브랜드로 판매된다. 보험가입 시 회사의 안정성을 크게 고려하는 소비자 특성상 변경된 브랜드가 판매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미지수다. 최근 사회분위기상 중국기업이라는 이미지가 부정적인 인식을 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생명보험협회의 월간생명보험 통계자료에 따르면 안방보험에 인수된 지난해 4월 알리안츠생명의 설계사는 3389명이었다. 그러나 1년도 채 지나지 않은 올해 2월28일 기준 설계사는 3281명으로 100명가량 감소했다. 수치상 위협이 될 정도의 이탈은 아니지만 3분기 사명변경이 확정되면 이탈자가 더 늘어날 수도 있다. 지난해 초회보험료의 80%를 책임진 설계사의 이탈은 알리안츠생명에 치명타일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알리안츠생명이 저축성보험 판매에 매진할 수 있는 것은 안방그룹의 자금력 덕분”이라며 “하지만 올해도 안방그룹 자금력에 기대긴 힘들 것이다. 사명 변경과 함께 하반기에는 새로운 전략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디지털 키워드로 혁신 나선다

알리안츠생명의 장기적인 전략 키워드는 ‘디지털’이다. 인슈테크(보험+핀테크)는 보험업의 미래로 평가되지만 많은 보험사가 아직 구체적인 플랜을 잡지 못한 상태다. 인공지능(AI) 모바일 가입인증 서비스 등이 출시됐지만 디지털혁신으로 부르기엔 부족하다는 평가다. 

요스 라우어리어 알리안츠생명 사장은 인슈테크시장에서 알리안츠생명이 선두주자로 나서기를 기대한다. 지난달 라우어리어 사장은 한 글로벌 콘퍼런스 행사에 참석해 “앞으로 보험청약 과정에서 전자서명이 종이를 대체할 것”이라며 “이 시장이 열릴 때 선두주자로 나설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미 여의도 본사에는 보험설계사들이 편리하게 업무를 볼 수 있는 디지털영업점도 개설했다. 

특히 그는 디지털 헬스케어 앱 도입을 강조했다. 보험업계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고객에게 더 편리한 상품을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 이에 알리안츠생명은 글로벌 모바일 헬스케어기술회사 눔(Noom)과 제휴를 맺고 자사 인터넷보험 브랜드 ‘올라잇’ 상품에 가입한 고객에게 건강관리 앱을 6개월간 무료로 제공 중이다. 

알리안츠생명은 3분기 사명변경에 따라 로고 교체로 인한 건물 외관 변경 등을 제외하면 내부적으로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알리안츠생명이 지난해 4월 안방보험에 인수된 이후 이사회 교체, 노조협약, 인력구조조정 등을 꾸준히 진행했기 때문이다. 알리안츠생명 측도 “3분기 내 사명이 변경되지만 당장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라우어리어 사장에게 올해는 도전의 해다. 알리안츠생명이 독일 알리안츠그룹의 품을 떠나 안방보험의 일원으로 출발하는 첫해기 때문이다. 알리안츠생명이 올해를 디지털화와 혁신의 원년으로 삼고 도약할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8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