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퉁이 돌면 스타벅스'는 이제 옛말이다. 국내 토종 커피전문점 카페베네는 2008년 1호점을 오픈한 이래 3년이 채 되기 전 400호점을 돌파했다. 스타벅스 보다 더 자주 눈에 띄는 커피 브랜드가 된 것. 아시아에서 스타벅스를 누른 커피 전문점은 카페베네가 처음이다.
 
카페베네의 창업주 김선권 대표를 만나고 나서야 왜 카페베네가 국내에서 가장 많은 점포를 갖게 됐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김 대표는 커피시장에 아직 완전히 정착하지 않았다며 조심스러워 하면서도 마케팅 비밀을 하나둘 털어놓았다.   
 
커피? 이미 검증된 아이템
 
김선권 대표는 모험을 하지 않았다. 김 대표는 창업을 할 때 고려하는 것이 '검증된 아이템' 이라고 말한다. 뜻밖이었다.
 
김 대표가 커피 사업에 발을 담그기 시작할 무렵 국내에는 이미 스타벅스, 커피빈 등 외국 브랜드와 토종 커피 전문점들이 시장을 메운 상태였다. 커피시장은 포화상태처럼 보였고 모두가 커피 사업에 뛰어들려는 김 대표를 말렸다. 하지만 김 대표에게 커피 사업은 무모한 도전이 아니었다. 자신만의 아이디어가 있었던 것.
 
“많기 때문에 안 된다는 얘기로 저를 설득할 수는 없었어요. 저는 그만큼 커피 시장에 대한 준비를 해왔기 때문이죠. 이미 커피시장이 잘 되고 있었고 거기에서 차별화를 꾀하면 된다는 확신이 있었어요.”
 
김 대표는 우선 메뉴를 다양화했다. 그는 기존 커피 전문점에는 없던 젤라또와 와플 등의 메뉴를 도입했다.
 
"이태리나 유럽을 가면 모든 커피 전문점에는 젤라또가 있어요. 스타벅스가 태동한 시애틀은 비가 많은 지역이라 아이스크림이 없었던 거죠. 미국 위주의 커피브랜드가 아닌 유럽 스타일의 커피브랜드. 바로 카페베네만이 갖는 차별점이죠."
 
결과는 성공했다. 이후 국내의 커피 브랜드들은 카페베네의 성공을 쫓아 하나둘 메뉴를 추가했다. 이를 보는 김선권 대표는 가만히 승자의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스타벅스에 굴욕 안긴 카페베네

신비주의 전략의 승리
 
김 대표는 국내 커피전문점들이 미국 스타일의 커피문화를 쫓을 때 유럽 스타일의 고급스러운 브랜드 이미지를 추구했다. 고급스러움을 위해 요식업 프랜차이저인 자신은 가만히 뒤로 숨었다. 대신 대형 연예기획사인 사이더스를 전면에 내세웠다. 김 대표는 이를 ‘신비주의’ 전략이라고 말했다.
 
“처음 카페베네를 시작할 때 가맹점의 마음을 얻기가 쉽지 않았어요. 우리의 물류망과 유통망을 설명해도 ‘커피’란 이미지와는 매칭이 안 됐던 거죠.”
 
사이더스와의 만남은 우연이 아니었다. 사이더스의 정훈탁 대표가 마침 커피사업을 해보려던 차에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미다스의 손으로 알려진 김 대표와 자연스럽게 손을 잡게 된 것. 김 대표는 기존 프랜차이즈로 물류망과 유통망을 갖췄고 사이더스의 이름과 이미지를 사용했다.
 
‘커피브랜드는 이미지만 잘 만들면 될 뿐 광고는 불필요한 것’이라는 커피업계의 생각을 뒤집었다. 사이더스의 소속 배우 한예슬을 모델로 한 TV, 지면, 옥외 광고를 벌이는 동안 소비자들은 ‘카페베네는 사이더스의 것’이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
 
이는 카페베네가 더 많은 가맹점을 갖게 된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김 대표의 생각이 주효한 것이다.
 
“2011년? 돈 벌 생각 없어요”
 
김 대표는 2011년에 대한 생각만으로도 벌써 바쁘다. “2011년은 글로벌의 효시가 되는 해예요. 해외 마케팅팀을 보강해서 동남아, 뉴욕, 유럽까지 커피를 역수출할 계획입니다.”
 
동남아면 몰라도 미국, 유럽 시장 진출이 과연 가능할까? 기자의 의심어린 물음에 김 대표는 자신 있게 대답했다.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이 안 될 거라고 말해왔어요. 하지만 전 될 수 있는 이유들을 충분히 갖고 있습니다. 이번에도 사람들의 편견을 깨고 입증해 보일 겁니다.”
 
김 대표의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서려있었다. 김 대표는 내년 5월 뉴욕 매장 오픈을 준비하는 한편 싱가포르 매장과는 이미 계약을 마쳤다.
 
카페베네는 뒤늦게 진출했지만 국내 커피브랜드를 누르고 독보적인 1위로 올라섰다. 그는 국내 커피 브랜드가 모두 잘해서 커피 시장을 키웠으면 좋겠다는 ‘순진한’ 생각을 갖고 있다.
 
“예전에 전국 다방 개수를 알아본 적이 있는데 그때 만여개였어요. 현재 모든 커피프랜차이즈
를 합한 매장 수는 2000개 정도에 불과하죠. 커피 시장은 아직 더 키울 가능성이 있습니다. 현재 우리 커피를 즐기는 연령은 20~30대 여성이 주입니다. 우리는 드라마 PPL(간접광고)을 통해서 커피 문화를 알리고 있어요. 40~50대도 카페 문화에 흡수시키려는 생각이죠.”
 
김 대표의 이런 생각에도 갑작스럽게 치솟은 카페베네에 대한 질시는 만만치 않다. 카페베네에 대한 루머도 많았다. 대표적인 게 바로 카페베네 매각설. 김 대표는 이 루머에 속상한 내색을 감추지 않았다.
 
“매각의 구체적인 금액까지 들었어요. 근거 없는 루머죠. 카페베네는 대우증권과 IPO(기업공개) 계약을 맺고 내년에 코스피에 상장할 예정입니다. 매각은 말도 안 되는 얘기예요.” 
 
자수성가 한 사람들은 으레 자신만의 경영 고집이 있게 마련이다. 하지만 김 대표는 다양한 컨설팅과 조언들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는 카페베네가 업계 1위이지만 여러 면에서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고 솔직하게 말한다.
 
“향후 2년이 카페베네가 더 성장할 수 있을지 고비인거 같아요. 이에 대비하기 위해서 R&D팀을 30명에서 50명으로 확충합니다. 커피시장에서 더욱 입지를 다지고 미국 진출을 위해서예요. 국내 커피브랜드에서 R&D 팀 50명은 아마 없을 걸요”
 
업계 1위여도 끊임없는 계발과 자기 채찍을 가하는 김 선권 대표. 김 대표는 아직 목이 마르다.
“내년엔 돈 벌 생각 없어요. 투자와 계발을 계속할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