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바이트의 세계/과외 & 학원강사

 
 "알바, 돈 보고 덤비단
 

      하루 만에 잘린다"

 
 -알바 선호 1위 과외·학원강사, 평균 시급 2만원...사회경험은 배부른 소리
 -학생 성적 오르면 간식·대우 달라져...학부모 관리도 수업 못지않게 중요
 
 
 과외, 출판사 교열, 커피숍 바리스타, 패스트푸드점 점원, 생동성 실험 대상, 도넛츠 만들기...대학생들의 다양한 아르바이트(알바) 직종이다. 알바에 나서는 대학생들의 사정도 용돈 마련, 학비 마련이 최우선이다. '아르바이트=돈'이라는 등식이 그들에겐 불변의 법칙이다. 따라서 '아르바이트를 통한 사회경험'을 '낭만 혹은 배부른 이야기'로 인식하고 있기도 하다.

 알바의 목적이 '돈'이라면 과연 알바생들이 최고로 꼽는 직종은 뭘까? 얼마 전 한 구직포털에서 알바생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시간대비 급여에서 최고로 꼽은 알바는 과외와 학원강사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공을 살려 비교적 어렵지 않게 가르칠 수 있고, 자기 시간을 뺏기지 않는다는 점이 선정 이유였다.

 학원에서 국어강사를 하고 있는 윤상현(23, 경희대) 씨, 학과 공부를 위해 시간조절이 비교적 수월한 학원강사를 택한 이인호(24, 경희대) 씨, 과외로 어학연수 비용과 등록금을 마련했다는 엄은희(25, 경희대) 씨, 임용고시를 준비하는 과외 3년차 장준영(23, 경희대) 씨, 초등 학원강사 2년 경력의 김해리(25, 경희대) 씨 등 자타공인 잘 나간다는 대학생 과외·학원강사 5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들에게 과외와 학원강사를 선택한 이유를 묻자 이구동성으로 외친 외마디는 '돈'이었다.

 최고의 알바로 꼽히지만 아무나 할 수 없다는 과외와 학원강사. 그들만의 알바세상으로 들어가 '돈'이야기와 '선생님'으로 사는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다른 알바 추종 불허하는 고수익
 이인호: 요즘 시간당 최저 임금이 4100원대에요. 하지만 과외는 계산해보면 평균 시간당 2만원이 나오죠. 물론 과외비나 학원 강사비용이 딱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다른 알바에 비해 확실히 고수익이에요. 

 윤상현: 서울이야 4100원이죠 지방에서는 최저임금도 못되는 데가 많아요. 하지만 일하고자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인건비가 낮아도 없어서 못하는 형편이죠. 과외나 학원강사는 돈이 필요한 대학생이 제일 선호하는 알바인 것 같아요. 일주일에 두시간씩 두번 나가면 30만원에서 많게는 50만원, 대학 이름이나 실력에 따라서 그 이상도 받으니까요.
 
 그렇다면, 도대체 과외와 학원강사는 어떻게 구하는가? 누구는 과외와 강사 자리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라고 하고, 누구는 과외를 3개씩이나 하고 있는데도 자꾸 들어오는 과외 요청에 거절하고 있다고 했다.

 엄은희: 제 주변에는 전봇대에 과외학생 구함이라고 광고지를 붙인 친구도 있어요. 그런게 아니라면 친척이나 이웃들이 친분으로 연결해 주기도 해요. 과외를 하다 보면 입소문을 타서 같은 동네에서 과외가 들어오기도 하고요.

 김해리: 하지만 역시 몇년 전부터 대세는 인터넷인 것 같아요. 과외 전문 사이트도 있고 학원강사 구인구직 전문 사이트도 있어요. 대부분 일정 수수료를 내야 구인란을 볼 수 있는 유료죠. 과외를 구해주는 대신 첫달 치 월급을 가져가거나 일정 퍼센트를 가져가는 회사도 있어요.
 
 과외대행회사 횡포 심해
 과외를 대신해서 구해주는 회사 이야기가 나오자 일순, 불만이 터져 나왔다. 첫달 치 월급을 가져가는 과외대행 회사들 중 한 두달 가르치고 있으면 부모에게 전화를 해 더 좋은 강사가 있다는 식으로 권유, 그만두게 하여 계속해서 첫달 치 월급을 가져가는 회사도 있다고 했다.

 시행 법규상 대학생과 대학원생이 아닌 모든 개인 과외 교습자는 신고를 하고 세금을 내야한다. 하지만 자진 신고제가 실시 된지 10년이 다 되 가지만 신고율은 미흡한 실정이다. 일부 과외대행회사들의 경우 부실운영과 기록날조 등을 일삼아 피해를 본 대학생들의 사례도 상당한 숫자인 걸로 파악되고 있다.

 김해리: 하지만 가장 분통 터지는 건 저일 걸요? 전 회사에서 교재도 지급해주고 과외학생을 일괄 관리하는 회사에 소속돼 일했는데 두달째 과외비가 입금이 안 되서 전화로 문의를 하니까 부도가 났다는 거에요. 내가 받아야 할 돈이 200만원 가까이 되요.

 장준영: 하지만 단순히 돈 때문에 과외를 하는 건 아니에요. 전 임용고시를 준비하고 있기도 하고,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이 즐거워요. 내가 가르쳐서 학생의 성적이 오르면 뿌듯하기도 하고요.("어머니가 주시는 간식이 달라지지" 누군가의 말에 웃음을 터트리며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사교육시장 현실 피부로 느껴
 윤: 사실 단순히 돈벌이로 하는 친구들이 없는 건 아니에요. 전공을 살려서 하다 보니 대충해도 된다는 생각인거죠. 하지만 사교육이라 해도 교육은 교육이잖아요. 선생님이라는 자각과 마인드가 없으면 어려워요. 일단 학생에게 미안한 일이고 본인부터도 재미가 없고요. 전 휴학을 하고 학원강사를 하면서 다른 강사들의 인터넷 강의를 보며 연습을 했어요. 미리 수업준비도 철저히 해요. 준비할 때와 안 할 때의 애들 표정이 달라요.

 이: 학원강사와 과외는 차이가 있죠. 학원강사 쪽이 좀 더 전문적인 스킬이 필요하긴 해요. 전 우리 또래인데 전문 학원강사로 나서서 월수입만 2000만원이라는 강사이야기도 들었어요. 그럴 때면 대한민국 사교육시장은 무너지지 않는다는 말이 맞는 것도 같아요. 교육안이 아무리 개정되어도 기본적으로 학원과 괴외를 하는 학생 수요는 변동이 없거든요.
 
 입사 초봉보다 과외비가 많아
 과외비에는 고정 액수가 없기 때문에 천차만별이라고 한다. 학생 두명을 가르치는데 30만원을 받았다고 하는가 하면 졸업전인 대학생인데도 전일 강사에 180만원을 불렀다고도 했다. 액수는 일정 수준 이상 내려가지는 않지만 올라가는 데는 천정부지인 듯 했다. 소위 말하는 전문강사들이 과외해서 벤츠탄다는 말이 우스개는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또 취직해서 받는 초봉이 과외 두 세개 뛰는 돈보다 적다는 자조 섞인 말도 튀어나왔다.

 김: 주변에 알바 개념으로 학원강사를 하다 눌러앉는 선배도 종종 있어요. 가르치는 능력이 있다면 많은 돈을 벌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에요. 아무리 학생이라지만 사람을 상대하는 일이고 기본적으로 서비스업에 속하기 때문에 스트레스가 많죠. 업무도 많고 강사자리가 안정적인 것도 아니고요. 부모님 상담을 하는데 1시간 동안 전화기를 붙들고 있다 보면 절로 기운이 빠져요. 다시 하라고 하면 못할 거 같아요.

 장: 전 교직을 목표로 공부하고 있지만 사실 과외를 하다보면 전문 과외강사로 하는 게 더 쉬운 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임용고시는 점점 어렵고 문이 좁아져만 가니까 나름의 타협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학원강사나 과외선생도 나름의 보람과 가치가 있는 일이거든요. 하지만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게 뭔가를 생각해보곤 해요. 결국 학생 때 하고 있는 이 일들이 큰 경험이고 도움이 되고 있지만 주객이 전도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학생만큼 학생 어머니도 중요
 실제로 처음부터 과외나 학원강사를 업으로 삼기 위해 뛰어드는 대학생은 많지 않을 것이다. 현실적인 이야기가 오갈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이들은 자신들의 꿈을 이야기했고 그렇다고 지금 하고 있는 과외나 학원강사가 그 과도기에 있다고 해서 소홀하게 생각하진 않는다고 했다. 그들이 힘주어 말하는 것은 나 역시 배우는 학생이지만 내 학생에게는 선생님이라는 것이었다. 그런 그들에게 마지막으로 과외와 수업의 비법을 물었다.

 엄: 과외 같은 경우는 학생만큼 학생 어머니도 중요해요. 한 두달한다고 해서 금방 느는게 아니거든요. 저 같은 경우는 학생 어머니와 상담을 자처해서 주기적으로 하고, 학생의 수업상황과 진척정도를 상세히 알려드려요. 인터넷 자료를 검색, 참고해서 저만의 문제집을 만들기도 하고요.

 이: 어머니, 중요해요! 어머니와의 신뢰관계가 없어서 이제 애들이 성적이 오를 기미가 보이는데 그만했으면 좋겠다고 말을 들은 적도 있거든요. 저 같은 경우는 초등생이나 중학생을 과외할 때는 애들이 자습하는 습관이 없기 때문에 어머니 보시라고 따로 알림장을 만들어 쓰기도 했었어요. 그리고 애들의 고민을 물어보고 상담해주기도 하죠. 그럴 때는 선생님이 아니라 동네 형처럼 대해요. 세대차이가 나긴 하지만 저희가 그 무렵에 고민했을 때와 크게 다르지 않거든요.
 윤: 가르치는 스킬도 중요하죠. 저 같은 경우는 인터넷에서 애들이 자주 보는 웹툰을 일부러 챙겨보기도 하고 생활 유머 같은 것도 기억해 두었다가 적재적소에 활용해요. 대학생 강사는 아이들에게 보다 친화력있게 접근하고 재미있고 알기 쉽게 가르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거든요. 대학생이든 아니든 간에 일단 학생 앞에서면 선생님이잖아요. 수업에 최선을 다해야죠.       
 
 '돈'만큼 중요한 '선생님'
 한 학생은 학원강사를 그만둘 때 후임자를 뽑는 데 반나절도 걸리지 않았다고 했다. 모집공고를 사이트에 올리자마자 이력서를 들고 지금 당장 가겠다는 지원자가 줄 섰다는 것. 지금도 많은 대학생들이 과외와 학원강사 자리를 얻고자 하고, 또 많은 대학생들이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한 때 그들이 배웠던 것처럼.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들은 어엿한 선생님이라는 것.  
 
 김철민 대학생기자